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재의 구별 방법은 사람마다 조직마다 다를 수 있어, 시작하기에 앞서, 대형화재에 대해서 우선 정의하고자 한다. 「소방의 화재조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대통령으로 정하는 대형화재’란 ①사망자가 5명 이상 발생한 화재, 혹은 ②화재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영향이 광범위하다고 소방관서장이 인정하는 화재를 말한다. ②에 해당하는 화재를 과거 소방청훈령(제304호) 「화재조사 및 보고규정」에서는 재산피해가 50억 원 이상 추정되는 화재로 규정하였으나 현행 훈령(제311호)에서는 해당 조항이 삭제된 상태다. 본 기고에서는 명료한 대형화재 구별을 위해서 사망자 5명 이상 혹은 재산피해 50억 원 이상 화재를 대형화재로 정의한다.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화재보험협회가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특수건물의 화재 중 대형화재는 2022년에 10건이 발생했다. 본 기고에서 2022년 대형화재 10선에 대해서 살펴보고, 대형화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재산피해 측면에서 천만 원 미만 화재, 50억 원 미만 화재, 그리고 50억 원 이상 화재를 각각 소형 · 중형 · 대형화재로 구분해보자. 하인리히의 법칙처럼 소형 · 중형 · 대형화재의 최근 5년간(2018~2022) 발생빈도를 살펴보면, 대형화재 1건이 발생하기 위해서 중형화재 64건이 있었고 소형화재 454건이 있었다는 통계를 얻을 수 있다. 재산피해 측면에서는 소형화재에서 백만 원 소실 시 중형화재에서 125백만원, 대형화재에서는 무려 10,231백만원 소실된다는 통계를 얻을 수 있다. 인명피해 측면에서는 소형화재에서 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때, 중형화재에서 49명, 대형화재는 21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대형화재는 다수의 인명피해와 다량의 재산피해를 일으킬 수 있어, 대형화재로 커지기 전에 진압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2년 화재로 인한 특수건물의 재산피해(소방서추산)는 2,101억원이다. 이 중 대형화재 10건으로 인한 재산피해는 1,625억원으로 77%를 차지한다. 대형화재 10건을 모두 중형화재로 끝낼 수 있었다면 최소 1,125억원의 재산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2022년 대형화재 10선을 살펴보며 중형화재로 끝낼 수 있는 방도는 없는지 같이 고민해보고자 한다.
2022년 재산피해 1위 화재사고는 LCD 편광 필름을 생산하는 구미공장 화재였다. 그림 1에 보이는 발화 공장동(연면적 30,668㎡, 지상3/지하0) 2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공장이 반소(소실면적 15,334㎡)되고 건물 내부에 있는 생산품과 설비가 소실되면서 346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발화층(2층)의 바닥면적은 13,814㎡로 축구장 면적(7,140㎡)의 두 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지만, 2층 전체가 단 하나의 방화구획으로 설계되었다.
2022년 재산피해 2위 화재사고는 가구제조업체 구미공장 화재였다. 그림 2에 보이는 발화 공장동(연면적 17,591㎡, 지상2/지하0) 1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공장동과 옆 창고동이 전소되고 인접 공장 2동 반소와 4동 부분소로 295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발화층(1층)의 바닥면적은 9,607㎡로 축구장 면적보다 큰 규모지만 1층 전체가 단 하나의 방화구획으로 설계되었다.
2022년 재산피해 3위 화재사고는 인천공장 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였다. 그림 3에 보이는 발화 ESS건물(1,970㎡, 지상2/지하0) 1층(리튬이온배터리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해당 건물이 전소되고 인접 건물이 부분소를 입어 255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발화층(1층)의 바닥면적은 987㎡로 1,000㎡를 넘지 않지만, 리튬이온배터리의 열폭주로 진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형화재로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2022년 재산피해 4위 화재사고는 대전아울렛 지하주차장 화재였다. 그림 4에 보이는 발화 건물(연면적 118,445㎡, 지상5/지하2) 지하1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발화층만의 소실(39,925㎡)로 199억 원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지하1층은 35,104㎡(주차장, 축구장 크기의 5배)와 4,821㎡(기계실, 공조실, 방재실, 사무실 등) 방화구획으로 설계되었다.
2022년 재산피해 5위 화재사고는 울산공장 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였다. 그림 5에 보이는 발화 ESS건물(936㎡, 지상3/지하0) 2층(리튬이온배터리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해당 건물이 전소 피해를 보아 123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발화층(2층)의 바닥면적은 312㎡로 1,000㎡를 넘지 않지만, 리튬이온배터리의 열폭주로 진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형화재로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2022년 재산피해 6위 화재사고는 가공지 제조 대구공장 화재였다. 그림 6에 보이는 발화 공장동(12,873㎡, 지상1/지하0) 1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접 공장을 포함하여 5동이 전소하고 4동이 반소하여 100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발화층(1층) 바닥면적은 12,873㎡로, 축구장 크기의 2배보다 조금 작은 면적으로 단 하나의 방화구획으로 설계되었다.
2022년 재산피해 7위 화재사고는 교과서 출판 세종공장 화재였다. 그림 7에 보이는 발화 창고동(3,465㎡, 지상1/지하0) 1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1동이 전소되고 1동이 반소되어 86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발화층(1층) 바닥면적은 3,465㎡로, 축구장 크기의 절반 정도 되며, 1,000㎡를 초과하는 2개의 방화구획으로 설계되었다.
2022년 재산피해 8위 화재사고는 자동차 부품제조 안산공장 화재였다. 그림 8에 보이는 공장동(6,491㎡, 지상4/지하0) 2층에서 발화한 화재로 인접 공장을 포함하여 2동이 반소되고 1동이 부분소되며 78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발화층(2층)은 1.000㎡를 초과하지 않도록 3개의 방화구획으로 설계되어 있었으나, 대형화재로 발달하는 것을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
2022년 재산피해 9위 화재사고는 자동차 전자부품제조 안성공장 화재였다. 그림 9에 보이는 공장동(2,136㎡, 지상2/지하0) 2층에서 발화한 화재로 공장동 전체가 전소하여 70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발화층(2층) 바닥면적은 879㎡로, 1.000㎡를 초과하지 않아 단 하나의 방화구획으로 설계되었다.
2022년 재산피해 10위 화재사고는 부천 복합 쇼핑몰 화재였다. 그림 10에 보이는 쇼핑몰(198,697㎡, 지상9/지하3) 4층에서 발화한 화재로 발화층 약 5,200㎡가 소실되어 52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발화층(4층)은 대형판매시설(16,623㎡)과 버스터미널(1,141㎡)로 사용되고 있었으며, 해당 층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3.000㎡를 넘지 않도록 방화구획이 설계되었다.
대형화재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건축법에서는 ‘방화구획’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상기 대형화재 10선은 모두 발화장소 방화구획을 벗어나 인접으로 연소 확대되면서 발생했다. 방화구획이 왜 뚫렸는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우선 ESS 화재는 진압이 어려운 화재로 잘 알려져 있다. 건축법 시행령 제46조 제1항은 바닥면적 1,000㎡마다 방화구획을 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런 규정이 ESS에도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경우 3,000㎡마다 방화구획을 하도록 완화해준다. 부천 복합 쇼핑몰이 이 혜택을 받았다. 공장 또는 지하주차장 등 운용상 필요한 경우, 방화구획 조건을 완화해준다. 이에 따라 1위 구미공장은 축구장 면적 2배 크기가 하나의 방화구획으로 4위 대전아울렛 지하주차장은 축구장 면적 5배 크기가 하나의 방화구획으로 설계되었다. 2022년 대형화재 10선 중 방화구획 완화 혜택을 받은 건은 6건이다. 스프링클러 설치 시 완화 혜택 한계를 3.000㎡로 정하고 있지만, 운용상 필요로 인한 방화구획 완화에는 한계가 없으며, 이 조항이 대형화재를 초래하는 큰 허점으로 생각된다. 방화구획 완화 혜택을 받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안전조치를 더욱 튼튼히 해야 하는데, 현행법에서는 이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건축법 시행령 제46조(방화구획 등의 설치) ‘② 제46조제1항 방화구획 조건을 완화하여 적용하고자 하는 경우, 대통령으로 정하는 대형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되었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여야 한다’로 개정하여 혜택의 반대급부로 더욱 강한 안전조치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