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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화재를 발견하면 문을 닫아라!

글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 이승훈, 이다은

화재를 발견하고, 대피하면서 문을 열어둔 바람에 피해가 커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여러 건의 화재사고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조금만 더 주의하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화제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이후로 늘 안타까운 점이었으며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긴급한 상황에서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반드시 각인되길 바라는 매우 중요한 내용 중의 하나이다.

천정과 벽으로 가로막힌 공간인, 구획실 화재에서 창문과 문, 환기는 화재의 성장과 확산 속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다시 말해서, 화재가 발생한 구획실의 환기를 막으면 화재의 성장속도가 상당히 지연되거나 스스로 꺼져버려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문을 닫는 것이 최선의 소화 방법일 수도 있다.

휘발유를 묻힌 면장갑에 불을 붙여 승용차 뒷좌석 시트 위에 올려두고 문을 닫으면 어떻게 될까? 화재에 대한 상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자동차 시트도 잘 타는 물질인데, 휘발유까지 묻혀둔 면장갑이라면 아마 빠르게 성장할 거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차량 내부는 밀폐 수준이 높기 때문에 문을 닫아두면, 외부로 부터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는 환기가 제한되기 때문에 화염에 산소공급이 제한된다. 차량 내부에 있던 산소만큼만 연소될 수 있으며, 휘발유가 남아 있더라도 더 이상 연소하지 못 한다. 결국 화재는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질식해서 스스로 꺼져버리게 된다. 실험(대구경찰청)을 마친 차량 내부를 살펴보면 불이 붙었던 면장갑과 그 주변 일부에 주먹 2개 정도가 들어갈 정도의 구멍만 타고 꺼져 있다. 만일, 차량 문이 열려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화재는 불을 붙인 이후부터 점차 빠르게 성장하면서 탈수 있는 모든 물질들을 다 태우고 더 이상 때울 것이 없을 때야 비로소 꺼질 것이다.

차량 내부의 공간에 존재하는 산소의 양은 딱 그 정도만 태울 수 있다.

필자는 과거에, 조사를 의뢰받아 출동했던 현장에서 질식소화의 효과와 위력을 실감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현장은 약 45평가량의 아파트였다. 가족들 모두 장기 해외여행 중이었으므로 집은 비어 있었고, 집이 비어 있는 동안 먼지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창문과 문을 모두 닫고 틈이 있는 곳에는 투명테이프를 이용해서 막아 두었다.

화재는 주방의 싱크대 하부장에서 발생하였다. 소방대가 출동하지도 않았고, 누군가 화재를 진화하지도 않았지만 ,화재는 주방을 벗어나지도 않았을뿐만 아니라 하부장 한 칸만을 태우고 스스로 꺼져 있었다. 대기 중의 산소농도는 평균 21%이다. 구획실 내에서 화염은 산소를 소비하기 때문에 별도의 환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공간 내의 산소 농도가 점차적으로 낮아지고 화염은 금새 주춤해 진다. 그리고 산소농도가 16% 이하로 떨어지면 화염은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하고 소화된다. 질식소화, 이렇게 화염이 꺼진 이후에는 서서히 온도가 낮아지는데, 충분히 안전할 만큼 온도가 낮아지기 전에 누군가 문을 열면 다시 신선한 공기가 공급되면서 화염이 일어 날 수 있다.

과거에 비해서 최근의 지어진 건물이나 인테리어들은 소음과 단열 등의 이유 때문에 밀폐에 대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창문과 문만 닫혀 있으면, 화염과 연기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환기가 제어되므로, 그곳에서 아무리 기름을 뿌리고 불을 내더라도 화재는 건물 밖으로 나올 만큼 화재가 성장하기 어렵다.

문을 닫는 것은 화염과 연기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것 이상으로 화재의 성장을 지연시키거나 화세를 약화시키거나, 불을 끄는 중요한 역할 때문에, 화재 안전 측면에서 더욱, 더욱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이 뒤 늦게 연기 냄새를 맡으면서, 화재를 발견 후 문을 열어두는 행동 때문에 급격히 화재가 성장하고 확대되며 인명피해까지 발생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화재를 발견한 사람들에게 그 순간이 얼마나 당황스러운 순간일까? 어떠한 긍정적인 행동이나 정상적인 사고를 기대하기 어려울 만큼의 패닉 상태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더 잘 기억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이런 점들을 알려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관련된 사례를 소개한다면....

  • 모두 잠들어 있는 시간, 주택가 빌라의 작은 방에서 원인모를 화재가 발생했다.
    피해자는 여자친구와 함께 안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잠결에 뭔가 타는 냄새를 맡고, 혼자서 잠을 깨었다. 방에서 나와 집안을 살펴보던 중, 작은 방 문을 열어보니 연기가 가득 차 있었고, 화염은 보이지 않았다. 피해자는 화재가 발생한 것을 알게 되면서 너무 놀라 당황하게 되었고, 집 밖으로 도망쳐 나갔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계속 안방에서 잠들어 있을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곧바로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 피해자는 당시의 상황에 대하여 처음 화재를 발견할 때는 연기만 가득 차 있고, 화염은 없는 상태였는데 다시 집으로 들어왔을 때에는 작은방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고 했다.
  • 아마도 화재는 발견되기 전, 문이 닫혀 있었기 때문에 산소부족으로 질식소화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화재를 발견하고 문을 열어둔 탓에, 불과 1분 내외의 짧은 시간에 불과하지만, 다시 올라왔을 때에는 이미 열기가 느껴질 만큼 화재가 다시 성장하게 된 것이다.
  • 피해자는 여자친구를 데리고 대피하면서 주변 이웃들의 문을 두드리고, 잠을 깨워 함께 대피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불이난 자신의 집에서 피난할 때 현관문까지 열린 상태로 두었다는 점이다. 이 화재는 결과적으로 최초 화재가 발생했던 피해자의 집뿐만 아니라 옆집과 위층의 집까지 확대되었다.

여기서 피해자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무사히 대피하였으므로 대체로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화재가 확산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화재 발견 이후 방문을 닫아 두었다면, 화재는 다시 질식소화될 수도 있었다. 질식소화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성장과 확대를 지연시킬 수 있다. 방문과 현관문을 닫아두었다면 건물의 재실자들이 피난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고, 화재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화재의 성장속도와 피해의 측면에서 결과는 완전하게 달랐을 것이다.

종종 화재를 발견한 사람들이 소화기를 가지러가면서 금방 돌아올 거라는 생각으로 문을 열어 놓고 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구획실에서 발생한 화재는 캠핑장에서 피우던 모닥불과는 완전히 다르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느리게 성장하지 않는다.

구획실의 천정에 모여 있는 뜨거운 고온가스들이 집안의 아직 타지 않은 가연물들을 잘 탈수 있도록 건조시키고, 예열시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장한 화염의 확산은 가속도가 생긴다. 그리고 불과 수초 내에 온 집안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는 플래시오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소화기를 가지러 가는 '잠시'라고 생각한 그 짧은 사이, 상황은 모든 것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을 만큼 완전히 바뀌어 버릴 수 있다.

동아일보에서 발췌한 관련기사를 인용하였다

  • 입력 2019-01-11 03:00:00
  • 업데이트 2019-01-13 11:02:52
  • 고도예 기자 | 김민곤 기자 | 한수아 기자

  • ○ 내가 열어둔 현관문, 이웃에겐 지옥문

  • 현관문을 열어두고 대피하면 이웃들의 대피로가 연기와 불길에 막히게 된다. 건축법 시행령상 16층 미만 아파트에는 계단 방화문(防火門)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상당수 아파트에 계단 방화문이 없는 이유다. 계단 방화문이 따로 없는 아파트의 경우 가구별 현관문이 방화문 역할을 대신하는데 화재 대피 때 현관문을 열두게 되면 연기가 순식간에 위층으로 퍼진다.

  • 6일 불이 난 삼성동 아파트 역시 9층 높이여서 계단 방화문이 없었다. 이 때문에 불이 난 집에서 현관문을 열어두고 대피하자 삽시간에 복도와 계단으로 연기가 퍼져나갔다. 이날 불길은 최초 발화 지점인 A 씨 집 밖으로 옮아 붙지 않았지만 현관문으로 나온 연기를 이웃 주민들이 들이마시면서 피해가 커졌다. 화재로 인한 중상자 5명 모두 대피하려다 복도에서 구조됐다.

지난해 11월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때도 불이 처음 난 곳인 301호 거주자가 방문을 열어두고 대피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 유일한 탈출구였던 고시원 출입문에 불길이 옮아 붙으면서 연기가 퍼져 나갔고 미처 탈출하지 못한 고시원 거주자들이 숨졌다. 지난해 6월 서울 강북의 한 다세대주택에서도 화재가 난 집 거주자가 현관문을 열어뒀고 불길이 위층으로 옮아 붙어 80대 남성이 숨졌다. 2015년에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아파트 1층에서 불이 나자 집주인이 현관문을 열어놓고 대피하면서 고층 주민 15명이 고립되는 일도 있었다

화재가 발견되었을 때, 반드시 화재실의 문을 닫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