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고령화와 보험산업 이후

주목할 만한 서베이 인슈테크 스타트업

글 류상만 한국보험신문 기획실장

한국보험신문 기획실장

우리나라는 지난해 8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면서 UN 기준에 따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에 들어선 이후 고령사회로 가기까지 17년 걸렸다. 이는 프랑스 115년, 미국 73년, 일본 24년 등과 비교하면 유례없이 빠른 속도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노인 인구 비율이 2030년에는 24.5%에 이르고 2060년에는 무려 41%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령화는 저출산과 맞물려 생산인구의 감소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작년 3604만명을 정점으로 갈수록 줄어들게 된다. 통계청 인구 추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71.1%, 2030년에는 63.1%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사실상 보험가입 여력이 있는 소비자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고령화를 보험산업의 위기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저축률은 떨어지는 경향을 보여왔다. 저축률이 하락하면 금융자산 수요가 감소하고, 보험수요도 줄어든다.

고령화에 대한 비관적 시각과 달리 최근 보험업계에는 고령화를 긍정적으로 접근하려는 조류가 움트고 있다. 고령화가 보험산업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대수명 증가는 노후 소득보장과 의료비 준비의 필요성 확대로 이어져 은퇴시장을 커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은퇴기간이 길어지면서 노후 소득보장을 위한 연금 및 저축성보험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의료비 준비의 중요성도 커진다. 우리나라 국민은 평생의료비의 50%가 넘는 6,500만원을 65세 이후에 지출한다. 의료비의 경우 필요시기를 예측할 수 없고 목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보험으로 준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이에 보험업계는 노후 의료비 대비 수단으로서 보험의 효용성을 국민에게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빠르면서 노인빈곤율이 높다. 노인빈곤율은 2015년 기준 49.6%로 OECD 국가 중 단연 최고 수준이다. 그 결과 노후 복지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이에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복지제도 확충을 중요한 공약으로 내걸고 표몰이에 나서는 일이 습관처럼 됐다. 현 정부도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중심으로 복지제도 확대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 재원 마련에는 한계가 있다. 올해 복지예산은 처음으로 140조원을 돌파해 전체 예산의 34%를 차지한다. 문제는 복지예산을 늘릴수록 조세 저항도 커지고, 예산 마련의 한계를 느낀다는 것이다. 이에 불가피하게 개인 차원의 고령화 대비 중요성이 커졌다. 정부도 공적보험 보완재로 사적연금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보험산업에 긍정적이다.

이처럼 개인적인 노후준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전체 가구의 10곳 중 4곳은 노후 대비를 전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연금이나 보험 등 장기자산의 필요성이 커지게 되고, 이는 보험산업에는 플러스 요소가 된다. 따라서 고령화는 보험산업이 또 다른 분야로 개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의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헬스케어 서비스’다. 위험을 관리하는 상품과 노후준비에 도움이 되는 건강 서비스를 개발하면 보험시장은 고령화에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이제 보험산업은 상품 공급자가 아닌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헬스케어 서비스 시장은 연 4.3%씩 성장해 2020년에는 8조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저성장 시기의 성장 견인책으로 보험사들은 이제 헬스케어 서비스 활용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시점이다.

이전 세대와 달리 일정 규모의 자기 재산을 갖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은퇴시장이 급속히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보험산업에는 희망적이다. 이들 베이비붐 세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자산을 갖고 은퇴를 하는 세대다. 자금여력이 있고 상대적으로 보험 니즈가 크기 때문에 보험산업은 은퇴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다.

고령화는 보험산업에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기회로 활용한다면 ‘고령화’는 보험산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