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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4일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식당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음식 조리 중에 가열된 식용유가 발화하여 건물 내외부와 인근 가게에도 큰 피해가 발생하였는데 그 피해액인 4억 912만 원을 재난배상책임보험으로 배상할 수 있었다. 건물주가 재난배상책임보험의 보험료로 매달 1,638원을 불입한 덕분이었다. 그리고 2022년 3월 3일 부산시 사하구 소재 모텔에서 날벼락 같은 화재사고가 발생하였다. 투숙객의 방화로 4명이 연기를 흡입하여 입원치료를 받고 옆 건물도 피해를 입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모텔 건물주는 재난배상책임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피해금액 3,924만 원을 배상할 수 있었다. 모텔 건물주가 납부하였던 보험료는 연 16만 원에 불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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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지 않고 뜻하지 않게 발생한 사고로 인한 타인의 피해를 배상하는 재난배상책임보험을 만약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면 건물주나 임차인뿐만 아니라 피해자도 막막한 상황에 처하게 될 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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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적은 비용으로 큰 피해를 배상하여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배상을 함으로써 국민 일상 속에서 충실한 사회안전망으로 자리잡은 재난배상책임보험의 도입 경과와 가입대상, 운영현황, 제도의 확충, 향후 전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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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6일 대통령 직속의 민관협의체인 국민경제자문회의의 제5차 회의에서 기존 재난안전의무보험이 책임지지 않는 보험 사각지대, 즉 재난취약시설에 대해 재난안전 의무보험 확대․개선 필요성이 언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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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몇 년에 걸쳐 정부 주관 회의와 민간 연구용역, 법률안 발의 등으로 추진되었고 마침내 2016년 1월 7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안전법”이라 한다)에 재난취약시설 의무보험 도입근거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2017년 1월 6일에 재난안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개정되어 재난배상책임보험의 가입대상 시설과 보상한도, 가입관리 등에 관한 세부 내용이 규정되면서 시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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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미가입에 따른 과태료 부과에 대해서는 2018년 8월 31일까지 유예하는 등 가입대상시설의 자발적인 가입을 유인하기 위해 보험가입 홍보에 행정력을 집중하였고 2018년 8월까지 18개 업종 170,865개소에 대한 재난배상책임보험 가입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2018년 9월 3일에는 보험 가입률이 99.65%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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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입대상인 공동주택이 15층 이하의 분양아파트로 한정되어 있어 주거환경이 유사한 임대아파트 및 연립․다세대주택 피해자에 대한 보상대책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에 따라 15층 이하의 민간입대 주택 및 공공임대주택을 2020년 1월 7일 자로 재난배상책임보험 가입대상 시설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농어촌정비법에 의한 농어촌민박이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어렵고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대규모 인명피해 우려가 있는데도 임의보험으로 되어 있어 책임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판단에 따라 2020년 12월 10일 자로 재난배상책임보험 가입대상 시설에 포함시켰다. 그결과 2023년 12월 31일에는 20개 업종에 228,480개소를 가입대상으로 확대하여 재난배상책임보험 제도의 활성화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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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배상책임보험은 재난취약시설의 화재·붕괴·폭발 등으로 인한 타인의 생명·신체나 재산상의 손해를 보상한다. 피해자 구제 확대를 위해 보험가입자의 과실이 없는 무과실 사고(원인불명 사고 등)로 인한 손해까지 보상함을 그 특징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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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로 하면 가입자 본인의 고의나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이 저지른 것으로 인한 피해도 보상한다는 것이다. 보상 한도로는 대인1명당 1억5천만 원 이내와 대물1사고당 10억 원 이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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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배상책임보험의 가입대상은 재난이 발생할 경우 타인에게 대규모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물류창고, 주유소, 음식점, 숙박업소 등 20개 업종의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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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 「국유재산법」,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등에 따라 그 손해의 보상내용을 충족하는 보험에 가입한 경우에는 재난안전법에 따른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보아 가입대상 시설에서 제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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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가입 의무자는 재난안전법에 따라 소유자, 점유자 또는 관리자이다. 또한 미 가입 시에는 <표 3>에 의한 과태료 처분을 최고 300만 원까지 받게 될 수 있다. 소유자와 점유자가 동일한 경우에는 소유자가, 소유자와 점유자가 다른 경우에는 점유자가 가입하여야 한다. 또한 소유자 또는 점유자와의 계약에 따라 가입대상 시설에 대한 관리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은 자가 있거나 다른 법령에 따라 관리자로 규정된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관리자가 가입의무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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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가입 시기는 <표 4>의 제1~7호, 제20호인 숙박업, 과학관, 물류창고, 박물관, 미술관, 휴게음식점, 일반음식점, 장례식장, 농어촌 민박은 허가․등록․신고․면허 또는 승인이 완료된 날부터 30일 이내가 가입시기이고, <표 4>의 제8~19호인 경륜장·경정장, 장외매장, 국제회의시설, 지하상가, 도서관, 주유소, 여객자동차터미널, 전시시설, 15층 이하 공동주택, 경마장, 장외발매소 등은 해당 가입 시설의 본래 사용 목적에 따른 사용개시 전까지가 가입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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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동안 보험가입 의무자가 납부하는 보험료는 6% 증가하였는데 보상받은 보험금은 118% 증가하여 피해자의 빠른 일상회복을 돕는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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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보험료 납부액이 2022년에 비해 3% 감소하는 등 보험료 납부액이 감소 추세에 있어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완화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빈 또한 2023년에 보험금이 많이 지급된 시설 6종을 보면 공동주택이 141건으로 제일 많았고, 음식점이 132건, 숙박시설이 43건, 농어촌민박이 5건의 순이었다. 지급 보험금은 총 6,199백만 원으로 음식점 2,979백만 원, 공동주택 1,914백만 원, 숙박시설 1,230백만 원 순으로 많았다. 지급건당 보험금은 숙박시설이 28.6백만 원, 음식점이 22.6백만 원, 주유소가 25.2백만 원 순이었다.
빈2017년 재난배상책임보험이 시행된 이후 5년 동안의 사고통계 자료가 축적됨에 따라 보험개발원에서 산정한 참조요율이 2023년 1월과 2024년 1월에 전반적으로 인하되었고, 재보험사의 협의요율은 2023년 9월 1일에 일괄적으로 5%를 인하되었다. 다만 지급 건당 보험금이 컸던 음식점업과 공동주택은 보험요율이 인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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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재난배상책임보험이 보험사가 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에 대한 대처와 피해자의 보상청구권에 대한 보호조치가 미흡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따라 2023년 12월 26일 재난안전법 제76조의5와 제82조가 개정되어 재난배상책임보험과 관련하여 보험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험계약 체결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다만 재난이나 각종 사고의 발생 위험이 높은 시설에 대해 다수의 보험사가 공동으로 계약할 수 있도록하여 보험금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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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험사가 계약체결을 부당하게 거부할 경우에는 3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도록 규정을 신설하였다. 보험금 수령자의 최소한의 생계보장 등을 위해서 보험금 청구권에 대한 양도․압류․담보 금지 규정도 신설하여 손해보장의 실효성을 높였다. 또한 재난안전법 개정에 맞추어 보험계약 체결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의 경우와 공동계약을 할 수 있는 사유, 그리고 과태료의 부과 범위를 정한 시행령을 2024년 6월 27일부터 시행하여 실효성 있는 재난배상책임보험이 되도록 제도적 기반을 확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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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배상책임보험은 2017년 1월 8일 시행 이후 7년 차를 맞이하였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 보험 유관기관과 각 보험사가 적극 협업한 결과 안정적으로 정착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가입 의무보험인 재난배상책임보험이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목표 가입률인 100%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책임보험 가입대상 시설의 확대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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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 와서는 당연히 의무보험 가입대상이라고 생각되지만 그 동안에는 임의보험으로 피해보상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물류창고, 주유소, 1층에 위치한 100㎡ 이상의 음식점 등 20종의 시설이 적극적인 관심과 발굴로 의무보험인 재난배상책임보험의 대상이 된 것처럼 안전관련 대책시설은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확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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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임의보험에 머물러 있는 각종 위험 시설․업종, 예를 들어 자동차 전기 충전시설, 한옥체험업, 외국인도시민박업, 지역축제(인파밀집) 등을 보험가입 의무시설․업종으로 지정할지, 개별 법률에서 관리할지와 재난배상책임보험으로 관리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고배상 의무보험 가입이 규제의 측면에서 보면 계약체결 자유의 원칙과 시장경제 원리에 일부 저촉되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고 앞으로도 그 중요도는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시민의 안전과 피해보상을 위해서는 의무가입 보험인 재난배상책임보험을 계속 확대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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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행정안전부와 소관 부처, 보험사, 이해관계자 등이 지혜와 의견을 모아 면밀히 검토해 나아가야 국정목표인 모두가 행복한 사회 만들기 달성에 한 걸음 더 그리고 더 빨리 다가설 수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