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의 제왕으로 불리는 암은 한국인의 40대 이후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병이다. 흔하기로 서나 중하기로 서나, 많은 사람들이 그만큼 두려워하는 질병이다. Cancer라는 단어로 암을 부르기 시작한 사람은 많은 이들이 익히 알고 있는 히포크라테스였다. 그러나 이름이 붙여지기 전에, 암에 대한 증상의 기록에서 발견된다. 기원전 3천 년경,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는 8명의 유방암으로 추정되는 질병을 언급하고 있다. 소작술1)(cauterization)로 제거하였다는 기록과 함께, 궁극적인 치료방법이 없다고 기술하기도 했다.
암(癌)을 나타내는 한자의 기원이 바위를 뜻하는 문자(嵒)에 병들었다(疒)는 글자를 합하여 형성된 것처럼, 암은 흔히 커지면서 딱딱한 종괴를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의학적 정의에 따르면, 꼭 종괴를 형성하지 않더라도, 제어되지 않는 증식을 지속하는 세포들의 병을 통상적으로 암으로 일컫는다. 종괴가 없는 암의 흔한 예로, 혈액세포의 악성증식을 특징으로 하는 백혈병이 여기에 속한다. 정의에서 보듯, 우리 몸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어느 부위에서 든 암은 발생할 수 있다. 단지 흔하게 발생하는 부위와 그렇지 않은 부위가 있을 뿐.
암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들에게서 흔히 듣는 질문은, 나는 왜 암에 걸린 것 이냐는 질문이다. 단순히 암에 걸린 원인을 알고 싶어서 질문하는 환자는 없다. 여기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과, 이에 대한 원망의 투사체를 찾고 싶은 심리가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확실한 원망의 대상을 알려 주기는 어렵다. WHO 산하 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에서는, 알려진 암의 발생과 관련된 물질을 분류하여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주변에서 보는 그 많은 암 환자들이 모두 이러한 물질에 노출되어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결국 우리는 아직 답을 알고 있지 못한다. 오히려 관련된 연구가 깊어질수록, 일부에서 암은 노화와 관련된 자연발생(?)적인 현상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쓰기도 어려운 숫자로 표현될 만큼 많은 세포들이, 그리고 그 한 세포가 가진 길고 긴 유전물질들이 복제되는 과정에서, 몇 개의 오류가 생긴다 한들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다행히도 그 오류는 철저하게 복구되거나 제거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몸에서 매 순간 일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오류-회복의 과정은 한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인간 수명은 늘어나고 그 과정은 더욱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으니, 정상을 벗어난 암이라는 돌연변이가 태어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확률에 관한 문제가 된다. 물론 이는 암의 발생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매우 단순화시킨 것이겠으나, 환경 또는 유전적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노화와 관련된 요소는 암의 발생에 큰 관여를 한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암은 인간 생로병사의 과정에 근원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먼 과거, 암치료와 관련된 약제가 충분하지 않을 때에는 원시적인 병변 부위의 제거 또는 소작술(cauterization) 정도의 치료방법이 전부였다. 암에 대한 병리학적 이해가 깊어지고, 근대적인 외과적 치료방법이 출현한 것은 19세기 후반부터였다. 이후 외과적 절제술의 발전은 시간에 따라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반면, 방사선을 이용한 치료나, 약물을 이용한 암치료의 본격적인 발전은 20세기 중-후반부터였다. 암치료의 근간을 이루는 3가지 치료방법의 현대적인 발전은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셈이다. 인체의 다양한 질병을 다루는 의학 분야 중에서도, 암과 관련된 분야는 그 발전 속도가 특히 빠르다(물론 빠르다는 의미는 일반인들이 기대하는 속도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암 치료는 고전적으로 국소 치료와 전신 치료로 나누게 된다. 국소치료는 치료를 직접적으로 받는 해당부위에 암을 치료하게 되는 것이고, 직접 치료를 받지 않는 부위는 말 그대로 치료와는 관련이 없다는 이야기이다(최근 과학적 이론과는 맞지 않는 개념일 수도 있다). 여기에는 수술적 치료와, 방사선 치료가 해당한다. 전신치료는 말 그대로 전신에 치료효과를 보여주는 치료로, 약물치료가 해당한다. 통상적으로 암이 몸전체로 퍼지지 않는 국소적인 상태일 때에는 국소치료, 암이 전신에 퍼진 상태라면 전신치료를 시행한다. 여전히 유효한 개념이나, 현대 암치료는 각 치료법을 암의 국소/전신 상태에 국한하여 사용하지는 않는다. 여러 방법을 적절히 병합하여 치료의 효과를 최대한 높이는 것이 현대 치료방법의 추세이다.
암치료 성적은 분명히 향상되고 있다. 여러 암종에서 과거 10년 혹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그 생존율은 많이 향상이 되었음은, 여러 자료로, 숫자로 증명이 가능하다. 이는 최근 암 치료법의 발전뿐만 아니라, 일부 암종에서 검진을 통한 조기발견의 비율이 증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 나아간다면, 우리나라가 많은 사람들이 건강 검진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먹고 살만한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조기 발견과 상관이 없는, 전이성 암의 완전 치료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약물 치료로 대표되는 전이성 암은 아직 생존율이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며, 최근의 신약 개발은 여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가야 할 길이 멀지만, 한 발자국 씩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