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우리는 언젠가부터 기후변화, 기후 위기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다. 지난여름 서울 도심 한복판 서초동엔 수 십대 자동차가 물에 떠내려가고, 학원가인 대치동에 학생들 무릎팎까지 물이 차서 걷기 힘든 광경을 목격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12월에는 관측 이래 가장 추운 한 달을 경험했다. 뒤이어 올해 1월 서울은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강추위 기록하는 날이 많아졌다. 1월 초 방영된 jtbc ‘세 개의 전쟁’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갈등과 함께 기후변화를 둘러싼 전 지구적 위협을 인류에게 닥친 전쟁으로 꼽을 정도로 위기의식은 높다.
11이제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기후변화는 관심사다. 작년 구글 한국 트렌드 검색어 순위에서 국내 이용자들이 제일 많이 검색한 키워드는 대통령 선거, 10.29 이태원 참사, 월드컵이 아닌 ‘기후변화’였다. 기후변화는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핫이슈가 되어 일상생활 가까이에 와있다. 보험산업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부터 미래를 좌우할 키워드로 ‘기후변화’를 꼽고 있다.
11보험산업도 기후변화를 위기로 느끼고 있다. 글로벌 재보험사인 스위스리(Swiss Re)는 기상이변으로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는 사례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로 전 세계 보험업계 보상 손실액이 1150억 달러(약 150조원)로 지난 10년간 보험업계 연평균 자연재해 손실액인 311억 달러(40조여원)보다 3∼4배나 급등했다. 글로벌 보험 산업의 투자자산 중 36%가 기후변화 리스크에 노출돼 있고, 보험사가 탄소중립 등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와 전환이 매우 더딜 경우에는 기존 재무건전성 비율이 50%포인트 하락한다는 비관적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11국내 보험사들은 이사회 내 ESG(친환경 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개편) 위원회 설치, 신재생에너지 등 친 환경 분야 투자확대와 탈 석탄 금융 선언 등으로 기후변화 위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후변화 리스크가 점점 커지면서 금융권 중 특히 보험사가 더 적극적으로 기후 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많아지고 있다. 보험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와 재난 발생 빈도와 심도가 증가하고, 질병 발생률과 사망률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은행, 증권업에 비해 기후 위기 리스크에 더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112019년 15개국 1,170개 보험회사가 참여한 지속가능보험포럼(SIF) 설문조사에 의하면 보험사의 73%는 기후변화가 향후 영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험 청구 증가(58%), 투자 포트폴리오 변화(51%)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보험사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발생할 것인지 쉽게 예상하기 힘들고 피해 규모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증가하는 사례도 잦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11반면 보험사들은 기후변화를 새로운 사업기회, 시장의 복잡성 변화로 인해 신 시장 기회를 제공하고 위험 관리자로서의 역할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기상 및 보험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보험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을 강조한다. 지자체가 자연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농민에게 풍수해보험 가입을 독려하는 기초적인 수준 말고 이제부터는 좀 더 적극적인 준비와 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11보험산업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우선 ‘데이터’ 축적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의 경우 과거 데이터나 경험요율이 부족하거나 정확도가 떨어져 보험료 산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보험 산업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상청, 행정안전부 등 관련 정부 기관과 협력을 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대비책이 우선 필요하다. 기후변화 전문 인력 육성도 이제부터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人) 보험의 경우 기후 관련 사망자의 증가라는 위험에 닥칠 수 있다. 보험금 지급 기준과 면책조항을 명확하게 하는 등 보장범위를 제한하는 등 상품 라인업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재보험 및 손해보험은 향후 기후변화에 의한 대재해의 발생 위험이 커져감에 따라 현재의 재보험 가입 수준을 체크해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험 영역이 확장된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 기후변화 관련 보험 출시에 관심이 필요하다. 저(低)에너지나 수해에 관한 상품 출시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감하거나 재생 관련 에너지 분야 관련 보험 사업 확대가 대표적이다.
11보험인수에도 전략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험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기후위기 대응 과정 리스크와 사업기회를 보험인수 전략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상품개발, 보험계약에서 손해 사정, 보험금 지급에 이르는 활동 전반에 적절하게 반영해야 한다. 특정 상품에 대해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보험인수 과정에서 보험료의 할증 또는 할인이 반영되는 상품 개발까지도 고민해야 한다.
11보험사들에게 기후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현재 보험 산업은 경기 침체, 보험가입 포화상태, 고령화 등 긍정보다는 부정적 요소가 더 많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보험산업은 미래 친환경 인프라 건설과 신재생 에너지 발전의 확충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위험을 인수하고 관리하는 사업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기후변화를 신(新)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