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고요하지만 뜨겁다. 백제의 찬란함을 엿볼 수 있는 공주. 공주를 역사도시로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계룡산 아래에서 도자기도 구워보고 공산성 성곽을 산책하며 찬란한 봄을 만끽해 보자.
11몸과 마음이 들썩이는 계절이다. 초록이 색을 더하고, 생명 있는 모든 것이 숨겨 온 빛을 반짝인다. 가족과 함께 공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공주 여행의 테마는 1500년 전 백제로 가는 시간 여행이다. 문주왕 때 하남 위례성에서 천도해 538년 사비성으로 도읍을 옮기기까지 5대 64년간 도읍지였던 공주. 무령왕릉이나 국립공주박물관이 아니라도 곳곳에서 찬란한 백제의 영화를 찾아볼 수 있다.
여행의 출발은 공산성이다. 이곳에 오르면 한 나라의 도읍지였던 ‘공주의 힘’을 느낄 수 있다. 공산성은 공주의 상징이자 백제의 대표적인 성곽으로, 해발 110m 공산에 세워졌다. 공산성에는 문이 네 개 있는데, 서쪽으로 난 금서루가 정문 역할을 한다. 금서루에서 출발해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추정 왕궁지가 나온다. 중요한 건물에 사용된 연꽃무늬 와당이 이곳에서 발견돼 왕궁지로 추정된다.
왕궁지 앞에는 쌍수정이 있다. 조선 인조가 이괄의 난으로 공산성에 내려왔다가 난이 평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주변에 있는 소나무에 정삼품 대부작을 하사했는데, 그 나무가 있던 자리에 정자가 남은 것.
공산성은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유적이 아니다. 지금도 공주시민들에게는 호젓한 산책길로, 연인들에게는 낭만적인 데이트코스로 인기다. 아름다운 금강을 내려다보며 한가롭게 공산성을 걷다 보면, 유럽의 멋진 고성이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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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박물관’ 공주를 대표하는 또 다른 유적지는 무령왕릉이 있는 송산리 고분군이다. 무령왕릉은 삼국시대 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주인이 밝혀진 무덤으로, 백제 왕실의 무덤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
송산리고분군모형전시관에 가면 무령왕릉 내부를 살펴볼 수 있다. 실물 크기로 제작되었으며, 직접 무덤에 들어가서 보는 것처럼 꾸며졌다. 전시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유적 중 하나는 묘지석이다. 왕릉 입구에 왕과 왕비의 지석이 나란히 있어 이 무덤의 주인공이 무령왕과 왕비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왕비보다 왕의 것이 화려하게 치장된 금제관식과 무덤을 수호하는 상상 속의 동물 석수 등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물을 똑같이 만든 모형본이 발길을 붙든다. 현장 학습 나온 초등학생들은 1500년 전 화려하고 세련된 기술을 신기해하며 연신 사진을 찍어댄다.
11백제 유적을 보며 역사에 관심이 생겼다면, 좀 더 오래된 이야기를 만나러 석장리박물관으로 향한다. 금강변에 위치한 석장리박물관은 한국 최초의 선사시대 박물관으로, 구석기시대부터 한반도에 사람이 살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유적과 유물 모형을 전시한다.
공주 석장리 유적은 한국 구석기의 존재를 밝혀낸 유적으로, 우리나라 교과서에 구석기시대가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수십 만 년 전 사용된 돌도끼도 흥미롭지만, 연세대 손보기 교수의 열정적인 유물 발굴 과정이 더 눈길을 끈다. 꼼꼼하게 기록한 작업 일지와 기록을 위한 도구들에는 발굴팀의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공주에서 석장리박물관을 꼭 찾아야 하는 이유다.
공주시는 봄이면 석장리박물관에서 석장리세계구석기축제를 연다. 지난해는 팬데믹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했는데, 올해는 다시 오프라인에서 진행한다. 5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11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여행이라면 계룡산도예촌을 빠뜨리면 서운하다. 이곳은 조선 시대 철화 분청사기의 맥을 잇기 위해 도예가들이 형성한 예술인 마을이다. 개인 공방에서 개성 넘치는 작품을 구경하고, 직접 도자기를 빚어볼 수 있다. 갑사 입구에는 봄 향기 품은 더덕구이를 내는 식당이 여럿이다. 천연 종합비타민으로 알려진 더덕은 봄에 꼭 맛봐야 할 음식이다. 천연가족과 여유롭게 산책하고, 계룡산의 힘찬 기운과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하며 가족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