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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 특별점검으로 알아본 차수판 효과와 한계

글 이영규 화재보험협회 위험관리지원센터 과장, 공학박사

1. 머리말

     2022년 8월 8일에서 17일 호우로 14명이 사망하고, 주택·상가 등 15,862동이 침수되는 대재해가 발생했다.1) 화재보험협회의 안전 점검을 수검하는 특수건물2) 또한, 침수 피해를 비껴가지 못하였다. 화재보험협회 서울인천지역본부는 올해 8월 집중호우 수해 지역을 중심으로 자연재해 특별점검을 시행하였다. 특히 이번 자연재해 특별점검을 통해 차수판의 효과와 한계를 확인하게 되었으며, 이를 토대로 차수판의 최대 효과를 끌어내기 위한 고려사항을 논해보고자 한다.

2022년 8월 수도권 집중호우 시 수해 지역

2. 자연재해 특별점검

    [그림 1]은 화재보험협회에서 운영하는 위치기반 언론 보도 사고자료이다. 대재해 시 언론에서는 제보 영상과 취재 영상을 보도하며, 국민이 대재해 실상을 공감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화재보험협회는 언론 보도 영상 속의 이정표를 통하여 해당 사고 지점을 파악하고 사고 지점에 언론 보도 사고자료를 매핑(mapping)하여 자료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 이렇게 확보한 위치기반 언론 보도 사고자료는 [그림 2]와 같이 특수건물 분포도와 중첩하여 수해 특수건물 선별에 활용되었다.

위치기반 언론 보도 사고자료(파란색 심볼)와 특수건물(빨간색 심볼)

A-상가의 차수판 설치 전(2010년)과 설치 후(2022) 모습

    화재보험협회 서울인천지역본부에서는 언론 보도 사고지역을 중심으로 자연재해 특별점검을 시행하였다. 그 중, A-상가(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2011년 홍수시 큰 수해를 겪었으며, 이후 지하 주차장 램프(자동차 출입 경사로)에 [그림 3]과 같이 차수판을 설치하였다. 이로 인하여 올해는 가벼운 침수 피해만 있었으며, 반나절 청소 후 영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고 한다.

B-건물 지하주차장 램프 차수판과 변압기 보수 모습

     B-건물(서울 서초구 서초동)은 지하 7층, 지상 20층으로 구성된 건물로 2011년 침수 피해를 겪으면서 모든 출입구에 차수판을 설치하였다. [그림 4]의 왼쪽 사진은 지하 주차장 램프에 설치된 유압식 차수판을 보여주고 있다. 차수판이 설치되어 있으나 차수판 전개가 조금 늦게 되면서 지하 7층에 설치된, 소방펌프, 변압기, 발전기 등 중요 설비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특별점검 당시 수신기, 소방펌프, 발전기 설비의 복구는 완료되었으나, 변압기는 복구에 한 달이 소요될 것으로 관계자가 설명해 주었다. 조금만 일찍 차수판 전개가 이루어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안도감 또한 교차하는 사고 소식이었다.

     C-건물(서울 서초구 서초동)은 지하 6층, 지상 21층으로 이루어진 건물로 2011년 침수 피해를 겪은 후 지하 주차장 램프에 차수판 설치 공사를 하였다. 하지만 올해 8월 호우 당시, 차수판 전개를 제때 하지 못하면서 지하 6층에서 지하 2층까지 자연재해 특별점검으로 알아본 차수판 효과와 한계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지하에 설치된 변압기, 발전기, 수신기, 소방펌프 등 중요 설비가 피해를 보았다.

C-건물 지하주차장 램프 차수판과 차수판 브래킷(bracket) 모습

D-건물 차량 출입구 차수판과 5m 차수판 모습

E-건물 지하주차장 램프에 설치된 0.5m 높이 차수판 모습

     D-건물(서울 서초구 서초동)은 지하 4층, 지상 15층으로 구성된 건물로 2011년 침수 피해를 겪으면서 [그림 6]과 같이 차량 출입구에 차수판을 설치하였다. 차수판은 가로 5 m 높이 0.5 m, 두 개의 차수판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집중호우 당시 차수판을 전개하였으나 수압에 의해서 차수판에 큰 휨이 발생하면서 우수 유입 차단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옥외 기계 주차 설비와 승강기 내부 패널의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유입 우수를 최하층 배수펌프로 성공적으로 배출하면서, 큰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차수판 제작 시, 작용 수압과 휨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여 발생한, 우수 유입 사고로 판단된다.

     E-건물(서울 서초구 서초동)은 지하 6층, 지상 12층 건물로 2021년에 준공되어, 올해 처음으로 침수 손해를 입었다. 해당 건물은 준공 시, [그림 7]과 같이 0.5 m 높이의 차수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올해 집중호우 시, 침수심이 차수판 높이를 초월하면서 지하 4층에서 지하 6층이 완전히 침수되는 큰 수해를 겪었다. 이번 사고로 변압기, 발전기, 소방펌프, 동력 제어반, 수신기 등의 피해를 겪어, 보수 중에 있는것으로 확인되었다.

3. 맺음말

    본 글은 화재보험협회 서울인천지역본부에서 시행한 자연재해 특별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소중한 자료를 공유해 준 서울인천지역본부에 고마움을 전하며 끝맺음을 하고자 한다. 올해 8월 호우 시, ‘노아의 방주’로 불리며 차수판 효과를 톡톡히 본 청남빌딩(서울 서초구 서초동, 지하 5층, 지상 17층, 1994년 준공, [그림 8] 왼쪽 사진)이 화재였다. 높이 2m의 유압식으로 작동된 차수문 안의 평온한 풍경과 차수문 밖의 물바다 풍경이 극명한 영상은 모든 시청자에게 경이감을 주며, 차수문의 필요성을 각인시켰다. 이번 특별점검을 통하여 대다수 특수건물에 차수판이 설치되어 있음을 확인했지만, 차수판을 제대로 설계하고 운영해야만 차수판의 100% 효과를 만끽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차수판 설계 시, 예상되는 침수심을 고려하여 여유 있게 차수판 높이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예상 강우량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환경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여유 있는 차수판 높이 설정이 필요하다. 차수판 높이가 설정되면, 예상 수압 작용 시, 차수판과 인접 구조물(건물 외벽 혹은 울타리 벽)이 손상 없이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구조적 해석 수행 후 제작·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차수판이 견고하게 제작되어 설치되었다면, 적절한 시점에 차수판을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하 주차장으로 우수가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수판을 전개하기는 결코 쉽지않은 일이다. 따라서 차수판 전개는 빗물 흐름이 발생하기 전에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자는 시간당 60mm 이상의 강우가 최인근 관측소에서 감지되는 시점을 차수판 전개 트리거로 추천한다. 차수판 전개 후 빗물 흐름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 차량 출입을 허용하기 위하여 차수판 전개를 해제하고 재전개하는 것이 허용되나, [그림 8]의 오른쪽 사진과 같이 빗물 흐름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차수판의 효과를 100% 끌어내기 위해서는 적절한 설계·시공·운영의 3박자가 제대로 맞아 돌아가야 할 것이다.

침수방어에 성공한 청남빌딩과 해제 후 재전개 난항을 겪고 있는 부산 소재 아파트 지하주차장

참고자료

1) 행정안전부, 안전관리일일상황, 8.8~17일 호우 대처상황 보고(8.17일 11시 기준).

2) 특수건물은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2조(특수건물)에 명시되어 있으며, 화재 시 큰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 가능성이 있는 중대형 건물을 특수건물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