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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책임보험 제도개선과 실태조사 도입 방향

권순일 (보험연구원)

1. 머리말

우리나라의 환경책임제도는 법령에 규정된 의무보험 가입금액과 사업자의 배상책임 한도를 기준으로 보험회사, 사업자, 국가가 리스크를 단계적으로 분담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환경오염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의무보험 가입금액까지는 보험을 통해 보상되고, 이를 초과하여 사업자의 배상책임 한도까지는 사업자가 부담하며, 사업자의 배상책임 한도를 초과하는 피해에 대해서는 국가가 구제한다.

환경책임보험은 2016년 보험가입이 의무화된 이후 피해 입증이 어려운 환경오염 사고의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기업의 환경사고 예방과 리스크 감소, 환경사고에 따른 국가 재정 부담 완화에 기여해 왔다. 또한 피해자 보호와 함께 보험계약자 권익 제고를 위해 보험전산망 구축, 국가재보험 제도 도입, 보상한도 확대 등 보험제도 운영과 상품구조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보험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험계약자들의 제도개선 요구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는 환경위험 시설과 보험제도를 둘러싼 여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환경오염 사고에 대한 경험실적과 위험도 분석에 대한 선행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제도가 도입된 데 따른 한계도 존재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환경책임보험 제도가 환경 안전망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향후 제도개선 방향과 함께 실태조사 제도 도입 시 고려해야 할 주요 사항을 검토하고자 한다.

2. 환경책임보험 제도개선 방향

가. 환경오염피해 및 복구 개념 확대

환경오염피해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명·신체 및 재산상의 손해뿐만 아니라 자연환경 자체 손해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그러나 국내 환경오염피해구제법과 보험약관에서는 타인의 생명·신체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경우를 환경오염피해로 정의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환경오염 사고에 따른 복구조치는 주로 오염원 제거에 집중되고, 자연환경 자체에 대한 복구조치는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환경오염 유발자의 적극적인 복구조치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환경오염피해의 정의와 복구 개념을 확대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유럽 환경책임지침(ELD)을 벤치마킹할 수 있다. 유럽 환경 제도의 근간이 되는 환경책임지침은 환경사고 발생시 자연환경과 그 자원이 제공하는 생태적 서비스의 원상복구를 규정하고 있다. 원상복구 의무는 오염의 성격과 복구 가능성에 따라 기본복구, 보완복구, 보상복구의 세 가지 방식으로 이행된다.

기본(Primary)복구는 피해 장소에서 직접 수행되는 방식으로 피해 장소를 기준상태로 되돌리는 복구조치이다. 하지만 원상복구에는 과도한 비용이 소요되거나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실현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보완(Complementary)복구는 피해 장소의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경우 다른 장소 또는 유사한 종을 대체복원하는 방식이다. 즉, 자연환경 서비스 수준이 동등하게 회복되도록 하는 조치이다.

보상(Compensatory)복구는 복구가 완료되기 전까지 발생한 자연환경 서비스 손실에 대한 보상적 조치로서, 피해 장소에서 기준상태를 초과하여 복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행된다.

[그림 1] 기준상태, 복구경로 및 복구기간 손실

자료: European Union(2013), Environmental Liability Directive Protecting Europe's Natural Resources

국내 환경책임 제도에서도 환경오염피해의 정의를 자연환경 및 생태 서비스를 포함하도록 확장하고, 보완복구와 보상복구를 이행하도록 하여 환경오염 사고에 대한 사회적 책임 의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나. 계약단체 동질성 확보

환경책임보험은 시설위험도와 계약자 규모 측면에서 위험집단의 동질성이 결여되어 있다. 화학물질 취급시설에는 수많은 업종과 다양한 작업 프로세스가 존재하지만, 이를 단순히 6개 시설로 구분하고 시설 구분이 동일한 경우 화학물질 취급량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위험도 차이가 큰 업종들이 동일한 시설구분에 포함되게 된다.

계약자 간 규모에서도 편차가 크다. 연간보험료 1.5만 원을 납부하는 영세 사업장과 연간 2억 원의 보험료를 부담하는 글로벌 기업의 시설 구분이 같으면 동일한 보험료 계산방식이 적용되는 구조이다.

위험집단의 동질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제도변경에 대한 계약자 간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다. 소규모 영세사업자와 글로벌 기업은 제도변경을 각자의 이해관계와 관점에서 평가하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업장 위험평가제도 관련 설문에서 이러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설문 응답자의 25%는 규모특성 반영(12%), 업종특성 반영(8%), 할증평가 도입(5%) 등 위험평가 제도를 체계화하고 세분화해 줄 것을 요구하는 반면, 35%는 위험평가 제도를 간소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림 2] 사업장 위험평가제도 관련 의견

자료: 보험개발원(2023), 『환경책임보험 요율체계 개선방안 연구』, 용역보고서

이는 동질성이 결여된 위험집단에 동일한 위험평가제도를 적용함에 따른 현상이다. 향후 요율체계 개선시 위험집단의 동질성 확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다. 보장범위 확대 및 보험상품 다양화

국내 환경책임보험은 피해보상에서 피보험 시설이라는 장소적 기준을 적용한다. 이로 인해 피보험 시설을 벗어난 장소에서 발생한 환경오염 사고는 의무보험의 보장대상에서 제외된다.

화학물질 운송 중 발생하는 토양오염이 대표적 사례이다. 차량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사고는 연평균 16건으로, 전체 화학사고의 14.4%를 차지한다. 이 중 일부는 환경오염 피해를 초래할 수 있지만, 피보험 시설을 벗어나 발생한 사고이기에 기본 보장에서 제외되어 있다.

[표 1] 화학사고 원인별/연도별 현황(9차년도)

(단위: 건)
구 분 전 체 시설결함 안전기준 미준수 운송차량 자연재해
2021 93 35 41 17 -
2022 67 13 38 16 -
2023 116 42 62 12 -
2024 128 36 77 14 1
2025 153 41 89 21 2
합계 557 167 307 80 3
(비중) (100%) (30.0%) (55.1%) (14.4%) (0.5%)

자료: 화학물질안전원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장기준을 시설(Site-Specific)이 아닌 영업활동(Business-based) 기준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책임보험의 대표적 상품인 영업배상책임보험이 영업활동 기준으로 운영되며, 시설 구내를 포함하여 재료 조달과 배송 등 업무 수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상책임 손해를 보상하고 있다.

이외에도 환경위험과 관련한 다양한 보장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상품 다양화 노력이 필요하다. 도급업자가 수행한 업무와 관련한 환경오염 사고를 보상하는 도급업자환경책임보험을 포함하여, 사업장 내 토양오염 보장 상품, 환경오염 사고로 인한 영업중단 손실 등 상품 다양화를 통해 다양한 보장수요에 대응하고, 환경책임보험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3. 실태조사 제도 도입을 위한 고려사항

가. 시설위험도를 고려한 차등화

실태조사는 보험계약자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우량할인 제도와 달리, 전문자격을 갖춘 조사자가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여 시설 관리현황 등을 점검하게 된다. 실태조사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에 비용효율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환경책임보험 계약자 중 연간 1.5만 원의 최저보험료를 부담하는 사업장은 5천 개 이상이며, 이들은 전체 계약자의 1/3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전체 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에 불과하다. 이러한 소규모 시설까지 전수조사하는 것은 비용효율성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으며, 소규모 사업주 역시 보험가입 절차가 복잡해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반면, 연간 납입보험료가 고액이고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를 수행하는 사업장은 정교한 위험도 평가를 통한 보험료 할인 적용을 기대한다.

실태조사 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는 시설 위험도에 따라 사업장을 구분하고, 고위험 시설에 대해서는 정밀한 점검과 모니터링을 실시하되, 중·저위험 시설의 경우 공공 데이터포털, 소방청 등 정부 및 공공기관이 생산한 데이터를 활용한 시설현황평가 제도로 대체함으로써 소규모 계약자의 보험가입 편의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나. 개별요율제도 도입

환경책임보험의 보험료는 해당 시설의 화학물질 취급량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취급량이라는 정량적 지표를 이용함에 따라 객관적이고, 소규모 계약자의 이해가 용이해지는 장점이 있다. 또한 환경오염피해 규모가 오염물질 누출량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다.

그러나 화학물질 취급량이 실제 위험수준을 적절히 설명하지 못하는 시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사외배관 보유시설, 해양시설, 폐수 무방류 또는 위탁처리 시설 등이 있다.

사외배관은 피보험 사업장을 벗어난 곳에 설치된 배관으로, 오염물질이 누출되는 즉시 제3자 피해가 발생함과 동시에 보험책임이 개시된다. 누출된 오염물질이 시설 구내에서 처리될 경우 면책되는 일반적인 시설과는 차이가 크다. 이처럼 사외배관의 위험도는 화학물질 취급량보다 배관 길이, 주변 환경, 관리 실태 등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해양시설에서도 상황은 유사하다. 해양시설에 적용되는 보험료는 저장시설의 용량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그러나 의무보험 제도 도입 이후 9년간의 사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험사고의 99%가 저장시설이 아닌 지상이송배관에서 수상호스에 이르는 부속설비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장시설 용량을 기준으로 한 보험료 적용방식이 실제 위험도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림 3] 해양 매체 부속설비

폐수 무방류 또는 위탁처리 시설의 환경오염 사고는 주로 오염수 저장시설의 오작동이나 파손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료는 배출시설을 통과한 오염물질량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즉, 시설 위험도는 오염수 저장시설의 용량에 비례하는 반면, 보험료는 배출시설을 통과한 오염물질량을 기준으로 적용하는 불일치가 발생한다.

[그림 4] 폐수 무방류/위탁처리 시설

이처럼 화학물질 취급시설은 업종과 유형이 다양하며, 화학물질 취급량만으로는 위험도를 적절히 설명하지 못하는 시설이 존재한다. 취급량 기준의 보험료 적용방식이 적절하지 못한 시설을 선별하여 개별요율을 도입함으로써 보험료 적용의 합리성과 계약자 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다. 할증적용 확대

기업성 보험의 할인·할증 제도는 계약자 간 위험도 차이를 보험료에 반영하여 요율적용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과 함께 계약자의 자발적 위험관리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할인·할증 제도가 자발적 위험관리 수단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법령상 규정된 안전조치 수준을 현저히 상회하는 개선에는 보험료 할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위반 시에는 위반 정도에 따라 차등적인 할증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행 우량시설 할인율 제도는 할인 중심의 평가체계로 설계되어 있어, 관리부실 사업장에 대한 제재 기능이 작동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사고 이력에 대한 평가 점수를 살펴보면, 3년 미만의 무사고 사업장과 사고 발생 사업장에 동일한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사고 다발 사업장에 대해서도 별도의 할증이 적용되지 않아, 고위험 시설에 대한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표 2] 수용체평가 세부항목 및 평가내용별 배점

일련번호 매체 구분 평가 구분 평가항목 평가내용 점수
1 (생략)
2 공통 대책 환경책임보험 사고 여부 최근 7년내 환경책임보험 사고 없음 30
최근 5년내 환경책임보험 사고 없음 25
최근 3년내 환경책임보험 사고 없음 20
최근 3년내 환경책임보험 사고 있음 0
환경책임보험 가입이력 3년 미만 0
3 (이하생략)

현행 우량할인 제도의 한계를 개선하고 보험제도를 이용한 위험관리 기능이 작동할 수 있도록, 도입 예정인 실태평가 제도에서는 보험료 할인과 할증을 균형 있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라. 전산시스템 구축과 활용

실태조사 결과는 국내에 소재하는 위험도가 높은 환경 관련 시설을 직접 점검하고, 고도화된 평가모델을 이용하여 위험 수준을 분석한 중요한 자료이다.

실태조사 점검 내용과 평가모델의 분석 결과가 체계적으로 축적될 경우, 국내 환경리스크를 종합 진단할 수 있으며, 환경 정책 수립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보험산업의 경우 보험료 계산과 적용의 자동화, 할인·할증 신설을 포함한 제도개선, 보험상품 다양화 및 보장범위 확대 등 보험제도의 효율적 운영이 가능해진다. 또한 보험계약자 측면에서도 실태조사 제도가 단순한 규제가 아닌, 사업장의 위험관리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태조사 결과가 환경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중요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기존 환경책임보험 전산망과 연계한 통합 정보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4. 맺음말

환경책임보험은 보험가입 의무화 이후 9년이 경과하였다. 그 간 보험제도와 요율체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의 결과 환경책임보험 제도는 성숙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환경오염 피해 복구 개념 확대 등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는 환경리스크 관련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우며, 지속적인 연구와 함께 제도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 실태조사 제도 도입에 따라 보험가입 의무화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시설 위험도를 반영한 보험료 적용의 문제는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태조사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는 시설위험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위험평가 항목 개발과 평가모델 고도화를 포함한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나아가 실태조사 결과를 체계적으로 집적하고, 현재 운영 중인 전산망과 연계한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면 환경책임보험 제도는 한층 고도화된 체계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