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사진 채지형 작가
겨울이 주는 선물 중 하나는 고요함이다. 추운 날씨는 일상의 속도를 늦춘다. 덩달아 마음도 가지런해진다. 이럴 때 잘 어울리는 친구가 자연과 책이다. 편안한 자연 속에서 책 한 권 읽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면, 전라북도 고창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고창읍성과 선운사로 유명한 고창에 상하농원과 책마을해리 등 새로운 여행지가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가능한 야외 여행지가 눈길을 끈다. 그중에서도 고창에 있는 상하농원은 목가적인 풍광을 감상하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어 인기다. 상하농원은 고창군과 매일유업이 함께 만든 농촌형 테마공원. 대지 약 9만 9100㎡에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목장과 농작물이 자라는 텃밭, 음식을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교실, 빵과 쨈, 된장, 소시지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는 공방, 건강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카페와 식당이 들어서 있다.
‘짓다·놀다·먹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상하농원에 가면 자연을 담은 건축물과 역동적인 사람이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동물들과 뛰어놀고 어른들은 평화로움을 누린다. 출발은 농원회관이다. 건물 입구에 농부들이 가꾼 농산물과 상하농원에서 나온 유기농 식자재를 판매하는 마켓과 매일유업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 마켓 옆에 있는 매표소를 지나면, 시원한 텃밭이 눈에 들어온다.
상하농원에서 인기 있는 장소는 소와 양이 사는 목장이다. 몽실몽실 귀여운 양에게 홍당무를 주기도 하고 아장아장 걷는 소에게 우유 젖병도 물려본다. 아이들은 먹이를 주는 즐거움에 푹 빠진다. 유기농 목장은 젖소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환기와 채광을 위해 지붕에 금속판을 사용했다. 겉은 철재로 지었지만, 목장의 자연스러움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 벽에 나무를 댔다. 상하농원은 젖소 한 마리당 916㎡ 이상의 초지와 17.3㎡ 이상의 축사가 확보되어야 하는 까다로운 유기농 우유 생산 조건도 갖추고 있다.
공방에서 눈으로 먹거리를 살펴봤다면 입으로 맛볼 차례다. 빵 공방에서 만든 빵은 파머스 카페로 옮겨 진다. 갓 구운 빵의 향이 그대로 남아있다. 파머스 카페에는 신선한 우유로 만든 진한 아이스크림을 비롯해 폴바셋 원두를 이용한 커피, 고창 복분자를 이용한 쥬스 등 특별한 메뉴도 여럿이다.
상하농원의 미덕 중 하나는 건축물이다. 단순하면서 특별하다. 뾰족지붕의 이국적인 모습과 돌담, 장독대의 전통미가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내뿜는다. 유기농 목장과 햄 공방은 유럽의 목장을 보는 듯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반면, 빵 공방과 발효 공방은 한국적인 전통미를 담고 있다. 의미를 생각하며 건축물을 둘러보다 보면, 상하농원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다가온다. 유기농 목장 뒤에 있는 강선달 저수지도 상하농원의 멋을 더한다. 여유가 있다면, 농원 옆에 있는 파머스빌리지에서 하룻밤 묵는 것도 좋다. 간결한 디자인에 여백의 미가 살아있다. 테라스에 앉으면, 목가적인 농장과 논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상하농원에서 약 5km 떨어진 곳에 책마을해리가 있다. 이곳은 폐교를 리모델링 해 만든 복합 문화 공간으로, 책과 함께 놀고 책을 만들기도 하는 특별한 장소다. ‘누구나 책, 누구나 도서관’이라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는 책마을해리. 20여만 권의 책과 상상력 넘치는 공간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책마을해리는 ‘책숲시간의숲’과 ‘버들눈도서관’, ‘동학평화도서관’, ‘책방해리’ 등 여러 공간으로 구성되어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느티나무 위에 지은 ‘동학평화도서관’이 눈길을 끈다.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올 것 같은 트리하우스가 도서관이다. 나무 위에서 책을 읽어보고 싶은 로망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포토존으로도 인기다.
운동장 한편에는 지혜의 상징인 부엉이가 서 있다.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문을 열고 들어가면 생태 관련 책을 볼 수 있는 생태도서관이다. 이곳에서는 책이 따분하게 느껴지지 않게 재미있게 다가온다.
교실도 도서관으로 변신했다. 책이 천장까지 쌓여있는 ‘책숲시간의숲(책숲)’에 가면, 고즈넉하게 책에 집중할 수 있다. 책마을해리의 중심공간인 ‘버들눈도서관’은 그림책과 어린이·청소년 책 전문 도서관으로 쿠션도 곳곳에 비치되어 있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책마을해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책감옥’이다. 스스로 책감옥에 들어가, 책 한 권 완독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다. 금·토·일·월 일주일에 나흘 문을열고, 입장료는 없지만 대신 책 한 권을 구입해야 한다
고창에서 먹거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풍요로운 갯벌이 있어 맛있는 음식이 넘친다. 그중에서도 백합칼국수와 장어는 꼭 먹어봐야 한다. 희고 깨끗한 백합으로 만든 백합칼국수는 시원한 국물 맛과 쫄깃한 식감이 그만이다. 보양 음식의 대표주자인 장어도 유명하다. 살살 녹는 맛에, 1970년대부터 이어져 온 고창장어의 내공이 느껴진다.
- 책마을해리
주소 : 전북 고창군 해리면 월봉성산길 88
문의 : 070-4175-0914
http://blog.naver.com/pbvillage
- 상하농원
주소 : 전북 고창군 상하면 상하농원길 11-23
문의 : 1522-3698
http://www.sangha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