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류상만 한국보험신문 기획실장
보험은 오랫동안 종이와 사람으로 구성된 이른바 '인지산업(人紙産業)' 으로 존재했다. 설계사는 고객을 만나 상담한 후 청약서에 사인을 받는다. 뿐 만 아니라 고객에게 보험약관, 청약서 부본을 전달한다. 언제부터였을까 신계약 청약 시 종이로 만들어진 청약서보다는 노트북 또는 모바일로 계약 내용을 확인하고 사인한다. 종이로 만들어진 약관보다는 ‘전자약관’이 일상적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보험에 종이가 사라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당도한 현재, 사람인 설계사도 필요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가 부쩍 많아졌다.
상상해 보자, AI 설계사가 고객을 만나 빅 데이터를 활용 한 첨단기법으로 고객 상황을 분석한 후 가입설계서를 작성한다. 이것을 받아 계약자는 자신의 생각을 AI에 전달하고 보험계약을 청약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AI 설계사 주도한다.
AI는 전략 수립과 문제 해결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다. 2년 전 알파고 사례처럼 AI는 인간과의 두뇌 경쟁에서 승리했다. 중국 신화통신과 검색엔진기업은 여성 AI 앵커를 등장시켜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그 말인 즉슨 AI가 빅 데이터 분석에서 탁월한 역할이 입증된 거다.
보험업계도 AI를 활용하는 사례는 차츰 늘어나고 있다. DB손해보험의 경우 2016년 운전자습관연계보험(Smart-UBI 안전운전특약)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차량에 부착된 내비게이션을 활용해 운행속도와 급출발, 급제동 등의 정보를 수집해 안전운전을 할 경우 보험료를 최대 10% 할인해준다. 또한 올해 AI를 활용해 보험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미 챗봇 서비스’ 도입, 모바일 보험증권 특허권 획득, 생체인증을 통한 보험가입 등을 손해보험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생명보험 업계도 AI와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혁신기술을 접목한 건강증진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AI활용을 보험업계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보험 산업은 성장률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AI 및 빅 데이터를 잘 활용한다면 수익성이 떨어진 보험 산업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다.
보험사 입장에서 비용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은 설계사 수당을 포함한 사업비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AI로 설계사 채널을 점진적으로 대체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TM과 CM채널의 경우 5~10년 내에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들리고 있다. 궁극적으로 보험전문가들은 디지털 보험시대에는 전통적 설계사 채널이 없어질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보험 영업현장에서 종이처럼 사람도 필요 없는 시대가 올수 있을까?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중심도 사람.”이라고 했다. 필자는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에 설계사라는 존재는 보험 산업에 여전히 필요하다고 본다. AI의 경우 한정된 영역에서는 놀라운 능력을 보이지만 종합적인 사고에는 한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보험이라는 무 형성, 비자발적 가입 특성을 가진 상품의 경우 감성영업이 중요한데 이 부분은 기계의 영역이 아니다. 그래서 AI가 판매채널에 도입되더라도 주력은 여전히 설계사의 몫일 것이다. 소비자의 일상을 파고들어 그들의 사랑과 아픔을 이해하고 거기에 보험이라는 상품을 매개체로 전달하는 것, 이런 감성 영업은 AI 가 아닌 사람, 곧 설계사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분명 AI 시대 성공하는 보험설계사는 과거와 다를 것이다. 향후 설계사는 AI 활용 여하에 따라 판매 경쟁력에서 차이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설계사가 변화된 환경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 세분화 및 상품 추천이 필요하다. 설계사가 보험판매, 상품추천, 고객 상담에도 AI을 활용하는 능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