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관리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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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뇌우 돌풍

이영규 (한국화재보험협회 신사업전략팀)

1. 머리말

2025년 전 세계에서 보험사가 가장 큰 손해를 입은 자연재해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태풍이나 홍수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정답은 의외로 ‘뇌우(Convective Storms)’였다. 뇌우는 단순히 천둥과 번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강한 뇌우, 즉 악뇌우에서는 호우, 우박, 낙뢰뿐 아니라 건물을 무너뜨릴 정도의 돌풍과 토네이도까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뇌우 돌풍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태풍에 비해 사회적 관심은 아직 높지 않다. 이번 글에서는 뇌우가 어떻게 강한 돌풍을 만들고, 실제 사고에서는 어떤 형태로 나타났는지를 최근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그림 1] 2025년과 이전 연도에서의 세계 자연재해 유형별 보험 보상 손해 (출처: Swiss Re Institute)

2. 뇌우 개론

세력이 맹렬한 악뇌우를 Verisk와 같은 미국 보험업계에서는 Severe Thunderstorms로 표현하고 Swiss Re와 같은 유럽 보험업계에서는 SCS (Severe Convective Storms)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그림 2] 뇌우와 악뇌우

미국 기상청(NWS)의 악뇌우(Severe Thunderstorm)는 직경 25 mm 이상의 우박, 순간풍속 26 m/s 이상의 돌풍 또는 토네이도를 동반하는 뇌우를 말한다. 악뇌우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직경 13 mm 이상의 우박 또는 순간풍속 18 m/s 이상의 돌풍을 동반하는 뇌우를 근악뇌우(近惡雷雨, approaching severe thunderstorm)라 부르기도 한다.

뇌우에 수반되는 돌풍은 공간 규모가 작고 지속시간이 짧아 인근 기상대의 풍속만으로 피해 지점의 풍속을 신뢰성 있게 추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해 대상물의 손상 정도를 이용하여 역으로 풍속을 추정하는 피해기반 풍속 추정기법이 발전해 왔으며, 대표적인 사례가 Enhanced Fujita Scale(EF-Scale)이다.

악뇌우는 강한 상승기류와 하강기류가 공존하는 대기 대류 현상이다. 강한 하강기류가 지표면에 도달하여 사방으로 퍼져 나가면서 주변의 따뜻한 공기와 만나는 경계면에는 돌풍 전선(gust front)이 형성된다. 상승기류와 하강기류의 강도와 조직화 정도에 따라 일반적인 뇌우는 근악뇌우 또는 악뇌우로 발달할 수 있다. 돌풍 전선 부근에서는 수명이 짧은 회오리 바람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를 돌풍오름(gustnado)이라고 한다. 돌풍오름은 토네이도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지만 일반적인 토네이도와는 발생 메커니즘이 다르다. 대부분의 강한 토네이도는 초세포(supercell) 뇌우 내부의 회전하는 상승기류에 의해 생성되며, 기상 레이더에서는 후크 모양의 에코(hook echo)로 탐지되기도 한다.

3. 2025년 뇌우 사례

2025년 9월 16일 오후 2시 45분경, 경기 평택시 세교동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한 마트 건물 옥상에 설치된 냉동냉장창고 지붕이 뇌우 돌풍으로 추락하면서 마트 건물 옆에 주차돼 있던 차량 2대를 추락 구조물이 덮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마트 직원의 협조를 받아 확보한 CCTV 영상에는 사고 모습이 고스란히 녹화되어 있었다. 피해 대상물의 손상 정도를 일본의 EF-Scale에 적용한 결과, 피해 지점에는 약 50m/s의 순간풍속이 불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하지만 180도 회전한 지붕이 멀리 날아가지 않고 지상으로 바로 추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돌풍오름이 의심된다.

2025년 9월 19일 오전 11시 15분경, 대전 동구 성남동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교회 첨탑이 뇌우 돌풍의 영향으로 30도 정도 기우는 피해가 발생해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서 긴급 철거되는 일이 있었다. 당시 사고를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사고 당시, 호우, 낙뢰 및 회오리바람이 있었다고 한다.

2025년 11월 27일 오전 9시 50분경, 전북 고창군 공읍면 마래마을에 강풍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주택 5채, 영농 건조장 2동, 비닐하우스 1동, 농가 창고 2동이 뇌우 돌풍 피해를 보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 대상이 일직선상에 놓여 있었고, 당시 피해 주택의 양철 지붕 잔해는 수백 미터를 날아갔다. 나무가 넘어진 방향과 가로등이 넘어진 방향은 바람의 이동경로와 평행하였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국지적인 직진성 하강 돌풍이 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3은 경기 평택 뇌우 돌풍 사고 시점(14:45)과 전후 5분 전후의 CMX 레이더 영상을 보여준다. CMX는 연직 레이더 반사도 중 최대 반사도를 나타낸다. 그림에는 세 개의 실선이 보이는데, 이는 사고 지점 인근 관측소의 최대 순간풍속이 발생한 시점 데이터를 가지고 작성한 14:40, 14:45, 14:50 시점의 돌풍 전선이다. 사고 지점의 돌풍 전선을 생성하는 뇌우 셀은 돌풍 전선 진행 방향 앞쪽에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뇌우 셀이 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상승 기류가 강해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상승기류가 강해지면 하강기류도 강해지는데, 뇌우 셀이 돌풍 전선보다 앞쪽에 있으면, 지면에서의 돌풍 직진성은 약해진다. 하지만, 하강기류와 상승기류가 절묘하게 엮기면서 생애가 짧은 돌풍오름이 생성될 수 있다. 이번 사고 또한 돌풍오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a) 14:40 시점의 CMX 레이더

(b) 14:45 시점의 CMX 레이더

(c) 14:50 시점의 CMX 레이더

[그림 3] 경기 평택 뇌우 돌풍 사고 지점 인근의 5분 간격 CMX 레이더 영상과 돌풍 전선 위치

(a) 11:10 시점의 CMX 레이더

(b) 11:15 시점의 CMX 레이더

(c) 14:20 시점의 CMX 레이더

[그림 4] 대전 동구 뇌우 돌풍 사고 지점 인근의 5분 간격 CMX 레이더 영상과 돌풍 전선 위치

(a) 09:45 시점의 CMX 레이더

(b) 09:50 시점의 CMX 레이더

(c) 09:55 시점의 CMX 레이더

[그림 5] 전북 고창 뇌우 돌풍 사고 지점 인근의 5분 간격 CMX 레이더 영상과 돌풍 전선 위치

그림 4는 대구 동구 뇌우 돌풍 사고의 5분 간격 CMX 레이더 영상을 보여준다. 이 경우도 뇌우 셀이 돌풍 전선보다 앞쪽에 있으며, 뇌우 셀이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경기 평택 뇌우와 유사하게, 뇌우 셀이 돌풍 전선보다 앞쪽에 있으면, 지면에서의 돌풍 직진성은 약해진다. 하지만, 하강기류와 상승기류가 절묘하게 엮기면서 보도에 언급된 것과 같이 생애가 짧은 돌풍오름이 생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5는 전북 고창 뇌우 돌풍 사고의 5분 간격 CMX 레이더 영상을 보여준다. 이 경우에는 뇌우 셀이 돌풍 전선 뒤쪽에서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뇌우 셀이 성장한다는 것은 상승기류가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하강기류도 세지게 된다. 앞의 경우와는 달리 뇌우 셀이 돌풍 전선 뒤쪽에 위치하면서 지면에서의 하강기류는 뇌우 이동 방향과 동일한 방향으로 진행하며 강한 직진성 돌풍을 생성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4. 맺음말

뇌우 돌풍은 태풍처럼 넓은 지역을 휩쓰는 재난은 아니다. 하지만 수백 미터에서 수 킬로미터 규모의 매우 좁은 지역에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고, 단 한 번의 돌풍만으로도 큰 인명·재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뇌우 돌풍으로 건축물 외장재가 탈락하고, 첨탑과 간판이 붕괴되며, 차량과 보행자가 피해를 입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풍속을 관측하는 수준을 넘어 레이더 기반의 뇌우 감시, 돌풍전선 분석, 피해기반 풍속 추정기법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한 위험 분석 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미국과 같이 악뇌우(Severe Thunderstorm) 특보 체계를 도입하여 위험이 예상되는 지역에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한다면 국민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태풍은 며칠 전부터 대비할 수 있지만, 뇌우 돌풍은 몇 분의 차이가 사고를 좌우한다. 앞으로는 태풍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뇌우 돌풍’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감사의 글

이 연구는 행정안전부 도시지역 강풍피해 방지역량 강화기술 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RS-2025-02633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