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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병원화재 안전대책

글 유호정 부산경남지부  과장,   PE(미국  소방기술사),  CPCU(미국  손해보험  언더라이터)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병원 화재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였다. 이에 일본, 미국의 병원 화재 추이와 그 특징 등에 대해 소개하고, 미국의 법규를 중심으로 병원시설 안전기준에 대해 국내에서 참고할 만한 내용을 위주로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1.병원시설의 현황과 화재 위험 특성

고령화, 요양시설 관련 법제도의 운영, 경제수준 향상, 건강관리 산업의 증가 등으로 국내의 병원 숫자는 최근 들어 급속하게 증가하여 왔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일정 규모 이상의 병상을 가지고 있는 종합병원,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의 합계 수치 추이를 살펴보면 최근 10년 새 거의 두 배로 증가했으며[2006년, 1899개소, 2015년 3678개소), 이중 상당수가 중소형의 병원, 요양시설 등의 증가치이다.

병원은 신체적·판단 능력 등이 떨어지는 사람이나 자력피난이 곤란한 환자가 대부분인 점, 그들의 취침장소인 점, 그리고 병문안 손님 등의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24시간 가동 시설이므로 방재, 보안상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건물은 안전관리의 주안점이 일차적으로 화재 예방에 있으며, 다음은 발생한 화재를 발화실 내 또는 일정 구획공간 내로 제어하는 것이다. 피난에 있어서도 수직 피난에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환자가 있으므로, 일반 건물과는 다른 방식의 피난계획과 비상대응계획이 필요할 수 있다.

2. 국내외 사례와 통계로 본 병원화재의 특징

국내에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최근의 병원 또는 요양시설 화재를 보면 밀양 세종병원(사망 51명, 부상 140여명), 장성요양병원(방화, 2014년, 21명 사망, 8명 부상), 포항 노인요양원(10명 사망, 17명 부상) 등이 있는데, 병원시설의 화재빈도가 다른 용도의 건물에 비해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건물 크기와 화재의 규모에 비하여 사상자가 상당히 많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 국가화재통계자료를 근거로 분석을 해보면 병원의 화재건수 대비 사망자 수가 전체 화재건수 대비 사망자 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고 있다.

일본의 병원화재 추이를 보면 2013년도 후쿠오카 소재 정형외과병원 화재의 10명 사망 화재1)를 제외하고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는 오랜 동안 없는 것으로 나온다. <표 1>에서 최근 일본의 화재통계를 보면 병원의 화재건수 대비 사망자 수는 다른 용도에 비해 높게 나오지 않는다.

일본의 병원화재 원인은 국내와 분류체계가 달라 단순 비교를 하기에는 어려우나, 일본의 수도권이라 할 수 있는 도쿄도 지역의 90년대 화재통계를 보면 방화에 의한 화재가 절반 가까운 것으로 나오는 분석자료가 있는데, 이를 일본 전체 화재건수 대비 방화화재 비율에 비해서도 현격히 높은 수치이다. 국내의 화재 중 장성의 요양병원, 공주 정신병원 화재 등 국내에서 기존에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병원화재들의 경우 방화에 의한 경우가 존재하는데, 그 이유로는 환자, 방문객 등의 돌발적 행동에 대한 대응이 어려운 점, 출입통제가 느슨하고 경비인력이 부족한 상황, 대부분이 여성들인 병원 직원들의 구성 특성 등을 고려할 때 방화 시도가 어렵지 않은 점들이 작용할 수 있다.

1) 일본 후쿠오카(福岡)시의 한 정형외과 병원에서 새벽에 화재가 발생, 입원환자 8명과 병원 관계자 2명 등 10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한 사건. 불은 지상 4층, 지하 1층의 병원 콘크리트 건물 1층에 있는 치료실에서 시작되었고, 화재 당시 병원 안에는 18명이 있었으며 숨진 입원 환자는 거의가 70∼80대의 고령자들이다.
<표 1> 일본의 최근 병원 관련 화재통계
일본의 최근 병원 관련 화재통계
연도 병원화재사망자수 병원화재건수 일본 전체 화재사망자수 일본 전체 화재건수
2007 2 146 2,067 54,582
2008 5 118 2,005 52,394
2009 3 133 1,877 51,139
2010 1 121 1,738 46,620
2011 4 126 1,766 50,006
2012 1 102 1,721 44,189
2013 10* 102 1,625 48,095
2014 4 109 1,678 43,741
2015 1 95 1,563 39,111
2016 1 100 1,452 36,831
합계 32 1,152 17,492 466,708
사망자/화재건수 0.0277 0.037
* 후쿠오카 정형외과 화재 사망건수임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기 위해 NFPA에서 공표한 Structure Fires in Health Care Facilities을 참고하면, 미국 내 병원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2004년 이후 연 10명 미만인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대부분의 화재가 확산되지 않고 4%의 화재만이 발화실을 넘어 확산되었다. 화재의 주원인은 병원 내 위치한 조리시설에서 발생한 경우가 66% 이며, 전기원인 등이 그 다음 요인으로 나오는데, 주방화재의 대부분은 비확산(confined fires)화재로 대부분 주방 내에서 연소되고 큰 피해가 없고, 전기로 인한 화재 등이 확산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나온다.

3. 병원시설의 안전대책(미국의 법규를 중심으로)

가. 용도의 분류

미국의 경우 건축법인 IBC에서 병원시설을 I(Institutional)-22)용도로 분류하는데, 이 용도의 특징은 건물 내의 사람들이 관리, 감독되거나 자유롭게 출입을 할 수 없는 건물을 분류한 것이다. 병원 재실자의 신체적 특징이 대부분 일시적, 영구적으로 불편한 상태이므로, 이러한 사람들이 있다는 전제 하에 관련 건축, 안전 관련 대책이 정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국내와는 다를 수 있는데, 행정적인 관점보다는 건축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특성 관점에서 건축물의 구조, 설비, 안전대책을 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2) 24시간 기준으로 6명 이상을 수용하여 의료적인 서비스(medical care)를 제공하는 시설을 I-2로 분류하며, 병원, 요양원, 요양병원, 알콜중독 치료시설 등이 이러한 범주에 해당한다.

나. 연소확대 방지

1) 방화구획

피난이 힘든 재실자의 사망위험을 급격하게 상승시키는 요인이 연기와 열의 확산이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방화구획, 방화문, 방화셔터에 대한 규정을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리와 신뢰성의 문제가 사고발생 시 항상 대두된다. 이번 세종병원 화재의 경우에도 방화문이 1층에 없어 피난계단을 통해 상층부로 연기가 급속하게 전파되어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의료수요 확대로 기존 건물에 용도변경, 수평, 수직 증축을 하거나, 옆 부지에 요양병원 등을 추가로 건축한 경우 기존 부분과 신축 부분 사이를 방화문이나 방화셔터로 구획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구조는 연소확대에 취약할 수 있다.

병원은 식사의 이송(덤웨이터), 세탁물의 투입(린넨슈트), 진료기록 송부(기송관 설비), 입원실 구획 등을 위해 수직, 수평 관통부가 많이 발생하는 구조로, 이러한 공간들의 구획 처리가 중요한 이슈이다. 즉 린넨슈트의 투입구는 구획되고, 덕트가 관통할 때 방화댐퍼 등의 설치가 필요하고, 설비피트실 내, 방화문 등 기송관이 바닥 슬래브 및 구획벽체를 관통하는 설비 관통부 주변 개구부는 내화충전성능이 확인된 재료 또는 구조로 보완하고, 기송관의 방화구획선 관통부에는 방화댐퍼 설치가 필요하다. 실제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이러한 구획을 완벽히 하는 것은 힘들지만 구조상 최선의 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연기확산

세종병원 화재 이후 연기확산 방지를 위한 제연설비 설치가 논의되기도 하는데, 그러한 능동형 설비(active system)는 유지관리 미비 시 신뢰성이 떨어지고, 화재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에 모두 상응하는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이미 제도화된 방화구획(수직, 수평구획)을 제대로 설치, 관리한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우리와 다른 방화구획 규정을 가지고 있는 미국은 일정면적마다 구획하는 면적별 구획에 대해서는 엄격하지 않고, 용도별로 여러 가지 수준의 구획을 요구하는 규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국내의 방화구획 법규가 상대적으로 엄격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기의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인명안전의 관건이므로 미국 건축법에서는 의료용도인 I-2 용도시설에서는 일정면적 이상인 경우 연기가 차단될 수 있는 구획을 각 층마다 하도록 하고 있다. 즉 수용가능인원(occupant load)이 50인 이상인 경우 한 층에 2개 이상으로 방연구획을 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각 구획마다 일정면적 이상의 피난구역이 있어야 한다. [그림 1] 참조

미국의 방연구획 개념 [그림 1] 미국의 방연구획 개념

(3) 방염

화재 시 급속한 연기 발생을 막기 위해 용도에 따라 방염처리를 의무화하는데, 중소형 일반 병원의 경우 의무대상이 아니며, 결국 세종병원의 경우에도 1층 발화실 내 스티로폼 내장재가 연기발생에 치명적인 역할을 하였다.미국의 규정을 보면, 미국건축법(IBC) 8장에서 각 용도별로 내장재 등급(화염, 연기확산 정도에 따라 A, B, C 3가지 수준)에 대해 규정하는데, 특이한 점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 그 등급이 한 단계식 엄격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병원용도(I-2)는 내장재 규제 대상구역(방, 거실, 복도, 피난경로 등) 모두 B등급 이상으로 규정하여 모든 용도 중 가장 안전도가 높은 내장재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다. 소방설비

(1) 수계소화설비

정신병원과 요양병원은 대규모 인명피해를 가져온 사고로 인해 최근 법개정이 이루어져 해당 용도의 바닥면적 600㎡ 규모 이상인 경우 스프링클러설비를 건물 전체에 설치하도록 되어 있으나, 일반적인 병원의 경우에는 그렇게 의무화하지는 않고 있다. 이러한 입법과정에서 고려된 사항은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의 경우 출입의 통제가 이루어지는 건물 관리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 여수 출입국사무소 화재로 인하여 관련 시설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었고, 장성요양병원 화재로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한 것인데, 이는 재실자의 특성보다는 외적 요인, 즉 건물의 보안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미국건축코드(IBC) 및 인명안전코드(NFPA 101)에서 병원이 있는 경우 해당 건물 전체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는데, 요양병원과 정신병원, 일반병원을 구분하지 않고 있으며, 자유로운 출입이 외부적인 요인으로 힘들거나 재실자의 특성으로 힘든 경우에 최소한의 화재안전설비로서 스프링클러를 해당 용도 건물 전체에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옥내소화전으로 어느 정도 보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미국의 설치 규정을 보면 소화전설비의 경우 그러한 의미 부여를 하고 있지 않고, 다만 전문적인 대응인력(소방대, 훈련받은 직원)이 사용하는 보조적 설비(잔불제거 등 스프링클러의 보조적 역할)로 간주된다.

(2) 자동화재탐지설비

자동화재탐설비의 경우 화재신호의 전달이 이슈인데, 병원의 경우 여러 구획된 공간으로 인한 음향신호 dB 감쇠, 청력저하 재실자들이 많은 상황이 문제가 된다. 미국에서 병원의 경우 당연히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고(IBC 907.2.6.2), NFPA 72, 자동화재탐지설비 및 신호처리 기준에서는 수면공간에서 좀 더 엄격한 화재경보 음향수준을 요구하며(주변 평균소음수준+15dB 이상), 이러한 음향수준 측정 시에는 문, 커튼, 칸막이 등 주변 물체들이 있는 상태에서 설치하여 그 음향수준을 만족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청각장애인을 위해 진동을 이용한 경보설비(Tactile notification)을 이용하여 음향 또는 시각경보장치의 보완을 할 수 있다.

4. 비상시 인명안전대책

가. 인명안전대책 기본원칙

병원시설에서 환자를 수직 이동시키는 방법은 비효율적이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방법이다. 이러한 연구들을 오랜 동안 수행해온 미국방화협회(NFPA)에서의 실험을 예로 들면, 2층 병동에서 환자를 지표면으로 피난시키는 한 모의 시험연구에서 화재 시 안전한 피난에 소요되는 시간이 30분을 초과할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환자에 따라서는 수직이동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의 병원의 방재대책과 법규는 화재로 인하여 점유자를 가급적 수직으로 이동시켜야 하는 확률을 최소화시키는 “현장방어” 전략을 고려한다. 이렇게 하면 하나의 층에서는 환자를 안전한 지역으로 수평 이동시킬 수 있게 되고, 단일 화재에 노출되는 점유자의 수를 관리 가능한 한계 이내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1차적 피난 후 수직 피난로(계단이나 경사로)는 방문객과 직원에게는 탈출경로로서, 환자의 이동에 있어서는 “최종 방어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수평피난 개념은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어 피난계획을 수립할 때 활용되는 경우가 있으나, 필자가 수평피난계획을 수립한 한 병원시설의 수평 피난훈련을 참관한 결과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수평피난계획을 성공시키려면 각 구역과 이동방식을 사전에 병원 직원들에게 숙지시키고 준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혼란스러운 상황이 되어, 결국 피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비상대응체제 수립

한국의 경우 최근 병원인증제도의 도입으로 비상대응계획에 대한 정기적인 검증절차가 인증심사 단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미국의 경우 예전부터 미국병원연합위원회(hospital Joint commission) 운영을 통해 이러한 검증을 해오고 있고, 미국 인명안전기준(NFPA 101)에서는 아래와 같이 비상대응체제를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 직원의 의무

모든 의료용도의 관리자는 모든 감독 요원들에게 화재 시 모든 사람들의 방호를 위한 계획, 대피장소로의 피난, 필요 시 건물로부터의 피난 내용이 포함된 유효한 문서의 사본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모든 직원들은 이러한 계획상의 자신들의 임무를 숙지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그 임무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계획서의 사본은 전화교환실이나 보안센터에 상시 비치하여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2) 훈련 일시

의료용도에서의 소방훈련에는 화재경보신호의 전달과 비상 화재상황의 모의 훈련이 포함되어야 한다. 소방훈련은 분기에 1회 근무 교대 시간마다 실시하며, 시설 직원(간호사, 인턴, 정비기술자 그리고 관리직원)들이 여러 상황들에서 필요한 신호와 비상조치에 숙달되도록 훈련해야 한다. 오후 9:00(21:00)에서 오전 6:00 (06:00) 사이에 실시되는 소방훈련 중에는 부호화된 방송의 사용을 허용할 수 있다.

(3) 화재 시 절차

병원에서 환자들을 적절히 방호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직원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대응 조치에는 화재와 직접 관련된 모든 점유자의 이동, 건물 내 다른 점유자 통보를 위한 해당 화재경보신호의 전달과 직원 호출하기, 화재 발생지역의 문을 닫아 격리시키는 화재영향 차단, 의료용도의 화재안전계획에 따른 환자의 재배치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4) 화재경보 교육

모든 병원의 직원은 화재경보장치의 사용법과 작동 시 대응조치에 대해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다음 상황에서 경보를 확실히 전달하기 위한 약호의 사용법에 대해서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1. - 화재를 발견한 사람이 위험에 처한 사람을 즉시 도우러 갈 때
  2. - 건물 화재경보설비가 고장났을 때

약호 방송을 들은 직원은 우선 가장 가까운 수동식 화재경보발신기를 이용하여 건물의 화재경보장치를 작동시킨 후, 화재안전계획상의 자신의 임무를 즉시 수행해야 한다.

(5) 비상구의 유지관리

선택한 피난 방법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비상구의 잠금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의료용도에서는 화재나 기타 비상사태 시 자물쇠를 해제하고 점유자들을 긴박한 위험지역으로부터 안전한 장소로 피난시키는 유자격 직원을 항시 배치해야 한다.

다. 환자의 자유이동 제한 문제

지난 밀양 화재 시 일부 환자들이 결박 상태여서 피난 및 구조가 어려웠다는 것에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 예전에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병원시설 화재의 주 요인으로 환자의 감금, 결박 등에 기인한 경우가 있다. 정신병원 등의 경우 출입통제가 엄격하고 치매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의 경우도 비슷한 출입통제가 이루어지는데, 출입통제를 넘어 환자의 신체를 구속하는 것은 미묘한 문제로 의료진의 판단, 인권, 법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사항이며, NFPA 101 18.2장에서는 이러한 환자의 이동을 제한하는 상황에서의 대책을 제시한다. 이때 관건은 비상시 구속상태를 해제할 수 있는 충분한 인력의 배치와 준비상태이다.

(1) 이동제한시 전제조건

출입문 통제를 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있는 모든 지역에 비상대응을 할 수 있는 직원이 항상 배치되어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직원들에게는 환자를 발화실에서 구출하기, 방문 닫기, 화재경보장치 작동과 같은 화재 비상사태 시의 중요한 기능 임무가 부여된다.

(2) 출입문 통제

특정 종류의 환자를 수용하거나 감호실 또는 보안구역이 있는 건물에서 내부의 거주자를 감금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문을 잠그거나 철창을 설치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계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갇혀있는 사람을 즉시 풀어줄 수 있는 규정이 제정되어야 한다. 감금된 곳의 점유자를 풀어 주는 기능으로는 피난로 문의 잠금장치를 자동적으로 해제시키거나, 열쇠를 소지한 감시인을 상시 배치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두 경우 모두, 기본적으로 계속 감시가 이루어져야 한다.

(3) 병실 통제

각 병실의 문에는 원칙적으로 자물쇠를 허용해서는 안된다. 단, 복도에서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열쇠 잠금식 장치로서 직원만이 복도 쪽에서 열 수 있는 장치는 허용된다. 하지만 그러한 장치가 방에서의 피난을 제한해서는 안된다. 환자의 임상적 필요에 따라서 환자의 안전을 위한 특수 보안조치가 필요할 경우에는 직원이 상시 열쇠를 소지하고 있는 문 잠금장치를 그 의료용도나 의료용도의 부분에 허용해야 한다.

(4) 피난경로상의 문

필수 피난로에 위치해 있는 문에는 출구쪽에서 공구나 열쇠를 사용하여 열게 되어 있는 걸쇠나 자물쇠를 설치해서는 안된다. 환자의 임상적 필요에 따라서 환자의 안전을 위한 특수 보안조치가 필요할 경우에는 직원이 언제나 즉시 해제할 수 있으며 피난을 지연시키지 않는 문 잠금장치를 할 수 있다.

(5) 폐쇄된 문의 즉시개방

잠그도록 허용된 피난로 내에 위치한 문은 원격제어 자물쇠나 모든 자물쇠를 직원이 항상 소지하는 열쇠로 열 수 있는 자물쇠나 기타 직원이 항상 사용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으로 모든 점유자를 신속히 이동시킬 수 있는 적절한 규정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한 잠금장치는 각 층에 한 개씩만 허용해야 한다. 문을 잠글 필요가 있는 건물에서는 직원이 계속 감시해야 한다. 직원이 열쇠를 소지하거나 문에 원격 잠금해제 장치를 사용하거나 기타 직원이 항시 사용할 수 있는 기타 수단을 이용하여 갇힌 사람을 즉시 풀어 줄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5. 전반적인 의료시설 안전에 대한 고찰

병원은 다양한 용도의 구역이 복합적으로 밀집해 있는 건물로 그 안에는 다양한 고위험 구역(high risk area)들이 있다. 이러한 곳은 특히 유념하여 관리해야 할 것이며, 예를 들면 병원 내 실험실(다양한 화학물질 보관), 의료용 가스저장소, 소독장치실, 멸균장치실(EO 가스 등), 조리시설(급식용, 구내식당용), 치기공실(열원 사용) 등이다.

조리시설 내 화재는 충분한 방호설비, 즉 주방용 자동소화설비 및 최근 비치가 의무화된 주방용 소화기(K급 약제)의 설치가 중요하다. 2018년 2월에 발생한 신촌 종합병원 화재의 경우 병원 내 피자 식당 내 오븐과 배기덕트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덕트에 누적된 기름으로 인하여 순식간에 건물 내부를 관통하는 덕트주변부로 화재가 확산되었다. 조리시설에서의 화재가 미국 병원화재의 대부분(2012~2014년도 병원화재 68%)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듯이 병원 내 위치한 편의시설이 계속 증가하고 다양화되면서 이러한 위험이 높아지고 있어 그에 상응하는 관리가 중요하며, 주방용 자동소화설비와 주방용 소화기 비치, 덕트의 정기적인 청소를 통해 위험도 개선이 가능하다 할 것이다.

치기공실은 가스 직화기구를 이용하는 설비에 대한 관리에 주의해야 하며, EO가스를 사용하는 멸균장치실은 가스의 누출을 감지하는 장치와 적절한 환기설비의 설치, 관리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아직 EO가스와 관련된 병원 내 폭발사고 등은 보고된 바 없지만 충분한 개연성이 있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병원의 여러 구역, 설비들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방호기준은 우리 협회의 ‘병원시설 위험관리가이드’ 또는 NFPA 99, Standard for Health Care Facilities에서 참고할 수 있다.

6.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병원시설 화재안전과 관련된 국내외 사례들과 대책들에 대해 소개하였다. 위에서 서술한 미국의 안전대책은 우리나라의 것들과는 문화적, 기술적 차이 때문에 바로 차용하기는 다소 힘들 수 있으나, 오래전부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발전해온 제도이므로, 차후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후속 연구와 논의를 하여 국내의 화재안전을 개선하는데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참고문헌

  • 1) 병원시설 위험관리가이드, 한국화재보험협회
  • 2) 인명안전코드핸드북 한글판, 한국화재보협회
  • 3) 소방백서 평성 19년~28년 판, 일본소방청.
  • 4) 건축방재계획, AFRI
  • 5) 건축방재계획지침, 일본건축센터
  • 6) http://www.jointcommission.org
  • 7) NFPA 99, Standard for Health Care Facilities
  • 8) 2012 IBC code hand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