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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안전성 향상 필요성

R&D전략팀장 최명영

(공학박사, 소방기술사, 미국기술사, CPCU, ARM)

Ⅰ. 개요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내연기관차의 배기가스 배출을 규제하고,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 도입을 위한 각종 지원정책으로 인해 전기차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국제 에너지 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시장은 ‘22년 3천만대에서 ‘30년 2억4천만대로 8배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에 발맞춰 환경부 보도자료(“전기차 쉽게 충전하고 안전 관리 강화한다”, ‘23.6.29)에 따르면 ‘23년 5월 기준으로 전국에 24만여기의 전기차충전기를 ’30년 전기차 420만대 보급에 대비해 ‘30년까지 충전기 123만기 이상 보급을 목표로 설정하여 추진할 예정이다. 전기차 수가 증가 함에 따라 일부 사람들은 화재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할 수도 있으나 국내외 여러 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발생율은 내연기관 대비 더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충전/주차 중 화재 및 저속 하부 충돌 시 화재 등 기존 내연기관 차와 다른 양상의 위험이 확인되고 있으며, 특히 국내 여건 상 전기차 충전설비가 건물 지하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화재 시 대형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여기서는 전기차 안전성 관련 주요 사고 현황과 안전성 향상 연구 동향 등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Ⅱ. 전기차 화재 및 사고 현황

(1) 전기차 주요 화재 원인

호주 국방부의 후원을 받는 EV FireSafe는 전세계의 전기차 화재 데이터를 집계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23년 6월까지 데이터베이스에는 도로를 달리는 약 3천만 대의 전기 자동차 중 전 세계적으로 확인된 화재가 393건이 기록되었다. EV FireSafe 2021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발생 원인은 원인미상(37건), 충전 중(31건), 제조사/배터리 결함(24건), 충돌(20건) 등의 순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중국 언론이 보도1) 한 자료에 따르면 2020-2022 화재 원인을 분석한 결과 86건의 화재사고 중 화재사고 유형은 크게 충전 중 화재, 주행 중 화재, 주차 중 화재, 충돌 후 화재 등 4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다. 화재사고 4건 중 원인불명 사고 7건을 제외하면 주차 중 31건, 충전 중 22건(충전기 화재 포함), 주행 중 20건, 충돌 후 6건 발생하였다. 전기차 화재는 충전/주차 중 많이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표1. 전기차 화재 원인

(자료 출처 : EV FireSafe 2021)

(2) 전기차 및 배터리팩 구조

전기자동차는 KS R 0121(도로차량-하이브리드 자동차 용어)에 따른 분류에서 ‘차량 추진을 위한 동력원으로 전동기와 구동 축전지(traction battery)만을 사용하는 자동차’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전기차 주요 부품은 다음과 같다.

그림1. 전기차 주요 부품 및 개략도

(출처: 전기자동차(EV) 안전성 평가 및 통합 안전 관리 기술 개발 기획, 국토교통부. ‘22.6.30.)

전기차 화재는 주로 배터리팩에서 발생하는데 배터리팩은 다수의 배터리 셀을 집적한 다수의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배터리 셀은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을 사각형의 알루미늄 케이스에 넣어서 만드는데 이 배터리 셀을 외부충격과 열, 진동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개수로 묶어 프레임에 넣은 배터리 조립체를 배터리 모듈이라 하며 배터리 모듈에 에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냉각시스템 등 각종 제어 및 보호 시스템을 장착하여 배터리팩을 구성한다.

그림2. 전기차 배터리팩 구성

(출처: 전기자동차(EV) 안전성 평가 및 통합 안전 관리 기술 개발 기획, 국토교통부. ‘22.6.30.)

(3) 전기차 화재 특성

EV Fire Safe 조사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시 95% 가 배터리 측면으로 수평화염을 내뿜는 제트 화염 형태로 연소하게 된다. 이때 화염의 온도는 1000℃ 이상인데 이 화재가 주차장에서 발생한다면 급격한 속도로 연소 확대가 발생할 수 있다. EV Fire Safe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시 오프가스가 빠르게 발생하며 팝콘 튀기는 소리와 휘슬소리가 들리고, 이후에 제트 화염이 관측된다고 한다. 이는 실제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영상은 2020년 5월 8일 중국 둥관의 한 충전소에서 전기차에 충전 중 화재가 발생한 사고다. 영상에서도 오프가스 발생, 팝콘 튀기는 소리와 휘슬 소리, 수평 제트 화염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3. 좌) 전기차 측면 오프가스 발생

그림4. 우) 전기차 측면 화염 발생
(오프가스 관측 후 20초 후)

그림5. 좌) 전기차 배터리 측면 제트 화염 발생
(화염 발생 5초 후)

그림6. 우) 인접 차량 화재 확산
(화염 발생 40초 후)

그림7. 2020년 중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확대 양상

(출처 : 유튜브, 검색어: Electric Eco car on fire problem burn damage hybrid ev byd etron tesla problem in battery charger)

Ⅲ. 전기차 충돌 안전성 향상 연구 동향

(1) 전기차 충돌 후 화재 원인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발표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충돌사고로 인한 화재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전기차 보급에 따라 최근 전기차 충돌 발생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2018년부터 국내 전기차 화재 건수 조사대상 총 94건 중 충돌 사고 후 화재 건수가 총 10건에 달한다. 이 중 9건을 분석한 결과 모두 배터리 직접 손상에 따른 배터리 내부 셀 단락으로 발생하였다. 6건은 고속 정면 추돌에 의해서 화재가 발생하였으나 3건은 전기차 하부 충돌로 인해 발생한 것이며, 이 중 한건은 13km/h의 저속으로 도로 연석과 충돌하여 화재가 발생하였다. 고속 충돌 화재는 내연기관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사고지만 저속 하부 충돌 후 화재사고는 내연기관차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전기차 고유의 위험으로 볼 수 있다. 전기차 하부 충돌 화재위험은 해외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이후 총 198건의 테슬러 전기차 화재 건 분석(출처 : http://www.tesla-fire.com/index-amp )한 결과 총 198건 중 충돌에 따른 화재 가 69건이었으며, 정면충돌 58건, 하부충돌 6건, 측면충돌 3건, 후방추돌 1건, 낙하 1건 순으로 많이 발생하였다. 충돌 후 화재 건수에서 대부분 정면충돌이으나 하부 충돌도 두번째로 발생빈도가 높은 6건 발생하였다.

(2) 전기차 하부 충돌 안전성 연구 동향

전기차가 활발히 보급되고 있는 중국에서도 하부 충돌에 따른 화재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어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중국의 한 연구논문(“An Investigation on the Ground Impact of Electric Vehicle”, Zhiwei et al 2022)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하부 충돌 형태를 분석한 결과 하부 충돌사고를 Bottom scraping, Bottom supporting, High velocity splashed/Puncture로 다음과 같이 구분하였다.

  • ① bottom scraping : 차량 주행 중 고정 장애물과 접촉하여 차량의 길이 방향으로 차량 바닥에 부딪힌 경우
  • ② bottom supporting : 도로의 요철이나 갓길 위아래로 통과할 때 차량의 수평속도가 느려 장애물의 하부가 차량 하부와 충돌할 때 주로 차량의 높이 방향으로 충격을 받게 되는 경우
  • ③ high velocity splashed/punctures : 차량이 고정되지 않은 장애물을 통과할 때 장애물이 바닥과 고속 충격을 가하는 경우

하부 충돌 사고를 상기와 같이 구분하여 비중을 조사한 결과 Bottom scraping(48%), Bottom supporting(38%), High velocity splashed/Puncture(14%) 순으로 발생하였다. 이에 전기차 하부 충돌 안전성을 평가하고 연구하기 위해 다양한 시험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림8. (a) 전기차 하부 충돌 개략도, (b) 전기차 하부 충돌 형태 분류 및 비중

(출처 : An Investigation on the Ground Impact of Electric Vehicle, Zhiwei et al 2022)

전기차 전문 생산업체인 테슬라에서도 전기차 하부 충돌의 위험성을 인지하여 하부 충돌 시 물리적인 충돌에 대비하여 다양한 보완을 한 것이 확인되었다. 테슬라에서는 하부 충돌 위험성을 개선하기 위해 차체 하부 쉴드 등을 보완하였다. 도로에 있는 잔해물이 하부 배터리 팩과 충돌할 위험성을 낮추고 충돌 시 물리적인 강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선책으로 추정된다.

그림9. 테슬라 모델S 하부 쉴드 보완 사진

(출처 : Life with Tesla Model S, Green car reports)

(3) 전기차 하부 충돌 안전성 연구 필요성

금융감독원 보도자료(“전기차 자동차보험 현황 및 감독 방향”, 2022.6.7.)에 따르면 최근 4년 전기차 보험료 상승률 비전기차대비 3배 이상 급상승하고 있다. 이 원인 중 하나로 평균 2000만원에 달하는 전기차 배터리의 교체 기준이 없어 고전압 배터리의 경우 전문 정비업체 부족으로 부분수리가 곤란하고, 제작사의 교환정책 등으로 경미한 손상에도 전부 교체 수리되고 있는 경우도 확인되었다. 세계적인 리튬이온배터리 제조업체와 전기차 제조업체를 보유한 우리나라에서도 미래 산업인 전기차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관련 연구를 선제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충돌 후 화재안전성을 향상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저속 하부 충돌로 인한 화재 안전성을 확보하여 배터리 안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안전성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방재시험연구원에서도 최근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주관하는 전기차 신규 충돌평가 개발 제작사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으며, 전기차 충돌 안전성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시험설비도 최근에 구축하였다.

그림10. 방재시험연구원 전기차 하부 충돌 안전성 연구를 위한 시험장 사진

Ⅳ. 맺음말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자동차보험의 영역이 되지만 전기차 화재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충전 또는 주차 중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재물보험의 영역이 된다. 전기차 화재는 순식간에 발생되어 인명 피해의 우려도 있으며, 전기차에 설치되는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폭주 현상으로 화재 시 진압이 어려워 매우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여건 상 전기차 충전설비는 건물 지하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고 지하 4층 이하의 층에 설치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지하 깊은 층에서 전기차 화재 시 심한 연기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소방대원이 현장에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지금껏 전기차 상품성을 향상하기 위해 주행거리나 가격 경쟁력에 중점을 두고 제품을 개발했다면 전기차 보급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위해 전기차 화재 안전성 향상이 필요하다. 국가의 미래 신산업인 친환경차 산업의 글로벌 시장 선점 및 국가 산업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사용 환경 구성 관련 기술 확보가 선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전기차 화재로 인해 큰 사고가 발생하여 이슈가 될 경우 전기차 보급 확대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해외의 경우 단 한건의 사고로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주차를 금지하거나 금지하려는 독일이나 벨기에 사례로 볼 때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례는 비단 전기차 뿐만 아니라 리튬이온배터리가 사용된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사례와 같이 화재로 인해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할 경우 보급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전기차 안전성 향상을 위한 선제적인 다양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