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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보험 분쟁조정 사례(보험 목적 중심으로)

원희정 국장(금융감독원 분쟁조정1국)

1. 머리말

가. 금융소비자보호와 금융민원·분쟁조정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금융감독업무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금융감독원은 2012.5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신설하여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하고 독립성을 제고하고자 하였다.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 정책은 크게 사전적 예방조치와 사후적 보호제도로 나뉘는데, 그중 사후적 보호제도는 금융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고 피해를 구제하는 업무로 금융민원·분쟁조정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사이의 금융 관련 분쟁을 조정하는 일인데, 당사자 상호 간의 정보 비대칭 해소가 핵심이 된다.

나. 화재보험 관련 분쟁

손해보험 민원 중에는 화재보험 관련 분쟁조정 신청 건들의 수가 적지 않다. 가장 빈발하는 유형은 손해액 산정에 관한 것인데, 금융소비자와 보험회사 간에 산출한 손해액이 서로 달라 다툼이 있는 경우이다. 다음으로 건수가 많은 유형은 보험 목적의 범위에 관한 분쟁이다. 예를 들어 공장 옆 창고에서 불이 났는데, 공장과 달리 창고는 담보하지 않는다는 보험회사의 보상처리에 대한 불만으로 분쟁조정을 신청한 경우다.

화재보험에서 보험 목적의 범위에 대한 다툼은 가장 근본적인 분쟁 유형이라 할 수 있다. 화재보험금이 지급되려면 ‘화재 사고’는 ‘보험 목적’에 발생해야 하는바, 보험 목적에 해당하는지는 보험금이 지급되기 위한 첫 관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약관상의 여러 면책사유 적용 여부도 우선 보험 목적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다. 본 기고는 화재보험에서 보험 목적의 범위에 관한 주요 사례를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청약 단계 및 증권 기재 단계에서의 개선 방안도 모색해보고자 한다.

2. 화재보험 목적 범위 관련 분쟁조정 주요 사례

※아래는 금감원 분쟁조정 건들을 각색한 가상의 사례입니다.

가. 주택 옆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 씨

(1) 분쟁 개요

김 씨는 서울시 도봉구에 사는 가정주부인데, 자녀들이 성인이 되고 시간 여유가 생기자 거주 주택 옆 한 칸을 매수하여 분식집을 운영하게 되었다. 어느 날 가스레인지에서 불이 나 분식집이 전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분식집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듣고 실망했다. 주택화재보험을 가입할 당시에 설계사가 분식집을 운영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기에 분식집도 당연히 가입되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2) 검토 및 조정 방향

보험증권을 보니 보험 목적물의 면적은 82㎡이고 용도는 ‘단독주택’이다. 김 씨의 주택은 면적이 81㎡이고 그 옆 분식집은 29㎡인바, 증권 기재상 주택만 화재보험에 가입된 것으로 보인다. 면적의 차이가 크고 주택과 음식점은 화재가 발생할 위험도 다르므로 분식집도 담보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입 당시 설계사가 분식집 운영 사실을 알았더라도, 그것만으로 보험 목적으로 삼는 합의가 있었다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 별도의 합의가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은 계약자의 몫이다. 따라서 보험 목적 밖인 분식집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하여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회사의 업무처리는 다른 객관적인 증명이 없는 한 그 자체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3) 해설

보험증권은 보험계약의 성립 사실과 그 내용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증권이다. 보험계약자와 보험자 사이 체결한 보험계약의 내용은 양 당사자의 합의에 따르는데, 그 내용에 다툼이 있는 경우 보험증권의 기재 사항이 원칙적인 기준이 된다. 보험증권 기재와 다른 내용의 합의가 별도로 있었음은 보험금 청구권자가 증명할 사항이다.

상법은 보험자에게 보험증권 교부 의무를 부과한다(제640조 제1항 본문). 금융소비자는 교부된 보험증권을 꼼꼼히 살펴보아 자신이 가입하려는 목적물이 빠짐없이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애매하거나 부족한 점이 있다면, 이를 수정하여 기재하는 것이 분쟁의 소지를 없애는 근본적인 방법이다. 한편, 화재보험의 경우 목적물의 소재지·구조와 용도 등을 기재하도록 정하며(제685조), 실무상 면적도 기재하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보험 목적이 충분히 특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소재지란 등에 구체적인 건물의 이름이나 특징을 기재하여 추후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장 옆의 창고’는 흔한 분쟁인데, 보험증권에 “○○공장동”이라는 식으로 특정하여 창고는 보험 목적이 아님을 나타내거나, 또는 “○○공장동, 창고”라고 구체적으로 기재하여 공장과 창고를 모두 보험 목적으로 함을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 식당을 확장해서 주방을 만든 박 씨

(1) 분쟁 개요

박 씨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장사가 잘되자 기존 음식점 건물을 손님이 식사하는 ‘식당’으로 만들고, 바로 옆에 판넬로 가건물을 만들어 ‘주방’으로 사용했다. 이후 박 씨는 설계사를 통해 음식점을 화재보험에 가입했다. 어느 날 주방에서 불이 나 음식점이 전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박 씨는 보험회사에 화재보험금을 청구했으나, 식당 부분만 보험 목적이므로 주방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는 담보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2) 검토 및 조정 방향

보험증권을 보니 보험 목적물에 대하여 “1층 ○○수타면”으로만 기재되어 있다. 면적은 80㎡로 기재되어 있는데, 음식점 현장 조사 결과 ‘식당’은 55㎡, ‘주방’은 25㎡이어서 둘을 합치면 증권상 기재 면적에 들어맞는다. 육안상 식당 부분과 주방 부분이 마치 하나의 동일한 건물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돼 보였다. 증권상 건물의 구조는 ‘콘크리트(1급)’이고 화재가 발생한 주방은 ‘판넬조 가건물(3급)’이라는 점에서 상이하지만, 사회통념상 음식점을 화재보험에 가입하면서 주방 부분을 제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소재지도 “1층 ○○수타면”이라고 포괄적으로 기재되어 있고 면적도 주방까지 합친 80㎡라는 점에서, 주방도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박 씨의 의사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천막 등과 달리 판넬조 가건물은 단독으로 보험에 가입도 가능하다. 결국 건물의 구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보험금 지급책임이 없다는 보험회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바,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권고하였다.

(3) 해설

화재보험증권에는 상법 제666조에서 규정하는 공통사항과 더불어 제685조에 따라 그 소재지 및 구조와 용도도 기재한다. 건물의 구조와 용도는 위험률을 판단하는 근거가 되며 이에 따라 보험료도 달라질 수 있어 중요한 사항이다. 건물을 확장하면 건물 일부의 구조가 변경될 수 있어 계약자는 설계사 등을 통해 보험회사에 정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보험회사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수과정에서 필요시 현장 조사를 하거나 관련 사항 확인을 위한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미 분쟁이 생긴 경우, 보험증권 기재상의 면적에 포괄되면서 사회통념상 제외하는 것이 이례적이라면 보험 목적에 포함된다고 보는 게 금융소비자 보호의 측면에서 타당하다.

다. 다양한 물건이 있는 학원을 운영하는 이 씨

(1) 분쟁 개요

이 씨는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종합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학원 건물을 보험에 가입한 이후 화재가 발생하여 건물은 물론 건물 외부의 간판, 내부의 책상과 의자 등 여러 물건도 불에 탔다. 이 씨는 발생한 손해 전체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보험회사는 건물과 간판의 손해는 보상되지만 내부의 물건들은 보상되지 않는다고 안내하였다. 이 씨는 건물 내부의 물건들도 당연히 담보 범위에 포함된다고 생각했기에 당황하였다.

(2) 검토 및 조정 방향

보험증권의 가입 대상란을 보니 ‘건물’만 기재되어 있고, 그 외 ‘집기·비품’은 기재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건물 내부에 존재하는 이 씨 소유의 책상, 의자, 책장 등은 담보되지 않는다. 반면, 간판은 건물이 보험 목적인 경우에 다른 약정이 없으면 포함되는 ‘부착물’이므로 담보 대상이다. 이 씨가 집기·비품도 가입할 의사를 전달하였음에도 설계사가 이를 누락했다면 상황이 다를 수 있겠으나 본 사안에서 이 씨는 건물만 가입하면서 막연히 내부의 물건들도 담보되리라고 기대했을 뿐이었다. 결국 보험 목적이 아닌 물건들에 대한 손해는 보상받기 어렵다. 판례도 이와 유사한 사안에서 사무기기와 집기에 대한 보험회사의 지급 의무를 부정한 바 있다(인천지방법원 2017나54732).

(3) 해설

화재보험 표준약관은 보험 목적이 ‘건물’인 경우와 동산 등 ‘건물 이외’인 경우로 구분한다. 먼저 ‘건물’이 보험의 목적인 경우, 일정한 물건들은 다른 약정이 없으면 보험의 목적에 포함된다(제5조 제2항). ① 대문이나 담 같은 ‘부속물’, ② 간판이나 안테나 같은 ‘부착물’, ③ 전기·가스·냉방설비 등의 ‘부속설비’가 그것이다. 다음으로 동산 등 ‘건물 이외’인 경우 피보험자 또는 그와 같은 세대에 속하는 사람의 소유물(생활용품, 집기·비품 등)이 해당된다. 계약자는 보험 가입 시 건물과 함께 건물 내의 물건도 가입할 것인지 잘 고민해야 한다. 건물의 용도 등으로 미루어 보아 건물 내부의 물건이 많을 경우, 설계사 등이 먼저 계약자에게 가입 의사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3. 개선점

이상 화재보험 목적 범위와 관련된 주요 분쟁조정 사례를 살펴보았다. 통상의 분쟁조정 사례는 약관의 해석이나 사실관계의 확정이 문제인 경우가 많으나, 본 기고에서 살펴본 ‘보험 목적 범위’ 유형은 보험증권의 기재 내용과 그 이해가 핵심이다. 아래와 같이 가입·인수 및 보험증권 기재 단계에서 몇 가지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상당수의 분쟁이 사전에 방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 청약서에 상세 질문표를 활용

먼저 보험계약 시 청약서에 질문표를 활용하여 보험 목적 범위에 대해 계약자와 설계사 등이 미리 소통 및 협의하는 방안이다. 현재 청약서상 ‘실제 소유자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란이 있는데, 이와 유사하게 ① 소재지 면적 범위 내에 건물이 몇 개 존재하는지, ② 건물 주변에 부속된 천막이나 창고 등이 존재하는지를 미리 묻는 것이다. 이로써 설계사는 질문표가 포함된 청약서를 확인하고 향후 분쟁의 여지가 없도록 특정 목적물의 가입 또는 제외 의사를 확인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 보험증권 기재의 구체화

다음으로 위 청약서 및 질문표에 따라 구체화 된 보험 목적 범위에 관한 내용을 보험증권에 상세히 기재하는 것이다. 현재 보험증권의 ‘재물사항’에는 건물의 주소만 적는 경우가 많아 소재지 내 건물이 복수일 경우 포함 여부에 대한 다툼의 소지가 있다. 이를 개선하여 “펜션 A동, B동”과 같이 개별 건물의 명칭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가 있다. 면적도 개별 건물까지 따로 기재하면 분쟁을 방지할 수 있겠다.

4. 맺음말

분쟁조정 업무를 하다 보면 소비자가 한 번만 더 꼼꼼히 확인하고 금융회사가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했더라면 방지되었을 사안이 많다. 본 기고가 대상으로 삼은 화재보험 목적 범위에 관한 분쟁도 마찬가지다. 인수 단계에서 가입자와 설계사가 보험계약 내용에 관하여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고 그 결과를 보험증권에 정확하게 기재했다면 애초에 분쟁으로 발전하지 않았을 건이 대다수다. 보험회사들이 이상의 주요 사례를 참고하여 화재보험 청약서 형식 및 보험증권의 기재 방식에 관한 실무를 개선함으로써, 금융소비자와의 사이에서 불필요한 다툼이 줄어들기를 기대한다. 이는 곧 금융소비자 보호의 핵심인 정보비대칭의 완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