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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지성 풍수재 사고와 우리의 대비 자세

글 이영규 화재보험협회 재난안전연구팀 과장, 공학박사

1. 머리말

2019년 3월 15일 충남 당진에서 보기 드문 토네이도가 목격됐다. 당진시에 따르면 [그림 1]과 같이 오후 3시 30분경 송산농협 육묘장에서 토네이도가 발생하여 북동쪽으로 이동하며 H공장을 지나 바다로 빠져나갔다고 한다. [그림 1]에 표시된 이동경로(7km)에 대한 이동시간은 30~40분 정도 였다(임아연 2019). 토네이도가 이동하면서 상당한 피해를 유발했는데, 특히 [그림 2]와 같이 H공장의 경우 약 45억 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다행인 점은 막대한 재산피해에도 불구하고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진 토네이도 이동경로
[그림 1] 당진 토네이도 이동경로
H공장의 토네이도 피해 현장(출처: JTBC)
[그림 2] H공장의 토네이도 피해 현장(출처: JTBC)

이 글에서는 올해 발생한 당진 토네이도와 같이 발생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고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풍수재 사고 사례를 살펴보고 이런 풍수재 사고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할 대비 자세에 대해서 논해보고자 한다.

2. 국지성 풍수재 사고

가. 토네이도

토네이도는 태풍과 달리 그 영향 범위가 작고 보기 드물게 발생하며, 국지적 영역에 피해를 야기한다. <표 1>은 국내 내륙 지역에 피해를 입힌 것으로 조사된 토네이도 이력을 보여준다. 1964년 한강 뚝섬 인근에서 발생해 팔당댐 부근까지 이동하여 소멸한 토네이도는 학계에도 보고된 바 있다(국채표 등 1965). 서울 뚝섬 토네이도는 여성을 200m 날릴 정도의 파괴력을 보였다고 한다(연합뉴스TV 2014). 1980년에 발생한 경남 사천 토네이도는 황소를 공중으로 20m까지 들어 올렸다고 전해진다(강찬수 2019).

1989년 10월 12일에 충남 홍성군 해안 부근에서 발생한 토네이도는 동쪽으로 이동하면서(홍성군 서부면 남당리에서 홍성군 결성면 성곡리까지) 약 7km 구간에 걸쳐 피해를 주었으며, 이 토네이도를 발생시킨 폭풍은 충북 음성군으로 이동하여 또 한 차례의 토네이도를 야기하며 피해를 유발했다(최부섭 등 1990). 2001년에는 경기도 파주 내륙 지역에서 토네이도가 발생하여 12인승 승합차를 3번 회전시킨 후 뒤집었다고 한다(신동호 2001).

2014년 고양 일산 장월 IC 인근에서 발생한 토네이도는 비닐하우스 40여동을 파손시켰고, 비닐하우스 파이프 조각이 날아가 인근을 지나던 노인의 머리를 강타하는 사고가 있었다(김현경 2014, 추성호 등 2014). 필자는 풍수재사고 기록을 위한 풀랫폼(UCIS3.0, ucis.kfpa.or.kr)을 운영하고 있다. UCIS 3.0에는 다양한 풍수재 사고가 기록되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그림 3]에 보이는 일산 토네이도이다. 일산 토네이도의 경우, 레이더 영상도 촬영되어 당시 많은 이목을 끌은 바 있다.

<표 1> 국내 내륙 피해를 야기한 토네이도 이력
시점 피해지역 파괴력
1964-09-13 서울(한강 인근) 대문을 나서던 여성이 바람에 200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갔다(연합뉴스TV 2014).
1980-07-23 경남 사천 외양간에 있던 황소를 20m 공중까지 들어 올렸다 떨어뜨렸다(강찬수 2019).
1989-10-12 충남 홍성(해안 인근)
충북 음성(내륙 지역)
4.5톤의 트럭 문짝이 공중으로 20m 정도 날아가 떨어졌고,
축사의 지붕 함석이 날려 동쪽으로 약 500여m 떨어진 산에 떨어졌다(최부섭 등 1990).
2001-08-01 경기 파주(내륙 지역) 12인승 승합차를 3번 회전시킨 뒤 뒤집어 버렸다(신동호 2001).
2014-06-10 고양 일산(한강 인근) 인근을 지나던 노인이 바람에 날린 파이프에 머리를 맞고 부상을 입었다(김현경 2014).
2019-03-15 충남 당진(해안 인근) 현대제철 공장 건물의 지붕 철재 마감재 상당수가 풍압에 뜯겨져 주변으로 비산하면서 2차 피해를 야기했다.

풍수재사고 기록 플랫폼(UCIS3.0)과 일산 토네이도 레이더 탐지 영상과 피해 영상
[그림 3] 풍수재사고 기록 플랫폼(UCIS3.0)과 일산 토네이도 레이더 탐지 영상과 피해 영상

나. 침수

일반적인 침수사고는 저지대 또는 제내지에서 빈번히 발생한다. 하지만 2018년 8월 29일 수락산 자락의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택가 침수사고는 일반 침수사고와 달리 매우 드물고 국지적으로 발생한 사고였다. [그림 4]는 상계동 침수지역의 드론 으로 촬영한 것이다. 해당 영상은 침수사고 피해가 복구된 이후 촬영된 것으로 침수사고 지역의 도로는 재포장이 이루어져 다른 도로보다 검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그림 4]에서도 수락산 계곡은 도심-산림 인접지 구간에서부터 하천을 지하화하고 그 위를 도로로 사용하는 복개하천이 시작된다. 이날 사고는 복개하천 시작점이 막히면서 계곡수가 도로면으로 넘쳐흐르면서 발생했다.

[그림 5]는 갑자기 계곡이 되어버린 주택가 사고현장을 보여준다. 노원구 상계동 침수지역은 고지대로 이런 침수피해가 일어날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정말 보기 드물게 국지적으로 발생한 침수사고였다고 할 수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택가침수 지역
[그림 4]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택가침수 지역
서울 노원사 상계동 피해 현장(출처: YTN)
[그림 5] 서울 노원사 상계동 피해 현장(출처: YTN)

노원구 상계동 침수사고는 저수지 붕괴사고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근래에 도심지가 농경지로 확대되면서 저수지 붕괴사고 시 일어날 수 있는 손해는 과거보다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일례로 [그림 6]은 경주시 안강읍 산대저수지 인근의 1987년과 2017년의 항공영상을 보여준다. [그림 6]에서와 같이 저수지 하류부의 과거 농경지 지역이 아파트와 주택이 즐비한 도심지로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대저수지는 2013년 4월 12일에 [그림 7]과 같이 붕괴사고가 일어난 바 있다. 다행히 홍수기가 아닌 봄철에 발생하여 최악의 상황은 모면할 수 있었다.

경주시 안강읍 산대저수지 일원의 항공영상(좌 1987년 촬영(국토정보플랫폼), 우 2017년 촬영(카카오다음지도))
[그림 6] 경주시 안강읍 산대저수지 일원의 항공영상(좌 1987년 촬영(국토정보플랫폼), 우 2017년 촬영(카카오다음지도))

경주시 안강읍 산대저수지 붕괴사고(백승목 2013)
[그림 7] 경주시 안강읍 산대저수지 붕괴사고(백승목 2013)

3. 국지성 풍수재 사고에 대한 우리의 대비 자세

단일사고로 광역 지역에 피해가 야기될 수 있는 지진 혹은 태풍과 같은 재난에 대해서는 피해를 경감시키고자 법률적 규제를 가하고 있다. 내진·내풍 설계를 의무화하고 침수가 빈번히 발생하는 하천 인근에는 제방을 시공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서 다루었던 풍수재의 경우에는 발생가능성이 매우 낮고 피해 범위가 국지적이라는 특징으로 인하여 법률적 규제는 가하지 않고 각 시설 관리 주체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만약 우리가 토네이도 위험을 인식했다면, 우리는 토네이도 위험에 대해서 대책을 마련할 것인가 또는 그냥 무시할 것인가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와 같은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측면으로, 필자는 RTO를 뽑고자 한다. RTO는 복구시간목표(Recovery Time Objective)로써 사고로 시설 기능이 중단된 시점부터 정상 기능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최대허용시간을 말한다.

주택의 경우 풍수재로 인한 파손으로 숙식 기능이 마비된 경우, 이재민은 최대 12시간 내로 숙식 대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이때 설정된 12시간이 RTO가 된다. 주택의 경우 자금만 있다면 12시간 이내에 임대, 전세, 숙박업 이용 등의 숙식 대책을 쉽게 마련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대책 마련이 RTO 이내에 충분한 경우에는 자금에 대한 대책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대비가 필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제철소와 같은 사업장은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추가 제품 생산 없이 충분한 재고로 인하여 약 일주일간 제품 출하에 문제가 없고, 이 기간 동안 정상 가동할 수 있도록 시설을 복구할 수 있다면, H공장 또한 자금 대책 이외에 추가적 대비는 무시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하지만 RTO로 설정된 일주일 동안 제품 생산을 위한 시설 복구가 불가능하다면, 재고를 더욱 늘려 RTO를 개선하거나 토네이도에도 견딜 수 있도록 건물을 보강하는 등의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약 8백만 분의 1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 로또 당첨자는 나타나고 있다. 국내 토네이도가 발생할 확률은 연간 백만 분의 1이며, 저수지가 붕괴될 확률 또한 백만 분의 1 내외가 된다. 즉 로또 1등 당첨확률과 유사하다는 것으로, 비록 그 발생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사고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기 드문 국지적 풍수재 사고라도 반드시 일어난다는 점을 인식하고 단순 무시가 아닌 합리적 의사결정을 통해 대비 방안을 모색하는 자세를 취해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앞에서 언급한 RTO는 BCMS(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System)라는 경영시스템에서 사용되는 핵심 키워드로, 사고시에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대비책을 확보한 경영시스템을 말한다. 우리 주변에는 사업 행위를 마비시킬 수 있는 수많은 위험이 공존하고 있다. 어떤 위험은 무시하고 어떤 위험에 대해서는 대비책을 강구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BCMS를 통해 대비하고 보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참고문헌

1. 강찬수, “O공장 지붕 날아갔다···국내도 토네이도 급 용오름”, 중앙일보, 2019.03.15.
2. 국채표, 김성삼, 이종경, “1964년9월13일 서울근부를 통과한 Tornado에 관하여”, 한국기상학회논문집, 제1권, 제1호, pp.1-6, 1965.
3. 김현경, “일산 토네이도, 한반도 발생 기록 살펴보니 ‘5년에 한번 꼴’, 티브이데일리(TV Daily), 2014.06.11.
4. 백승목, “49년 된 저수지 둑 붕괴... 1000여명 대피소동”, 경향신문, 2013.04.12.
5. 신동호, “한반도 강타한 공포의 토네이도 용오름-하늘에서 내려온 소용돌이 구름기둥”, 과학동아, 10호, pp.106-111, 2001.
6. 연합뉴스TV, “고양‘용오름’, 공식 기록 인정 안돼”, 2014-06-12.
7. 임아연, “송산면 가곡리 용오름 돌풍 피해 현장을 가다-천둥 10개가 한꺼번에 치듯 굉음...공포의 30분”, 당진시대, 2019.03.22.
8. 최부섭, 이언구, 홍성길, “1989년 10월 12일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토네이도”, 한국기상학회지, 제26권 제1호, pp.48-60, 1990.
9. 추성호, 김기훈, 김연희, 조천호, “2014년 6월 고양(10일), 광주(12일) 용오름 발생 메커니즘 분석, 한국기상학회 가을 학술대회 초록집, pp.117-118,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