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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알렌이 함유된 마사지 오일의 자연발화

글 조영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화재연구실장

1. 스쿠알렌(Squalene)의 식품 특성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잘 알려져 있는 스쿠알렌이란 상어의 간(肝)에서 추출한 스쿠알렌 성분을 함유한 유지를 정제한 것을 말하며, 올리브, 아마란스 씨, 쌀겨, 맥아 등에도 존재한다. 인체에도 하루 약 1g 정도 생성되어 콜레스테롤, 생식호르몬, 비타민 D, 담즙산 생산에 쓰이며, 매일 약 250mg의 스쿠알렌이 피부의 지방샘에서 나오는 피지의 성분으로 분비된다.

스쿠알렌은 가볍고 매끄러운 질감으로 세포나 조직 속으로 잘 침투하며, 그 안에 축적되어 있는 지용성 농약이나 발암 물질, 환경오염 물질, 중금속 등을 용해하여 조직 밖으로 배출시키는 해독 작용을 한다. 또한 천연 유상 보호막을 형성하여 세균, 암세포 등 외적을 제거하는 망상 내피조직 기능을 촉진하고 면역 기능을 강화하여 항상성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으며,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고, 특히 T세포 기능과 탐식세포 활동력을 증가시켜 항암 작용을 활발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2. 스쿠알렌의 화재 특성

스쿠알렌은 불포화 탄화수소계로서 응고점이 극히 낮은 기름 액체이다. 분자식은 C30H50이고 분자량은 410.718g/mol 이다. 1906년 일본의 유지화학자 쓰지모토 미쓰마루 박사가 상어의 간에서 발견하였으며, 그 후 1935년 스위스 취리히 대학 폴 카라 교수가 스쿠알렌의 [그림 1]과 같은 분자 구조식을 밝혔다. 트리테르페토이드(Triterpenoid)계의 불포화 탄화수소로 탄소 30개, 수소 50개가 6개의 이중 결합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림 1] 스쿠알렌의 분자 구조 [그림 1] 스쿠알렌의 분자 구조

고도 불포화탄화수소 성분의 동식물성 유지류인 스쿠알렌의 요오드가(요오드 값, Iodine value)는 360~390 정도이다. 식물유 중 요오드가가 커서 자연발화 위험성이 높은 건성유 중에 아마인유의 요오드가가 170~180 정도이고 들깨유가 180~206 정도인 점을 고려할 경우, 스쿠알렌의 요오드가는 상당히 큰 값이라고 할 수 있다.

요오드가는 유지를 구성하고 있는 지방산에 함유된 이중결합의 수를 나타내는 수치로서 100g 유지가 흡수하는 요오드의 g을 말하는 것으로 각 유지 특유의 값이며, 이 요오드가에 따라 유지의 자연발화성의 대소를 측정할 수 있다. 요오드가가 높은 유지는 융점이 낮고, 이중결합이 많아 반응성이 풍부하며, 산화되기 쉬워 자연발화 위험성이 높다.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잘 알려져 있는 스쿠알렌은 마사지 오일, 크림, 로션 등의 화장품 및 피부 보습제 등의 성분으로도 사용될 수 있으며, 스쿠알렌 성분이 부착된 수건이나 의류는 고온의 건조기 등에서 가열될 경우 산화열이 축적되어 자연발화 위험이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3. 스쿠알렌 자연발화 사례

가. 사고개요

2018. 7. 21. 18:00경 강원도 00시 소재의 7층 건물에 위치한 마시지숍의 세탁실에 설치되어 있던 드럼식 빨래 건조기에서 불상의 원인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였으며, 가동 중이던 건조기에서 전기적인 원인으로 인해 발화된 것으로 초동 수사과정에서 추정하였다.

[그림 2]는 마사지숍의 세탁실에 설치되어 있던 건조기 및 건조기 주변의 모습이다. 건조기 내부 및 전면 상부의 케이스가 심하게 소훼된 상태이며, 건조기를 제외한 다른 부위는 일부 그을리거나 열변형된 정도이다.

[그림 2] 빨래 건조기 연소상태 [그림 2] 빨래 건조기 연소상태

나. 분해검사

건조기 내부에 설치된 전기배선에 대한 검사시 [그림 3]과 같이 타이머와 인접한 건조기 내부배선에서 단락흔이 발견되었다. 전기를 사용하는 제품이므로 단락 과정에서 발생한 전기적인 발열이나 불꽃으로 인해 발화된 일반적인 전기화재로 오판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단락흔 위치는 연소의 중심부에서 약간 벗어난 곳이기 때문에 다른 원인으로 인해 발화된 이후 건조기 전면 상부가 연소되는 과정에서 배선의 절연피복이 불에 타면서 단락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되었다.

[그림 3] 건조기 내부배선 단락 [그림 3] 건조기 내부배선 단락

다. 수건의 성분검사

[그림 4]는 드럼 내부에 들어있던 수건의 연소된 모습이다. 최근 부산의 한 마사지숍에서도 동 건의 화재와 매우 유사한 빨래 건조기 화재 [그림 5는 직원이 건조기 안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전원을 차단한 후 도어를 열고 촬영한 사진으로, 사진과 같이 초기에는 수건만 연소되고 있었음]가 있었으며, 피부에 발랐던 오일을 닦은 수건이었다는 점을 고려하여 수건에 남아있을 수 있는 오일의 성분을 분석하였다.

[그림 4] 드럼 내부 수건의 연소상태 [그림 4] 드럼 내부 수건의 연소상태

[그림 5] 부산 마사지숍 건조기 화재 [그림 5] 부산 마사지숍 건조기 화재

성분 분석 결과는 예상한 대로였다. 수건 잔해에서 미네랄 오일(mineral oil), 스쿠알렌(squalene) 및 글리세릴 트리카프릴레이트(glyceryl tricaprylate)가 검출되었으며, 휘발유 성분 등의 인화성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미네랄 오일, 스쿠알렌 및 글리세릴 트리카프릴레이트는 마사지 오일류, 크림, 로션 등의 화장품 및 피부 보습제 등에 사용될 수 있는 성분으로, 스쿠알렌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산화 반응열이 축적될 경우 자연발화 위험성이 있는 물질이며, 미네랄 오일 및 글리세릴 트리카프릴레이트는 가연성 액체로서 점화시 지속적으로 연소될 수 있는 물질이다.

라. 분석결과

마사지숍에서 손님에게 사용했던 오일을 닦은 수건만을 별도로 세탁하는 과정에서 수건 안에 흡착되어 있던 오일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 건조기로 옮겨진 것은 확실하다. 전기히터로 가열하여 건조시키는 건조기 내부의 고온 특성은 요오드가가 매우 커 자연발화 위험성이 높은 스쿠알렌 성분에 산화 반응열이 축적되어 자연발화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스쿠알렌 성분으로 인해 수건에서 발화된 후 가연성의 미네랄 오일 및 트리카프릴레이트 성분은 수건이 지속적으로 연소되어 화재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되며, 드럼 안 수건의 연소와 함께 전면 도어 및 도어 상부의 플라스틱 케이스가 연소되면서 타이머와 인접한 내부배선에 화재원인과 상관없는 단락흔이 형성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4. 맺음말

스쿠알렌은 건강기능성 식품이면서 자연발화 위험성이 있는 물질로 인식되어야 한다. 동 건의 화재와 같이 자연발화 위험성이 있는 동식물유 등의 유지류가 세탁과정에서 충분히 제거되지 않으면 건조하는 과정에서도 화재가 발생할 수 있으며, 건조가 끝난 후에 세탁물을 바로 꺼내지 않거나 또는 세탁물을 꺼낸 후 쌓아두게 되면 잔열 및 축열 등으로 인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건조기 매뉴얼에는 대부분 가연성 물질이나 기름 등이 묻은 의류는 화재의 위험이 있으므로 건조하기 전 반드시 충분한 양의 세제를 넣어 온수에서 세탁한 후 건조하라는 주의사항이 적혀 있다. 하지만 매뉴얼을 숙지하고 사용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미세먼지와 주택 구조 변화로 빨래 널기 힘든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건조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여 올해는 처음으로 세탁기 판매량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세탁기와 함께 필수 항목으로 인식되어 가고 있는 만큼 건조기 관련 화재도 자연스럽게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매뉴얼 상에 기재하는 방법 외에 일반 사용자도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화재 위험성에 대하여 전달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