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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실자 허용피난시간(ASET) 실증 평가를 위한 국제표준 개발 연구

글 최정민 화재보험협회 화재환경연구센터 선임연구원

1. 허용피난시간(ASET)이란?

화재용어에 대한 국가표준 KS F ISO 13943 1)에 따르면 허용피난시간(ASET, available safe escape time)이란 발화 시각으로부터 재실자가 무능력해질 때까지, 예를 들어 안전한 장소로의 탈출을 위한 유효한 행동을 할 수 없는 때까지 계산된 대피 가능 시간을 뜻한다. 이와 함께 비교되는 용어로서 소요피난시간(RSET, Required safe escape time)은 탈출에 필요한 시간으로서, 개개의 재실자가 착화 시각에 있던 장소로부터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는데 소요되는 계산된 시간을 뜻한다.

즉, 전자가 재실자가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위협요인(열, 연기, 독성가스 등)이 얼마나 빨리 악화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개념이라면 후자는 재실자가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는데 소요되는, 즉 화재를 인지하기까지의 시간, 시간당 이동 속도 등 물리적으로 필요한 시간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재 시 일산화탄소 농도가 1,400ppm에 도달하는 시간이 10분(ASET)인데 재실자가 건축물 외부로 대피하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이 15분(RSET)이라면 이 재실자는 무능력화(incapacitation)되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연면적 20만㎡ 이상인 특정 소방대상물 등의 건축물에 대하여 적용하는 성능 위주 소방설계(PBD, Performance-based design)의 핵심 중 하나는 적절한 안전율을 고려한 후에 허용 피난 시간(ASET)이 소요 피난 시간(RSET)보다 크도록(즉, ASET > RSET)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표 1> 우리나라 성능위주 소방설계 평가기준(소방청고시 2017-1호) 2)
구 분 성능기준
호흡 한계선 바닥으로부터 1.8m 기준
열에 의한 영향 60℃ 이하
가시거리에 의한 영향 용도 허용가시거리 한계
기타시설 5m
집회, 판매시설 10m
독성에 의한 영향 성분 독성기준치
일산화탄소 1,400ppm
산소 15%이상
이산화탄소 5% 이하

2. 화재안전성 평가를 위한 시험방법

가. 국제표준 화재시험방법

TC92에 속한 4개의 전문 분과
[그림 1] TC92에 속한 4개의 전문 분과

국제표준화기구 화재 안전 기술위원회(ISO TC 92, Fire safety), 특히 Sub-committee 1 (화재시험 방법 분과)를 중심으로 현재까지 개발된 화재시험 방법은 대부분 평가대상 재료, 제품 또는 구조체(조립체)가 화재 성장단계에서 어떠한 연소 거동을 보이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연소 거동은 대표적으로 착화성, 화염 확산, 열방출율 등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평가대상의 물리적인 크기에 따라 소규모, 중규모, 대규모 화재시험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KS F ISO 5660-1 3), KS F ISO 1182 4), KS F ISO 9705 5) 및 KS F ISO 13784-1 6) 는 우리나라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시험 방법으로 국제표준(ISO)을 국가표준(KS)로 부합화한 것이다. 이들은 화재의 성장을 평가하기에는 적합하나, 허용 피난 시간과 관련된 열, 연기 및 가시거리와 관련된 인자를 측정하여 직접 활용하기에는 여러 한계점이 존재한다.

<표 2> 국내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화재시험방법
표준번호 표준 명 국내 적용 분야
KS F ISO 5660-1 연소성능시험-열방출률, 연기발생률, 질량감소율-제1부:
열방출률(콘칼로리미터법) 및연기발생률(동적 측정)
국토교통부 난연재료 평가적용
KS F ISO 1182 건축 재료의 불연성 시험 방법 국토교통부 난연재료 평가적용
KS F ISO 9705 화재 시험-표면 제품에 대한 실물크기 시험실 시험 -
KS F ISO 13784-1 건축용 샌드위치 패널 구조에 대한 화재 연소 시험방법 —제1부: 소규모실 시험 -

나. 기존 화재시험 측정결과 활용상의 한계점

(1) 화재시험결과의 Scaling 문제

가장 이상적인 화재 독성평가는 상정된 화재 시나리오와 동일한 실규모(Real-scale) 화재실험을 수행하는 것이나, 이는 시간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빈번히 실시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실규모를 축소시킨 소규모 또는 중규모 화재시험이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 가능한 방법인데, 이때 얻어진 열, 연기 및 가시거리 측정 결과를 실제 화재 환경에 직접 적용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ISO 5660-1 콘칼로리미터 시험은 가로, 세로가 100 mm × 100 mm인 작은 시험체에 대한 시험인데, 이때 측정된 독성가스의 농도가 실제로 평가하고자 하는 전체 제품/구조체 화재 시 측정되는 농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넓은 공간에서 목재 의자를 하나 연소시킨 후 가스 농도를 분석하는 결과와, 의자의 일부분을 채취해서 일정한 화재시험 장치에서 연소키겨 측정한 결과는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 화재시험장치 내 환경조건의 문제

화재 시 재료로부터 발생하는 독성가스의 양과 종류는, 재료 자체의 고유 물성이라기보다는 화재환경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주요 질식성 가스인 일산화탄소는 재료 주변의 산소 공급량에 따라 환기가 잘되는 화재환경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으나 밀폐된 구획실과 같이 일정 시점 이후에 산소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조건에서는 다량 발생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같은 물질이라 하더라도 산소 공급이 원활하면 일산화탄소가 적게 나오는 반면,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일산화탄소가 높게 나오기 마련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화재시험 장치의 한계점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실제 화재 단계의 각 특성을 하나의 고정된 물리적 화재 모델로 모두 재현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최초 가연물이 착화되는 화재 초기의 특성은, 발화원은 상대적으로 작고, 가연물에 비해 산소(신선한 공기)가 풍부한 조건이나, 화재 성장기에서 최성기로 넘어가는 단계의 화재 환경은 산소가 점차 부족해짐에 따라 산소의 공급 여부가 화재의 성상을 결정하는 ‘환기 지배형’ 화재의 특성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현재 개발된 물리적 화재 모델들은 최초 설계 시 설정한 열원과 환기 조건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화재의 전체 성장 과정 중 하나의 단계만을 모사할 수밖에 없으며, 실제 화재환경 조건과의 차이점으로 인한 태생적인 한계점을 지닌다.

3. 새로운 국제표준 개발 연구

가. 연구 배경 및 필요성

앞서 기술했듯이 현재 정형화되어 개발된 대부분의 전통적인 시험 방법은 화재 성장단계 중 하나의 단계만을 모사하거나, 또는 주로 재료의 열 방출률 중심으로 한 화재 성장에 대한 인자만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화재가 갖는 다양한 환경 조건을 효과적으로 재현할 수 없는 한계점이 있다. 최근 일련의 화재 인명피해에 따라 기존 정형화된 소규모 화재시험 등급에 따른 정책의 한계점이 빈번히 지적되고 있으며, 특히 인명안전 관련하여 화재 시 발생하는 유독성 가스 및 연기 등이 방, 복도 및 계단실을 통해 확산되어 심각한 피해자를 야기하는 원인과 대응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방재시험연구원은 이러한 기술적 배경을 바탕으로 화재 독성, 즉 허용 피난 시간(ASET)을 구성하는 안전 위협 요인들(열, 연기 독성, 가시거리)을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표준 화재시험 방법이 필요함을 ISO TC 92 SC 3 (화재의 인명 및 환경 영향)에 지속 피력해 왔다. 그 결과 2019년 4월에 있었던 국제표준화 회의에서 공식 국제표준 신규 안건으로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으며(프로젝트 리더 : 최정민 선임연구원), 향후 프랑스, 캐나다, 스웨덴 등 선진 연구기관 전문가들과 공조를 통해 표준을 개발할 예정이다.

나. 신규 국제표준 주요 내용

(1) 개요

정형화되지 않은, 재실자 허용 피난 시간을 평가하고자 할 때 실제의 공간을 물리적인 화재시험 모형(mock-up)에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화재 공학적으로 중요한 여러 가지 인자들이 연관되어 있으며, 모사하고자 하는 화재의 특성에 알맞게 조건을 달리 적용할 필요가 있다.

(2) 화재 특성 분류

화재의 분류에 따라 화재환경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인자가 달라지기 때문에, 화재시험 방법 설정을 위해서는 우선 화재를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각각의 화재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을 기술할 예정이다.

· 무염 연소 화재(non-flaming fire)
· 과 환기 화재(well-ventilated fire)
· 환기 부족 화재(under-ventilated fire): 최성기 이전 및 이후의 화재

(3) 화재 시나리오 선정 또는 설계방법

실제로 화재가 일어났거나 개연성이 높은 상황을 화재시험을 통해 허용 피난 시간을 평가해 보고자 할 때는 먼저 화재 사례 등으로부터 화재 시나리오 구성에 필요한 요인들을 추출해서 이를 화재시험 모형(mock-up)에 적절히 구현해야 한다. 화재가 최초로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떠한 가연물을 따라 확산하여 어느 공간에까지 이르렀는지를 설정해야 한다. 또한 화재 발생 시각에 재실자가 수면 중이었는지 또는 특정 활동을 하고 있었는지 등을 시나리오에 반영시켜야 한다. 스프링클러가 화재 중에 개입했는지 여부도 중요한 요인이다.

(4) 시험모형 설계

화재가 시작되어 확산되는 공간은 다양한 경우의 수가 가능하나, 건축물의 경우에는 화재가 직접 일어난 화재실과 인접 공간, 예를 들어 복도 또는 거실로까지 확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건축물의 종류가 공동주택, 사무실 또는 일정한 규모의 창고이건 간에 공통적인 요소는 화재 공간과 인접 공간으로 한정 지을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이 대변될 수 있다.

· 작은 밀폐 구획실에서의 무염 연소 화재
· 작은 밀폐 구획실에서의 훈소 화재 또는 소규모 화재
· 문 또는 창문이 열린 구획실과, 구획실과 이어진 공간(복도 등)에서의 화재
· 과 환기 상태 구획실에서의 화재
· 대공간(넓은 바닥면적 또는 높은 천장)에서의 화재

국내외에서 기존에 수행되었던 실규모 화재시험연구들을 분석하여 각각의 경우에 적합한 화재시험 모형을 어떻게 설계하여야 하는지 기술할 예정이다.

아래 사진은 방재시험연구원에서 수행 중인 연구실험의 일부로서 실규모 화재실험의 예이다. 노인요양시설 환경을 모사하기 위하여 3m×4m×2.4m의 구획실과, 이 구획실에 연결된 폭 1.5m, 길이 5m의 복도를 구성하였고, 구획실 내 가연물은 현장과 가급적 동일한 침대 매트리스, 이불, 테이블, 의자 및 옷장 등을 배치하였다. 착화물은 석영관 히터에 의해 이불이 착화되는 시나리오를 상정하여 알코올 솜을 적셔 이불 위에 놓은 후 인위적으로 착화했다. 겨울을 배경으로 하므로 창문과 출입문을 닫힌 상태로, 산소 부족에 의해 화재가 일정 크기 이상 커지지 못하고 불완전연소가 일어나며 일산화탄소가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

노인요양시설 침대화재를 모사한 시나리오
[그림 2] 노인요양시설 침대화재를 모사한 시나리오

(5) 측정항목

ISO 13571:2012 「Life-threatening components of fire - Guidelines for the estimation of time to compromised tenability in fires」7)에서는 화재가 갖는 인명안전 위협요인을 크게 열(복사열, 온도), 연기에 의한 시야 방해, 독성가스에 의한 질식성·자극성 효과, 가연물의 질량 손실에 의한 것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각각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새로운 표준에서는 아래의 측정량들을 측정하게 된다.

· Heat model (복사, 대류)
복사열 인자와 대류열 인자를 종합하여 평가함.
· Mass loss model (질량감소 모델)
가연물이 연소하여 질량이 감소할수록 화재에 기여하게 되므로 이를 평가함.
· Smoke obscuration model (시야 제한 모델)
연기에 의해 시야가 축소되면 그만큼 안전한 피난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므로 이를 평가함.
· Fractional Effective Dose model (질식성 가스 모델)
화재가스를 흡입함으로써 혈류 내 헤모글로빈의 산소 포화도를 급격히 감소시키는 질식성 효과를 평가함.
일산화탄소, 시안화수소가 주요 평가 대상임.
· Fractional Effective Concentration model (자극성 가스 모델)
주로 염화수소, 염화브롬 등과 같이 수소와 할로겐족 원소가 결합한 산성 가스의 분량을 합한 값을 평가함.

4. 국제표준 개발절차 및 계획

현재 이 프로젝트는 국제표준화기구 화재 안전 기술위원회 산하의 화재 독성 분과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제표준은 다음 순서와 같은 단계를 거쳐 개발되며, 원칙적으로 각 단계마다 회원국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다음 단계 진척이 가능하며, 표준안의 완성도가 높은 경우 회의 결의안에 따라서 NP와 DIS 단계의 투표만을 거치는 fast track도 가능하다8). 이 프로젝트는 2019년 시작한 산업통상자원부 국가표준기술력 향상사업을 통해 2022년까지 완료함을 목표로 한다.

· PWI(Preliminary work item) : 사전 준비
· NP(New work item proposal) : 제안
· WD(Working draft) : 작업 초안
· CD(Committee draft) : 위원회 초안
· DIS(Draft international standard) : 국제표준 초안
· FDIS(Final draft international standard) : 국제표준 최종안
· IS(International standard) : 국제표준

국제표준화회의 PWI 문건 발표(2019. 10. 1.)
[그림 3] 국제표준화회의 PWI 문건 발표(2019. 10. 1.)

5. 맺음말

2000년대 이후 실시간 가스분석 기술의 발달로 화재시험과 가스분석을 연계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에 개발을 시작한 재실자 허용 피난 시간 실증 평가를 위한 화재시험 방법 표준도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에서 필자의 주도로 진행되는 것으로서, 기존의 규범적인(prescriptive) 화재 안전성 평가체계의 한계점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즉, 소형 소재 단위의 평가 방법이 공간 전체의 화재 안전성을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하는 경우에 평가하고자 하는 환경을 실규모 화재시험에서 구현하여 여러 가지 인명안전 위협 인자를 실증해 보는 목적으로 십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밀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재현시험이나, 화재 시 자력 탈출 능력이 떨어지는 노약자가 주로 사용하는 시설의 비상 대응계획 수립과 관련해서 허용 피난 시간을 실증하는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참고문헌

1) KS F ISO 13943, 화재 관련 용어, 한국표준협회, 2017
2) 소방시설 등의 성능위주설계 방법 및 기준(소방청고시 제2017-1호), 소방청, 2017
3) KS F ISO 5660-1, 연소성능시험 — 열방출률, 연기발생률, 질량감소율 — 제1부: 열방출률(콘칼로리미터법) 및연기발생률(동적 측정), 한국표준협회, 2018
4) KS F ISO 1182, 건축 재료의 불연성 시험 방법, 한국표준협회, 2016
5) KS F ISO 9705, 화재 시험-표면 제품에 대한 실물크기 시험실 시험, 한국표준협회, 2014
6) KS F ISO 13784-1, 건축용 샌드위치 패널 구조에 대한 화재 연소 시험방법 —제1부: 소규모실 시험, 한국표준협회, 2017
7) KS F ISO 13571, 화재의 생명 위협 요소들-화재에서 생체기능 유지한계 시간의 산정 지침, 한국표준협회, 2017
8) ISO Directives Part 2, Principles and rules for the structure and drafting of ISO and IEC documents,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