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사진 채지형 작가
팬데믹은 여행도 바꿔놓았다. 마음이 동하면 훌쩍 떠나던 여행은 더 이상 힘들다. 해외를 향하는 발걸음이 늘고 있지만, 안전에 대한 걱정과 항공료 상승은 비행기 타기를 여전히 주저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여행의 목적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팬데믹 이후 첫 번째 해외 여행지는 괌이었다. 독특한 문화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떠나는 여행보다는 몸도 마음도 편하게 쉴 수 있는 여행지가 필요했다. 날씨가 좋고 사람들이 맑은 곳을 찾았다. 후보지는 여럿이었지만, 최종 선택지는 괌이었다. 멀지 않고, 비교적 안전하고, 호텔 선택의 폭도 넓어, 마음을 다스리기에 좋을 듯 싶었다.
바다가 선물한 마음의 틈
오랜만에 찾은 괌은 여전했다. 따스한 환대와 반짝이는 햇살, 무지개가 환하게 맞아줬다. 바람결에 움직이는 야자수 잎은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는 듯 했다. 호텔 22층에서 내려다 본 바다는 우주 같았다. 안약을 넣은 듯, 눈이 단번에 시원해졌다.
시간만 나면 바다에 눈을 던졌다. 바다 위 뭉게구름과 천천히 밀려오는 잔잔한 파도, 해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에 틈이 생겼다. 이런 시간이야 말로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멍하니 바다를 보고 또 봤다.
괌 이야기 좀 해 볼까. 괌은 우리나라 거제도와 비슷한 크기로, 마리아나 군도 가장 남쪽에 있는 섬이다. 가깝고 편안해, 우리나라 여행자들에게 특히 사랑받고 있다. 단 4시간이면 남국으로 날아갈 수 있는데다, 밤에 출발해서 새벽에 도착하는 비행 일정 덕분에 바쁜 직장인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시차도 1시간밖에 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가까운 편이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보면 본토(동부 기준)와 15시간이나 시차가 날 정도로 떨어져 있다. 미국령 가운데 가장 서쪽에 있어, 미국사람들은 ‘미국의 하루가 시작되는 곳’이라고도 부른다.
선택의 폭이 넓은 호텔
괌의 중심지는 투몬 베이다. 이곳은 괌 여행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만큼 롯데호텔, 하얏트리젠시괌, 두짓타니, PIC, 힐튼괌리조트 등 유명 호텔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 거리 바깥쪽에는 새하얀 모래사장이 긴 띠를 이루고 있다. 이곳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해가 질 때다. 시시각각 하늘이라는 캔버스에는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자연이 만든 작품에 경이로움을 표할 따름이다. 모래사장에 누워, 야자수 사이로 보이는 별을 보는 것도 특별한 즐거움이다.
자연과 함께 괌이 가진 매력 중 하나는 편하게 쉴 수 있는 호텔이다. ‘나 홀로’ 여행부터 가족여행까지, 태교여행부터 휴양여행까지 주제와 동행에 따라 호텔을 고를 수 있을 정도로 선택의 폭이 넓다. ‘호캉스 천국’이라고나 할까.
눈에 띄는 호텔 중 하나는 더 츠바키 타워(The Tsubaki Tower). 2020년 4월 오픈한 호텔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자연의 힘(power of nature)’이라는 디자인 컨셉으로, 곳곳에서 자연에 대한 경의를 표현하고 있다. 작명센스도 넘친다. 판할레(‘뿌리내리다’라는 뜻) 라운지, 가다오(괌의 전설적인 영웅 이름) 바, 누누(‘반얀트리’ 차모르어) 바 등 다소 어렵지만, 차모르 문화를 담아 이름을 붙였다.
투몬 베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호텔은 두짓타니(Dusit Thani) 괌 리조트로, 모든 방이 바다가 보이는 오션 뷰다. 이곳도 2015년에 문을 열었으니, 신상 호텔에 속한다.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가족여행이라면, 고민할 필요 없이 PIC 괌 호텔이다. ‘즐거움은 끝나지 않는다(The fun never end)’라는 슬로건처럼, 놀 거리 천국이다.
무공해 미소를 흠뻑 받으며 둘러본 괌
여행 마지막 날에는 투어 버스에 올랐다. 출발은 필수코스인 사랑의 절벽이었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 차모로 추장의 딸이 스페인 장교와 결혼을 강요당하자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긴 머리를 묶고 뛰어들었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푸른 바다를 더 파랗게 비추고, 연인의 슬픈 이야기가 파도와 함께 밀려들었다.
다음은 괌 포토존이 있는 스페인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 한쪽에는 포토존인 ‘GUAM’ 조형물이 있어,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듯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스페인 광장 주변에는 괌 최초의 카톨릭 성당인 아가나 대성당과 괌 박물관도 있어, 차를 빌려 여행한다면 이곳에서 시간을 넉넉하게 보내도 좋을 듯 싶었다.
현지인들이 사는 남부도 살짝 둘러봤다. 투어는 탁 트인 바다와 완만한 봉우리의 조화로운 풍광을 보여주는 세티베이 전망대에서 시작해 스페인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세운 솔레다드 요새, 괌 사람들의 휴양지인 메리조 부두, 자연이 만들어낸 수영장 이나라한으로 이어졌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아담한 자연 놀이터에서 무공해 웃음을 쏟아내고 있었다. 평화로운 이들의 미소와 깨끗한 자연의 에너지를 흠뻑 받은 괌 여행, 팬데믹의 끝자락에서 새로운 시작을 위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여행이었다.
<여행정보>
* 시차 : 한국보다 1시간 빠르다. 한국이 9시일 경우, 괌은 10시.
* 날씨 : 해양성 열대기후. 평균 30도를 밑돌지만 체감온도는 더운 편이다.
* 비행시간 : 약 4시간 20분
* 코로나 관련 입국 시 필요 서류 : 2022년 6월 12일부터 괌 입국 시 코로나 음성 확인서 지참의무가 폐지됨. 영문백신접종증명서(만 18세 미만 어린이의 경우 불필요)만 필요.
* 쇼핑 : 괌은 전 지역이 면세 지역이라 마음껏 쇼핑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 T갤러리아, GPO(괌 프리미엄 아울렛), 마이크로네시아 몰은 필수코스. 오픈시간을 꼭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