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6월은 장마가 시작하는 달로, 어느 때보다 침수 위험이 커지는 시기다. 장마가 시작되기도 전인, 올해 5월 16일 남양주에는 시간당 44mm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대로를 가로지르는 굴다리(지하차도)가 침수되고 이곳을 지나던 승용차가 고립되었다. 이처럼 지하공간은 침수에 취약하며, 초동조치나 조기조치가 적기에 적절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본 기고에서는 지하공간 물막이 설비 보급 확대와 효과적 운용을 위한 정책을 제언하고자 한다.
빈 최근 들어 지하공간 침수로 인한 인명 피해 사고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2024년 충남 논산시 오피스텔 승강기가 침수된 지하층에 멈추면서 탑승자가 사망했고, 2023년 충북 청주시 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14명이 사망, 2022년 경북 포항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침수되면서 7명 사망, 같은 해 서울 관악구 빌라 반지하 주택이 침수되면서 일가족 3명 사망, 2020년과 2014년에는 부산 동구와 동래구 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각각 3명과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가 있었다.
빈 앞에서 언급한 6건의 지하공간 침수 사고 중 공공시설인 3건의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적기에 차량 진출입 통제에 실패하며 발생한 사고였으며, 나머지 3건의 사유 시설 지하공간 침수 사고는 물막이 설비가 설치되지 않았던 오피스텔, 아파트, 빌라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빈 3건의 사유 시설 지하공간 침수 사고에서 보듯이, 사유 시설의 경우 침수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막이 설비가 미설치된 곳이 많음을 알 수 있다. 현행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방재지구와 행정안전부가 지정하는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내 건물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물막이 설비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에서 물막이 설비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나, 물막이 설비 설치 시 침수 위험이 있는 건물로 인식되어 집값 하락을 우려해 물막이 설비를 꺼린다는 평가가 있다. 이런 사회적 인식을 고려한 정책을 펼친다면, 침수 위험이 큰 건물을 물막이 설비 설치 의무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는 지하공간(반지하 포함)을 갖는 모든 건물을 물막이 설비 설치 의무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즉, 물막이 설비를 설치하는 이유가 침수 위험 때문이 아닌 지하공간 때문이라는 사회적 인식 변화를 만들어 물막이 설비와 집값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정책 입안을 제언해 본다.
빈 지하차도나 지하 주차장과 같은 지하공간 출입 통제는 사용자에게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에, 그 통제 시간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통제 시점을 잡는 데는 크게 3가지 전략을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초동 대응 전략이다. 이 전략은 사고 발생을 알리는 경보설비를 기반으로 초동조치를 통해서 큰 피해로 이어지기 전에 사고를 정리한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화재의 경우 초동 대응 전략을 취하고 있다. 두 번째는 조기 대응 전략이다. 사고 발생 가능성이 상당한 경우 미리 경보를 발령하는 조기경보설비를 이용하여 위험 지역 내에 있는 인명을 대피시켜 인명 피해를 예방하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저수지/댐 사고의 경우 조기 대응 전략을 취하고 있다. 마지막은 예방 대응 전략이다. 태풍이 상륙하면 다양한 시설물의 피해 사고를 예측할 수 있다. 이처럼 자연현상 예보에 따른 피해액을 예상할 수 있는 경우, 피해액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농작물 조기 수확 등의 예방조치를 통해서 피해액을 줄일 수 있다.
빈 지하차도의 경우 대형 인명 침수 사고를 겪으면서 「도로터널 방재·환기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침수통제 기준이 도입되었다. 지하차도 내 배수펌프가 미작동하거나, 침수심이 15cm 이상이 되거나, 관련기관으로부터 하천 범람 등의 우려가 있다고 통보되면 즉시 통제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도시홍수로 인한 지하차도 침수는 서서히 발생하기 때문에 초동 대응 전략을 침수통제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하천홍수의 경우 지하차도가 한순간에 침수될 수 있어 조기 대응 전략을 침수통제 기준으로 적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통제는 지하공간 사용자에게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에 그 불편 비용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안전을 담보하도록 침수통제 기준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빈 지하 주차장에도 지하차도 침수통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물막이 설비는 자동 개폐식과 수동 개폐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동 개폐식은 전기 동력과 유압을 이용하여 물막이판을 움직여, 출입 통로를 여닫는 방식이다. 반면 수동 개폐식은 사람이 직접 출입 통로 양 끝단에 설치된 홈 틀에 물막이판을 끼어 출입 통로를 여닫는 방식이다. 출입 통로로 물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수동 개폐식 물막이 설비를 운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동 개폐식의 경우에는 강력한 유압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운용이 가능하겠지만, 물살 수압에 따른 고장 우려가 있어, 추천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하 주차장의 경우에는 조기 대응 전략만이 가능하다. 조기 대응 전략은 조기경보가 있어야 한다. 저자는 사유 시설의 조기경보를 지자체 또는 정부 기관에서 발령할 필요가 있음을 제언한다. 공공기관은 기상정보, 수위 정보, 이를 통한 침수 예측 정보 등에 기반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유 시설 건물 관리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차량 진출입을 통제하는 경우, 사용자와 관리자 간의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 공권력을 갖는 공공기관에서 조기경보를 발령하고 그에 따라 사유 시설 관리자의 조치가 이뤄진다면, 이런 다툼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빈 기후변화는 침수 위험을 지속적으로 고조시키고 있다. 또한 모두가 잠든 시각에 기습적으로 내리는 집중호우는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하공간의 침수 피해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물막이 설비의 운용이다. 하지만 여전히 실질적 침수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물막이 설비가 없는 지하공간이 허다하다. 물막이 설비의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설치 의무화 대상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빈 물막이 설비의 보급 확대 정책과 더불어 물막이 설비의 운용 지원 정책 또한 필요하다. 2022년 서울 강남 지역의 광범위 침수 후, 화재보험협회에서는 특별 사후 점검을 한 바 있다. 물막이 설비 덕을 톡톡히 본 건물이 대다수였지만, 일부 건물은 물막이 설비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적기에 운용하지 못하여 침수 피해를 겪어야만 했다. 침수 위험을 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피해라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사유 시설 관리자의 책임으로만 비난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지속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빈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물막이 설비는 조기경보와 맞물려 운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 조기경보를 지자체 또는 정부가 발령하고 이에 따른 후속 조치를 사유 시설 건물 관리자가 행할 수 있도록 하여, 건물 관리자의 재난관리 부담을 덜어주고 물막이 설비를 제대로 운용하여 피해를 예방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함을 제언한다.
[ 감사의 글 ]
본 연구는 행정안전부 재난안전 공동연구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RS-2024-00402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