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영규 화재보험협회 위험관리지원센터 과장, 공학박사
화재보험협회는 정부의 K-뉴딜정책 일환인 데이터댐 구축 사업에 2020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소방청과 함께 「소방안전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여기서 화재보험협회는 「재난보험정보센터」를 구축하여 재난보험 관련 데이터 제공자 역할을 담당한다.
K-뉴딜정책의 가장 큰 목표는 일자리 창출이다. 그렇다 보니 화재보험협회의 재난보험정보센터 또한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재난보험정보센터가 일자리 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상품 유통을 통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그 부가가치가 일자리를 충당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화재보험협회가 회원사로부터 출연금을 받아 운영하며, 회원사의 보험 활동에 필요한 일부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데이터 제공자 역할을 담당해 왔지만, 이번 사업처럼 부가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데이터를 유통하는 사업은 새로운 도전이라 하겠다. 이번 글에서는 재난보험정보센터의 데이터 상품 유통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전략을 소개하고자 한다.
화재보험협회는 2020년 10월에 재난보험정보센터 구축 사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2020년도에는 [그림 1]과 같이 화재보험협회가 관리하는 특수건물의 화재사고 데이터를 위주로 유통했다. 원본 데이터에 포함된 개인정보 또는 민감정보는 비식별 처리되거나 삭제되어 유통된다. 이렇다 보니, 개인 또는 개별 정보를 취급하는 기업에 데이터 상품을 어필하기엔 역부족이며, 모수 특성 파악을 위한 연구자, 정책개발자 혹은 상품개발자만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화재는 재해 분야 중 가장 성숙된 분야로 모수에 대한 화재 특성은 대부분 밝혀진 상태로 신종 화재가 아닌 이상, 모수 특성 분석을 위한 데이터 수요 발굴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사업은 데이터 상품을 통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통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하는 데 있다. 따라서 유료의 데이터 상품을 출시해야 하며 데이터 상품의 수요처를 발굴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데이터 마케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재난보험정보센터는 2021년 데이터 유통을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하여 두 가지 전략을 수립하였다. 첫 번째 전략은 개별 정보로 활용될 수 있는 데이터 유통이다. 개별 정보라 할지라도 유통이 허용되는 데이터가 있다. 가장 좋은 예가 건축물대장이다. 개별 건물의 건축물대장은 개별 정보에 해당하지만,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다. [그림 2]와 같이 건물을 보험에 가입하고자 할 때나 건물을 거래하고자 할 때, 많은 정보를 고려하게 된다. 화재보험협회는 보험사와 부동산중계자에게 풍수재 데이터 제공자 역할을 하고자 한다. 화재보험협회는 [그림 3]과 같이 2014년부터 풍수재 데이터를 회원사에게 제공해 왔다. 이번에는 풍수재 데이터를 비회원사와 부동산 중개사까지 확대 유통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계획하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하여 풍수재 데이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국민 재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투자되고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신중한 부동산 선택과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며, 이런 의사결정에 풍수재 위험이 주요 결정 요인으로 정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번째 전략은 연구자를 위한 데이터 유통 전략이다. 화재보험협회는 부설 방재시험연구원을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며 국내 연구기관과도 활발한 연구 교류 활동을 해오면서 폭넓은 연구자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재난 관련 연구의 시작은 사고자료 수집에서 시작한다. 「소방안전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 사업」은 소방청과 함께하고 있다. 소방청은 국내서 일어나는 화재와 구조활동 일지를 보유하고 있다. 연구자의 경우 국가기관을 상대로 사고자료를 요청해본 경험이 있다면, 자료 수집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국가기관에서 데이터 개방을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고자료에 개인정보와 민감정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고자가 만난 연구자들은 연구에 도움이 되는 정보라면 유료라 하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매우 큰 것으로 파악되었다. 소방청에서는 [그림 4]와 같이 개인정보와 민감정보를 삭제한 다양한 사고자료를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일부 연구자는 무료데이터로 만족할 수도 있고, 부족하다고 느껴 더 많은 정보를 받고 싶을 수도 있다. 재난보험정보센터 두 번째 전략의 고객층은 바로 무료데이터로 만족하지 못하는 연구자들이다.
소방안전 빅데이터 플랫폼이 현재는 국비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지만, 2024년에는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 플랫폼 운영비는 데이터 상품 판매 시 일정액 수수료를 통해 확보된다. 즉 활발한 데이터 거래가 이루어져야만 플랫폼이 자립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소방청은 재난보험정보센터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소방청과 화재보험협회는 2019년 5월 31일에 공조체제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소방청과의 공조를 바탕으로 [그림 5]와 같이 융합데이터를 개발하고 유통하고자 한다. 화재보험협회가 보유한 연구자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연구자가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파악하고 화재보험협회와 소방청이 각각 보유한 데이터를 결합한 융합데이터 상품을 개발하여 소방안전 빅데이터 플랫폼에 유통하면, 연구자가 데이터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프로세스이다.
화재보험협회가 참여하는 소방안전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 사업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구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사업비를 지원한다. 해당 사업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플랫폼과 센터가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재난안전정보센터가 점진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매출액 목표를 설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데이터 판매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은 화재보험협회가 처음으로 내딛는 분야로 장밋빛 전망도 있지만 우려 목소리도 적잖다. 화재보험협회가 이처럼 위험 부담이 큰 신규 사업을 자체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제적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K-뉴딜은 화재보험협회에 새로운 기회의 장을 마련해 주고 있다. K-뉴딜에 보답하고 화재보험협회의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서 이번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무거운 사명감을 느낀다. 이와 동시에 신사업에 도전한다는 설렘과 의지는 무거운 사명감에 대적할 만큼 충만하다. 올 연말,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낄 그 날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