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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소 화재 가설 설정에서 유의할 점

글 이승훈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 공학박사

화염 연소와 훈소의 차이를 연소적인 측면에서 설명하자면, 화염 연소는 조건에 따라서 화염의 강도가 강하거나 약하게 반복적인 변화를 겪으며 반응이 지속할 수 있다. 그러나 훈소는 미세한 반응으로서 상대적으로 작은 조건의 변화에도 반응이 지속하거나 또는 아예 반응이 멈추어 버릴 수 있다. 화염 연소를 마치 다리 위에서 차를 타고 운전해 건널 때 다리의 폭이 넓어지거나 좁아지는 경우라고 설명한다면 훈소의 연쇄반응은 가느다란 외줄을 타고 걸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1. 화재의 잠복, 훈소

훈소는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고체 표면에서 일어나는 미약한 연소반응이다. 반응의 전파속도가 매우 느리며 발생하는 에너지도 미약하기 때문에 반응이 일어나고 있더라도 사람이나 열감지기 등에 의한 발견이 어렵다. 그리고 훈소는 화염 연소에 비하여 연기가 많이 생성되는 반응이지만 담배꽁초와 같은 불씨에 의해 작은 범위에서 훈소가 시작되는 초기에는 열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이에 의한 대류 현상도 미약하다. 따라서 발생한 연기를 천정에 설치된 연기 감지기까지 밀어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연기 감지기의 반응도 지연된다.

화염연소 반응
[그림 1] 화염연소 반응
훈소 반응
[그림 2] 훈소 반응

훈소는 에너지가 미약하기 때문에 목재, 종이류 등 고체 가연물에서 반응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곧바로 화염 연소로 전환되는 경우는 없다. 훈소에 의해 화염 연소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반응 부위가 넓어지며 온도를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에 해당하는 시간이 소요되고 이 시간을 훈소의 잠복기라고 할 수 있다(훈소의 화염 전환과 관련이 있는 산소농도에 대한 문제는 별론으로 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화재 조사관은 어떤 화재 사건의 가설을 고려할 때 점화원이 제공된 시점과 화재가 발견된 시점 간에 시차가 있는 경우 훈소에 의한 잠복 가능성을 거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종종 점화원 제공과 화재 발견의 시차가 발생할 때 과학적 고려가 없이 훈소의 메커니즘을 막연히 인용하여 결론을 내리는 비과학적 화재조사도 눈에 띈다. 특히 공사장 화재와 같은 언론 보도를 검색해 보면 여전히 근거 없는 통념에 의한 화재조사가 만연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고 관공서의 화재 감식 결과 보고서와 전문가들의 기고문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점이 종종 발견된다.

Q관공서에서 배포된 비과학적 자료에 의한 언론 보도의 예

(다음 내용은 기사 중에서 훈소와 관련된 내용을 발췌하여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29일 오후 2시 58분쯤 세종시 다정동 S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불이나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불은 공사장에서 일하던 인부가 버린 담배꽁초가 쌓아 놓은 스티로폼에 옮겨붙으며 일어났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스티로폼 60여 개가 전소되고 건물 외벽 120㎡가 불에 그슬려 555만 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제천 스포츠센터의 경우 천장에는 10cm 두께의 스티로폼이 붙어 있었고 최초 화재도 이 스티로폼 등 가연성 물질에 착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시작된 불은 불완전하게 연소(훈소)되다가 순식간에 1층 전체로 확산했다.”

Q훈소에 의한 화재 가능성을 설명할 때 다음의 가설은 과학적으로 타당한가?

1) 공사장 작업인부인 000는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담배꽁초를 스티로폼 등 자재가 적재된 곳에 투기하였고,
스티로폼에서 훈소가 진행되면서 약 1시간 후 화재가 발생하였다.
2) 000는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이곳에 있던 비닐 등에 착화되어 화재가 발생하였다.
3) 침대 위에 펼쳐진 이불과 옷가지 위로 완전히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가 떨어져 화재가 발생하였다.

면 섬유의 연소실험(열분해-연소 가연물)
[그림 3] 면 섬유의 연소실험(열분해-연소 가연물)
Polyester 섬유의 연소실험(상변화-연소 가연물)
[그림 4] Polyester 섬유의 연소실험(상변화-연소 가연물)
<표 1> 고체가연물의 연소방식에 따른 분류
고체 가연물
연소방식 열분해-연소 가연물 상변화-연소 가연물
가연물의 외관 표면이 검게 탄화된다. 탄화되지 않으며, 용융 및 증발의 상변화가 일어난다.
연소 물질의 상 기체, 고체 기체
연소의 형태 화염연소, 훈소 화염연소
가연물의 예 종이, 나무, 면직류, 초본류, 톱밥, 폴리우레탄, 기타
셀룰로오스 물질의 가공품 등
양초, 비닐, 스티로폼, PE, PP, 나일론, 아크릴, 기타
열가소성 합성 수지 등

위 가설의 과학적 타당성에 대한 검토는 다음과 같다.

가. 고체 가연물은 목재와 같이 열분해-연소하는 방식과 양초와 같이 액화 및 기화의 상변화(용융-증발)를 거치는 상변화-연소로 구분할 수 있다. 위 가설에서 가연물은 스티로폼, 비닐 등 열가소성 물질이다. 이러한 물질은 열에너지가 전달되었을 때 액화되고 증발하여 기체가 되었을 때 비로소 연소할 수 있는 상변화-연소 가연물이며 고체 표면에서는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열에너지가 주어졌을 때 에너지양이 충분하다면 상변화를 거쳐 화염 연소하거나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다면 연소하지 않는다. 즉 비닐, 스티로폼 등 열가소성 물질은 훈소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위 가설은 명백한 오류이며 타당하지 않다.

나. 담배꽁초가 비닐 또는 스티로폼에 떨어졌다는 가설을 고려하였을 때 담배꽁초가 훈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미약하기 때문에 스티로폼의 용융, 기화, 2번의 상변화에 필요한 잠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즉 화재가 발생할 수 없으며 이 가설도 타당하지 않다.

다. 침구류나 의류에 담배꽁초가 떨어져 훈소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가설에 대하여도 섬유의 종류를 확인하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가설은 적절히 검증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의복이나 침구류 등은 다양한 섬유로 만들어질 수 있는데 면직류 등에서는 훈소가 가능하지만, 열가소성 합성 섬유(Nylons, Polyesters, Acrylics)로 만들어진 의류, 침구류에서는 훈소가 발생할 수 없다. 따라서 훈소의 가연물로서 의류, 침구류 등을 거론하기 위해서는 해당 가연물이 어떠한 물질로 만들어진 것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훈소에 의한 화재, 훈소의 잠복 과정에 대한 화재가설을 고려할 때 가연물의 성질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의심되는 가연물 시료를 수집하고 화학적 분석을 통해 물질의 정확한 성분을 확인하는 방법이 있지만, 현장에서 가연물에 라이터 등 화염을 접근시키는 간단한 실험만으로도 충분하다. 만일 라이터 화염에 의해 시료가 녹으며 흐르는 물질이라면 훈소가 불가능한 물질이다. 위 그림 중 면직류의 연소실험과 같은 모습으로 연소한다면 이는 열분해-연소 가연물로 훈소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위 Polyester 직물의 연소실험과 같이 화염이나 열이 제공되었을 때 녹아 액체가 된다면 이는 상변화-연소 가연물로 훈소가 불가능하다.

2. 스티로폼의 발화 및 연소과정

Supan Wang(2015) 등은 뜨겁게(900-1,100℃) 가열된 금속 입자(직경 3-7mm)를 스티로폼 위에 떨어뜨려 불이 붙는 과정을 실험 후 스티로폼의 변화과정을 관찰하였다. 이 실험을 통해 용접 불티 또는 그라인더 불티, 담배꽁초 등 미소화종이라고 하는 작은 불씨가 스티로폼에 떨어져 화재가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확인 할 수 있다. 실험 결과 스티로폼은 불씨가 떨어진 즉시 화염 연소하거나 연소하지 않는 결과를 나타냈으며, 훈소 등 그 외의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음을 확인하였다.1)

Supan Wang(2015) 등은 각 물질의 물리·화학적 성질을 입력하여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였고, 금속 입자의 온도에 따라서 스티로폼의 화염 발생 상황과 화염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 대하여 온도-시간 곡선을 위 그림들과 같이 구하였다.

1) Supan Wang, Haixiang Chen, Naian Liu ,2015, Ignition of expandable polystyrene foam by a hot particle: An experimental and numerical study, State Key Laboratory of Fire Science,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of China, Hefei, Anhui 230026, PR China
뜨거운 금속 입자에 의한 스티로폼 발화과정, 정면 촬영(Supan Wang(2015))
[그림 5] 뜨거운 금속 입자에 의한 스티로폼 발화과정, 정면 촬영(Supan Wang(2015)) 965℃, 5mm 금속 입자를 스티로폼에 떨어뜨렸을 때 절반정도가 폼 속으로 파고 들며 착화되었으며 화염연소가 유지되었다.
뜨거운 금속 입자에 의한 스티로폼 발화과정, 45°위에서 촬영(Supan Wang(2015))
[그림 6] 뜨거운 금속 입자에 의한 스티로폼 발화과정, 45°위에서 촬영(Supan Wang(2015)) 965℃, 5mm 금속 입자를 스티로폼에 떨어뜨렸을 때 연기가 관찰되었으며 화염이 발생하였고 스티로폼에 큰 구멍이 발생하였다.

[그림 7]은 금속 입자의 온도가 스티로폼의 상변화(용융-기화)에 요구되는 잠열을 극복하고 이어서 발생한 기체에 착화에너지를 제공하여 화염 발생에 성공한 실험이다. [그림 8]은 금속 입자의 온도가 스티로폼의 상변화(용융-증발)에 요구되는 잠열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화염 연소를 하지 못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냉각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화염 연소에 성공한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뜨거운 금속 입자가 접촉하였을 때 화염 연소는 0.5초 이내에 완성되었다. 스티로폼은 뜨거운 입자가 접촉하였을 때 즉시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짧은 시간 내에 화염 연소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우측의 화염 연소에 실패한 그래프와 같이 입자의 온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냉각되므로 이후에는 더욱이 아무런 이벤트도 발생할 수 없다.

화염화재 발생 시 온도-시간 곡선
[그림 7] 화염화재 발생 시 온도-시간 곡선
화염화재 실패 시 온도-시간 곡선
[그림 8] 화염화재 실패 시 온도-시간 곡선

(a) no-ignition
(a) no-ignition
(b) ignition
(b) ignition
[그림 9] 금속 입자에 의해 용융된 스티로폼의 단면
훈소가 진행된 폴리우레탄폼이 검게 탄화되어 있다.
[그림 10] 훈소가 진행된 폴리우레탄폼이 검게 탄화되어 있다.

Q비과학적 화재조사에 대한 다음의 사례를 통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000건물 신축 공사장 2층에서 A는 오전에 절삭작업을 하였고, 바로 옆에는 스티로폼 자재가 적재되어 있었다. 오전 작업을 마친 후 점심을 먹기 위해 철수하였고, 약 1시간 후인 점심 식사 후 B가 같은 장소에 와서 용접하려고 준비하는 중에 스티로폼에 불이 나는 것을 발견하고 신고하였다. 화재 조사관은 현장에서 용접 장비의 연결 상태 등 상황을 보아 B가 이미 몇 회의 용접을 하였던 정황을 포착하였지만, B는 작업 준비만 하였고 용접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였다. 그리고 A는 오전에 이 장소에서 그라인더 작업을 수행한 사실에 대하여 인정하였다. 이 사건의 화재감식 결과는 “오전에 A가 실시한 그라인더 불티가 스티로폼에 떨어지고 훈소 과정을 거치며 잠복해 있다가 오후에 이곳에 왔던 B에 의해 화재가 발견”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결국, A는 실화죄로 입건되었으며 공사장 측은 A에게 화재로 인한 피해 보상을 청구하였다.

Supan Wang(2015)이 또 다른 연구2)에서 제시했던 그림에서 뜨거운 금속 입자(8mm, 990℃)가 스티로폼(18kg/m3, 80mm thick)을 녹이며 관통한 내부의 표면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9]의 (a) 는 화염 연소에 이르지 못한 상태로 녹아 관통된 모습이며, (b) 는 금속 입자가 접촉했을 때 화염 연소가 시작되고 약 2cm 깊이로 타들어 간 후 소화된 모습이다. 관통된 내부 표면은 단지 열에 의해 용융되었을 뿐 탄화 등 훈소현상과 관련 지을만한 어떠한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잠깐 화염 연소하였던 (b) 의 상단 2cm 부위가 부분적으로 검게 변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용융-증발한 스티로폼의 기체가 화염 연소할 때 발생한 그을음이 표면에 부착된 것이며 스티로폼이 탄화된 것은 아니다. 스티로폼에서 훈소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은 함께 제시하는 폴리우레탄 폼의 훈소실험 사진에서 내부가 검게 탄화된 모습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설명하였던 것처럼 스티로폼 등 열가소성 물질은 훈소 반응을 일으킬 수 없다. 사례에서 오전에 주어진 점화원이 장시간에 걸쳐 잠복하거나 화염 연소가 지연될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오전의 절삭 불티는 스티로폼의 점화원으로서 부적합하다. 이러한 물질에서 화염 연소가 시작되었다면 점화원이 주어진 시기는 동시라고도 말할 수 있는 정도의 바로 직전이다. B가 현장으로 도착하였을 때 화염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작업 준비 중에 불이 나는 것을 보았다면 B가 현장에 있는 동안 점화원이 주어졌다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화재는 A의 그라인더 작업이 아니라 오히려 B의 용접 작업에 의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제시한 사례와 가설의 예는 실제로 유통되었던 화재조사 보고서와 관공서에서 배포한 언론 보도 자료에서 발췌한 것이다. 선의의 피해자와 안타까운 누명에 대한 사례이다. 비과학적 화재조사 결론이 법정에서라도 바로 잡히길 바라지만 한번 내려진 결론이 화재조사관의 손을 떠나면 수정되기 어렵고 그 가능성도 작다.

2) Supan Wang, Xinyan Huang, Haixiang Chen, Naian Liu, Guillermo Rein, 2015, Ignition of low-density expandable polystyrene foam by a hot particle, The Combustion Institute. Published by Elsevier Inc

3. 방화범의 진술 검증

수사기관의 강력한 의심을 받는 방화범들, 특히 현장 부재 증명이 어려운 방화범들, 구체적인 수법은 알 수 없지만, 자신의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거라는 의심을 받는 방화범들은 자신의 죄를 경감시키기 위해서 방화가 아닌 실화를 종종 주장한다. 그들은 직접 불을 낸 사실을 감추기 위해 “침대 위에서 담배를 피우고 나왔는데 불씨가 떨어져 불이 난 것 같다.”라며 담배꽁초의 발화 가능성을 종종 언급한다. 방화범 혼자 있는 공간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하여 그 진술을 확인할 만한 증거는 많지 않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 지목된 초기 가연물의 라이터 화염 접근 실험을 해보고 훈소가 발생하지 않는 물질이라는 점을 확인한다면 거짓 진술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다.

필자가 경험하였던 40억 상당의 보험사기 방화 사례는 피의자가 범행의 일부를 시인하면서 방화 수법에 대하여 “계단에 놓여 있는 소파 위에 석유류 액체 가연물을 뿌리고 담배꽁초를 올려 두고 나오는 방법으로 화재를 일으켰다.”라고 진술하였다. 현장의 소파는 비닐 재질의 표면과 내부는 스펀지로 채워져 있었다. 피의자의 진술을 토대로 화재가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양호한 조건으로 실험을 수행하였지만 모두 화염 연소에 이르지 못했다.

가. 피의자가 살포하였다는 석유류 액체 가연물은 종류를 불문하고 담배꽁초의 불씨로 화재가 발생하는 데에 있어서 오히려 부정적인 요소이다. 액체는 비록 가연성이라고 하더라도 스펀지보다 밀도가 높아 전도에 의한 열 손실이 발생하며, 액체의 온도를 높이는 헌열, 그리고 연소할 수 있는 기체를 생성하기 위한 증발 잠열도 요구된다. 담배꽁초는 이 과정에서 요구되는 에너지에 비해 턱없이 약하기 때문에 석유류 액체 가연물에 접촉되는 순간 즉시 소화되고 말 것이다. 담배꽁초의 에너지는 석유류의 유증뿐만 아니라 LPG 또는 LNG 등의 폭발성 혼합기 속에서도 점화를 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여러 차례의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피의자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에서는 소파에 경미한 열변형조차 일으키지 못하고 즉시 소화되었다.

나. 석유류 액체 가연물을 제외하고 비닐 표면 위에 올려놓았던 실험에서는 대기에 의해 대류 열전달과 상대적으로 밀도가 높은 비닐 표면의 열전도로 인해서 열 손실이 발생하였으며 스펀지보다 더욱 빨리 소화되었고, 표면에 별다른 열적 변형을 일으키지 않았다.

다. 더욱 양호한 조건으로서 표면을 절개하고 스펀지에 직접 접속한 경우에는 아래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담배 불씨 주변의 스펀지가 열기에 의해 용융되고 곧 소화되었다. 스펀지가 용융되었다는 점은 열가소성 물질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즉 담배꽁초에 의해서 훈소가 전파되거나 화재가 발생할 수 없는 점과 피의자는 범죄 수법에 대하여 거짓으로 진술하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에서 관계자의 수법에 대한 거짓 자백이 검증되지 않고 공소장 범죄사실에 그대로 기재된다면 이 재판의 결과는 누구라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며 그 결과의 책임은 화재조사관에게 있을 것이다. 화재조사관은 화재 가설로서 훈소의 메커니즘을 인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초기 가연물의 성질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교재에서 훈소의 가연물에 대한 설명을 살펴보면 ‘다공성’, ‘축열조건’만을 거론하고 있다. 이러한 단편적인 설명 때문에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화재조사관들은 다공성이며 축열 조건이 매우 우수한 스티로폼을 훈소의 가연물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물질은 열가소성 물질이다. 열가소성 물질은 고체 상태일 경우 이와 같은 조건을 충분히 만족하다 하더라도 열에너지가 전달되면 용융되어 밀도가 높은 액체가 되며 헌열과 잠열의 소비 및 열전도 손실로 인하여 축열 조건이 현저히 떨어지는 물질로 변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필자는 본 고를 통해 훈소의 가연물 조건에 대하여 ‘훈소는 다공성이며 축열 조건이 우수한 열분해-연소 가연물’이라고 수정·보완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