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필요한 이유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필요한 이유

글 류상만 한국보험신문 실장

그래서는 안되지만 보험사고가 일어난다면 보험계약자가 보험사에 납부하는 보험료보다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얻는 보험금이 훨씬 크다. 그래서 보험은 복권과도 같은 사행성을 특성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범죄 개연성이 존재한다. 보험사기는 범죄 수사극이나 영화에 단골 소재가 될 정도로 요즘 부쩍 관심이 늘었다. 보험금을 둘러싼 충격적인 사건이 연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보험범죄가 늘어난 배경엔 희박한 죄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 자동차보험 입원환자가 일본에 비해 10배 가량 많았다. 요즘도 5배 정도에 달한다. 몇몇 사람들은 보험금을 두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병원도 좋고 본인한테도 이득이 된다고 생각한다. 죄의식이 희박하니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보험범죄는 이 세상 어떤 범죄보다도 무섭고 비도덕적이다.

보험범죄의 대표적 사건으로 보험가 사람들은 2000년부터 5년간에 걸쳐 일어났던 ‘엄인숙 사건’을 거론한다. 보험설계사 출신 엄인숙은 남편을 대상으로 첫 보험범죄를 시작한다. 엄인숙은 두 달 전부터 남편을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을 4개나 들더니 우울증에 걸린 남편 치료를 위해 필요하다며 정신과에서 수면제를 처방받는다. 남편이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먹고 몽롱해지자, 뒤쪽으로 넘어지게 밀어서 뇌진탕으로 보험금을 받는다. 첫 번째 범행이 성공하자 수법도 대담해졌다. 남편을 수면제로 잠들게 한 후 핀으로 눈을 찔러서 실명시켰고, 잠든 남편의 얼굴에 실수로 끓는 기름을 부은 것처럼 꾸며서 화상으로 보험금을 받는다. 엄인숙은 이 과정에서 의심을 피하기 위해 남편을 정성으로 간호했다. 그다음 해, 남편을 수면제로 잠든 상태에서 칼로 배를 찔러 남편이 자해한 것처럼 꾸며서 보험금을 또 받아낸다. 결국 2002년 남편은 고통 속에 죽어간다. 엄인숙은 이 과정에서 50여 차례에 걸쳐 3억 원에 가까운 보험금을 타냈다. 곧이어 두 번째 남편이 될 사람을 만났고 비슷한 수법으로 또 살해한다.

엄인숙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서 가족마저도 희생양으로 만든다. 그 다음 대상은 친어머니였다. 어머니를 수면제로 잠들게 한 후, 두 눈을 찔렀다. 눈이 실명되면 사망보험금에 버금가는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후 친오빠의 눈에 염산을 넣어서 실명시켰다. 그는 악마였다. 마약처럼 보험범죄를 끊지 못했다. 가족에 이어 예전 가사도우미로 알고 지내던 A씨에게 접근해 A씨 가족을 보험에 가입시키고 수익자는 자신으로 했다. 그 이후 화재를 일으켜 A씨 남편이 죽고 두 자녀가 화상을 입었다. 보험금을 더 받기 위해 A씨 자녀가 입원한 병원에 불을 지르려다 발각되어 경찰에 체포된다. 엄인숙은 보험범죄로 사망자 3명에 부상자 5명에게 피해를 입히고, 총 6억 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엄인숙은 수차례에 걸친 보험범죄를 통해 사치스러운 생활을 이어갔다.

날로 진화되는 보험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신설법이 필요하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이 대표적이다. 올해 1월 국회에서는 ‘보험사기 정부합동대책반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대표 발의됐다. 경찰청장이 관계 기관과 합동으로 보험범죄 정부합동대책반을 설치 운영하고, 적극적으로 보험사기를 방지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다. 보험사기 수사만을 위한 대책반 설치는 입법례를 찾을 수 없고, 특정범죄에 대해 과도한 수사권 부여는 과잉입법이라는 것이다. 어딘가 궁색하게 들린다. 보험범죄는 보험사와 의료계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곳이 아니다. 보험범죄를 예방은 우리 사회를 지키는 것이다. 보험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미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보험사와 수시기관의 협조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찰에 보험범죄를 전담하는 부서를 두어 수사역량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