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곽 훈 화재보험협회 위험관리지원센터 차장
다량의 위험물, 고압가스 등을 제조·취급 및 저장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는 석유화학공장은 고도의 기술집약적인 장치산업으로서 화재, 폭발 등의 사고 발생 시 근로자, 사업장뿐 아니라 인근 지역, 국가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9년 특수건물 화재통계·안전점검 결과분석」 에 따르면 특수건물 공장 업종에서 발생한 재산피해 20억 이상의 대형화재(총 14건) 중 화학공장이 64%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업휴지(BI)까지 포함하면 석유화학공장의 손해율은 타 업종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폭발 및 누출사고로부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조시설, 공정제어설비, 저장시설, 그리고 일반 업무용 건물 간의 적정한 이격거리의 확보 및 배치가 중요하며, 이 장에서는 개정된 KFS-701를 소개하고자 한다.
과거 손실사례에 의하면, 밀집 지역에서의 화재·폭발·누출과 같은 사고는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며, 적절한 공장의 배치와 위험지역 사이에 충분한 이격거리를 확보하는 것은 손실예방과 제어에 필수적이다.
가. 설계 오류 분포
Kidam and Hurme(2012)의 연구에 따르면 공정 플랜트 사고의 79%가 설계 오류와 관련되어 있으며, 사고로 이어지는 가장 일반적인 유형의 설계 오류는 [그림 1]과 같이 배치가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 장점
적절한 배치와 충분한 이격거리 확보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폭발사고로 발생하는 과압은 폭발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급격히 줄어든다.
(2) 이격거리가 증가할수록 화재로 인한 복사열 강도는 급격히 감소(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3) 방출원에서의 이격거리가 증가할수록 가스의 농도도 감소한다.
(4) 유지관리, 점검 및 소화활동을 위한 접근이 쉬워진다.
(5) 개방된 지역에서의 유출(Spill) 및 유출 화재(Spill Fire)의 제어가 더 용이하여 기체 연소위험을 감소시킨다.
(6) 고가설비의 집중도를 낮춰서 사고 발생 시 발생하는 재산의 피해를 줄인다. 즉, 고가설비의 분산과 폭발 위험지역의 적절한 이격거리는 추정최대손실을 낮춘다.
다. 단점
충분한 이격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장 건설에 필요한 투자비를 증가시키지만, 잠재적으로 물리적, 구조적인 손상을 줄여 업무 중단 및 피해 복구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수명주기 비용을 감소시켜 사고 발생 시 생산 차질 및 피해 복구를 위한 추가 비용보다 이익이 더 클 수 있다. 또한, 위험을 적절하게 분리시킬 경우 방호설비의 설치를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시설의 적절한 배치가 반드시 공사비를 증가시키지는 않는다.
(1) 더 넓은 공장부지가 필요하다.
(2) 더 많은 배관, 케이블, 도로 및 용량의 규모가 큰 배수설비가 필요하다.
(3) 배관의 길이가 증가함에 따라 마찰손실이 증가하므로, 펌프의 추가 설치나 더 큰 용량의 펌프 및 압축기가 필요하게 되므로 운전비가 증가한다.
라. 고려사항
화학공장 등의 배치 및 이격거리를 결정하는 데 있어 고려하여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공정 요구사항
비슷한 설비들을 이웃에 배치하거나, 공정흐름도의 순서에 따라 배치할 수 있으며, 중력흐름에 따라 한 용기를 다른 용기 위에 배치해야 될 수 있다.
(2) 경제성
경제성은 철구조물, 콘크리트, 배관 및 전기케이블 등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하나의 지지대에 두 개의 품목을 공유하면 시공작업이 최소화되고, 내하력이 충분한 지역에 중장비를 배치하면 고가의 파일작업 비용을 줄일 수 있다.
(3) 조작성
조작의 편의성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조작을 수행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며, 실수할 가능성을 줄이고, 오작동이 조기에 감지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밸브와 계기 등은 작업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작업자는 플랜트 지역을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4) 제어 요구사항
중앙집중제어 또는 분산제어 등 선택된 제어방법은 배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5) 유지보수 및 건축의 용이성
필요한 경우 수리 또는 정기보수를 위해 신속하게 해체할 수 있어야 하며, 이미 구축된 장치를 제거하지 않고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6) 향후 증설, 확장의 용이성
생산중단을 최소화하면서 향후 추가될 구조물, 장치 및 배관의 확장이 용이하도록 배치하여야 한다.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의 경우 향후 배관 확장을 고려하여 파이프 랙 너비의 20 %를 여유분으로 확보해 놓는다.
(7) 피난 및 소화활동의 용이성
비상사태 시 작업자는 신속하게 피난할 수 있어야 하며, 소방관은 하나 이상의 경로를 통해 공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8) 작업자 안전
돌출부, 이동식 기계장치, 고온, 저온 표면, 화학물질의 유출 등으로 작업자가 부상을 입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9) 위험 방지
하나의 유닛에서 발생한 화재, 폭발 및 독성물질 누출 시 다른 유닛으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또한, 단위공정은 취급물질의 양, 운전온도와 압력, 위험성, 소화설비 등을 고려하여 상호 안전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10) 환경에 미치는 영향
주거지역과 인접한 부지의 경우 특별한 검토가 필요하며,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대규모 누출물의 확산을 막고 지표면 배수 및 공장 폐수를 제어하기 위해 적합한 배수시설을 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
(11) 자연재해 및 기후
낙뢰, 지진, 홍수, 해일 등 자연재해에 대비하여야 하며, 풍향, 풍속, 연중 온도(하절기 최고온도, 동절기 최저온도), 습도, 압력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화학공장 등의 배치 및 이격거리는 화재, 폭발 및 독성물질의 누출 등의 사고로 인한 피해범위를 예측하여 그 손실을 평가하는 최대예상손해를 바탕으로 산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복사열, 과압 또는 공기 중에 확산되어 있는 독성물질에 의하여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위공정 등은 KFS-701을 참고하여 배치 및 이격거리를 확보하여야 한다.
가. 사고시나리오에 대한 피해범위 예측
화학공장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폭발 또는 독성물질의 누출 등의 사고는 화재, 폭발 또는 확산모델을 사용하여 사고시나리오에 관한 최대예상손해를 산출할 수 있다. 이 장에서는 사고시나리오별 모델을 언급하며 세부 모델에 의한 계산방법은 Center for Chemical Process Safety(이하 CCPS)에서 발간한 Guidelines for Chemical Process Quantitative Risk Analysis 등 참고문헌을 참고한다.
(1) 화재모델
누출된 증기운이 점화되면 누출원 쪽으로 화재가 전파된다. 만약 배관 또는 플랜지 부위에서 누출되는 물질이 즉시 점화된다면 액면 화재 또는 분출 화재를 형성하게 된다.
액면 화재 시에는 Netherlands Organization for Applied Scientific Research(이하 TNO) 모델 등의 적절한 액면 화재모델을 사용하며, 분출 화재를 간단히 정량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은 “미국석유협회(이하 API) 분출 화재모델”을 참고한다.
(2) 폭발모델
화재 시 저장탱크의 순간적인 파열에 의해 비등액체 팽창증기폭발, 화구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화구의 크기 또는 화구로부터 거리에 따른 복사열 등은 CCPS 화구(Fireball) 모델, TNO 모델 등을 사용하여 계산할 수 있다.
액화가스 등을 보관하는 장치의 밸브가 파손되거나 노후되면 그 부분으로 저장되어 있던 물질이 누출된다. 누출된 물질은 증기운을 형성하며 대기의 안정도와 바람의 세기에 따라 그 크기와 농도가 달라지게 된다. 이때 농도가 폭발하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착화될 경우 화재가 일어나며 폭연(deflagration)이 주로 일어나게 된다.
증기운폭발 예측에 사용되는 모델은 TNT Equivalent 모델, TNO Multi-energy 모델, Baker-Strehlowa 모델 등이 있다.
(3) 확산모델
누출된 인화성액체 또는 인화성가스가 누출 즉시 점화되지 않는다면 증기운을 형성하여 먼 거리까지 확산된다. 이 증기운은 확산되면서 공기와 희석되고 결과적으로 폭발 하한계에 도달하여 더 이상 화재의 위험이 없게 된다. 그러나 독성물질인 경우에는 독성물질이 바람에 의해 상당히 먼 거리까지 확산되어 농도가 낮다 할지라도 주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 화재모델
화학공장 등에서 단위공정 등의 배치와 이격거리는 화학공장 등에 화구 등과 같이 짧은 시간 동안 발생하는 강렬한 복사열에 의한 위험 또는 액면 화재, 분출 화재 등에 의한 장시간의 복사열에 의한 위험을 고려하여야 한다. 단위공정 등은 공정장치의 손상을 고려하여 복사열이 37.5 ㎾/㎡(11,900 Btu/hr/ft2) 이하가 되도록 배치하여야 한다.
복사열이 미치는 거리를 줄여야 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최소이격거리를 줄이는 대신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Active System에 의한 드렌처설비, 수막 또는 스팀막설비(Water or Steam Curtain) 등을 설치한다.
나. 폭발모델
화학공장 등에서 인접 유닛의 중요한 장치는 과압원주 20.7 kPa(3 psi) 내부에 설치해서는 안 된다. 또한, 과압원주 6.9 kPa(1 psi) 내부에 있는 인접 유닛의 장치 및 건축물은 증기운폭발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하여야 한다.
최소이격거리를 줄여야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최소이격거리를 줄이는 대신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Passive System에 의한 방폭 및 비산물 방지구조물로 노출 위험을 막거나, 노출 시설의 구조를 방폭형 및 비산물 방지형으로 설치한다.
다. 확산모델
대기 중에 확산되는 독성물질에 근로자, 인근 주민이 노출되는 경우 독성물질의 농도 및 노출시간에 따른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AEGL(Acute Exposure Guideline Level)-2 값을 우선 적용하고, 그다음 ERPG(Emergency Response Planning Guideline)-2, TEEL(Temporary Emergency Exposure Limits)-2의 농도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로 한다.
라. 각 설비간 배치 및 이격거리
전체 공장배치, 접근로 확보, 단위공정 간 이격거리, 지원설비, 컨트롤룸, 부대시설 및 입·출하장, 저장탱크집합지역, 상압저장탱크, 압력 및 냉동저장탱크의 배치 및 이격거리는 개정된 KFS-701을 참고한다.
또한 화학공장 등의 단위공정과 설비 간 이격거리 등은 CCPS(Center for Chemical Process Safety)에서 2018년 발간한 Guidelines for Siting and Layout of Facilities를 바탕으로 업데이트하였으며, [표 1]을 참고한다.
석유화학공장에서 단위공정 등의 적절한 배치와 충분한 이격거리를 확보하는 것은 안전성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화재나 폭발 등의 사고로부터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도면 단계(AFD : Approval For Design)에서부터 배치 및 이격거리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