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험시장은 시장 포화상태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20년 기준 개인 가입률 95%가 넘고, 가구 당 가입률은 98%를 넘고 있으니 꼭 과장만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시장의 성장성 및 확장성에 한계를 보인다는 우려가 잦아지고 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지난 30년 한국 보험시장은 시장 포화라는 리스크가 사라진 적이 없다. 위기라고 생각되는 시점마다 한국보험시장은 탁월한 위기 극복 노하우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신상품이나 사회 환경 변화에 맞춘 보험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종신보험, 변액보험, 통합보험, 유병자보험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GDP와 비슷한 성장을 해왔던 한국보험시장은 인기 보험 상품 출시된 해는 GDP대비 2~3배의 성장을 기록해 왔다. 결국 보험시장 성장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히트 상품이 필요하다.
2023년 시점에서 보험산업 성장 동력을 어떤 상품에서 찾아야 할까? 지난 8월 보험연구원은 플랫폼 비즈니스 확대 등 기존에 없었던 사업모델 등장으로 관련된 사업종사자, 소프트웨어 및 라이선스에 대한 배상책임보험이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미래 성장 동력을 배상책임보험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배상책임보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험 구조를 알아야 한다. 배상책임보험은 크게 국문 배상책임보험과 영문배상책임보험 두 가지로 나뉜다. 국문배상책임보험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사항을 규정(총론형식)하고 있고 구체적인 담보사항은 특별약관의 형태로 담보내용을 규정(각론형식)하고 있다. 이른바 열거담보방식이다. 영문배상책임보험은 All Risk 보험으로 모든 위험을 담보(포괄담보방식)한다. 하지만 특별한 위험만을 담보할 경우 다른 위험을 제한하는 식으로 가입하고 별도의 상품처럼 운영된다.
예컨대, 중대재해 위험에 대해서는 중대재해배상책임보험, 설계감리업체 위험에 대해서는 설계감리업자배상책임 등의 형태다. 일반보험 중 가장 크게 성장하고 있는 보험이 배상책임보험이고 매우 광범위한 보험 상품이다. 환경배상, 설계감리배상, 공인회계사배상, 변리사배상, 회계배상... 등등 종류도 다양하다. 신종위험이 생기면 다른 배상책임보험도 확대된다.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보험이 중대배상, 드론배상 등이 대표적이다. 배상책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상품의 일반적인 약관구조를 이해하고 개별적인 위험을 담보하는 고유의 위험을 이해하는 순으로 접근해야 한다.
요즘 들어 배상책임보험 중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보험이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사이버보험’과 ‘중소기업 배상책임보험’을 들 수 있다.
ITC 기술의 고도화와 함께 지난 3년간 코로나19 대유행에 다라 디지털 전환 가속화는 필연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사회를 연결시키는 초연결 사회를 탄생시켰다. 이로 인해 사이버사고, 사이버공격 등이 일상화되고 발생빈도 또한 해마다 늘고 있다.
IDG 자회사 파운드리가 전 세계 IT리더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CIO 현황 연구(State of the CIO)’에 따르면 CIO 참여 업무가 증가하는 것으로 사이버 보안(70%),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55%)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올해 가장 많은 IT 투자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로도 보안·위험관리가 꼽혔다. 새로운 환경과 기술에서 발생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이버 리스크는 비즈니스 리스크’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역설적으로 사이버 리스크를 보완하기 위한 ‘사이버보험’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사이버보험은 다양한 위험에 대한 복합적 담보보다는 정보 유출 등에 따른 배상책임 관련 담보에 집중되어 있다. 향후 증가하는 사이버 위험과 이에 따른 피해를 보장하기 미흡한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국내 사이버보험 규모는 2021년 기준으로 연 보험료 400억 원 수준이다. 사이버보험은 여전히 대중과 비즈니스 회사들에게 가입 유발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편이다.
사이버사고로 인한 영업중단손해, 무형자산 등에 위험측정 어려움 및 손해율 변동의 불확실성 때문에 보장급부나 보장범위를 키워나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고도화되고 전문화된 사이버 리스크를 보험사 판단만으로 시장 확대는 한계가 있다. 정부와 관련 기업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지원받을 수 있는 협력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시장 확대 전략을 펼쳐야 한다.
국내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화재보험과 풍수해재해보험을 제외하면 다양한 사업위험에 대비한 보험 활용률이 저조하다. 재산종합보험 재물담보 가입 기업 중 47%만이 배상책임담보를 가입하고 있는데, 대기업을 제외하면 더욱 낮은 수준일 것이다. 가입이 충분하지 않는 이유는 홍보 부족과 회사 책임자들의 낮은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기업 중 기가입자들의 배상책임관련 보험 만족도는 높다. 2022년 중소기업중앙회회 조사에 의하면 중소기업들이 제조물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위해 가입하고 있는 생산물배상 책임보험(PL단체보험)의 만족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물배상 책임보험 가입 중소기업 234개사를 대상으로 만족도 및 애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입 기업 88.4%가 만족하고 있었다. 생산물배상 책임보험에 만족하는 이유는 저렴한 보험료(56.1%), 신속한 보험료 산출(35.6%), 지자체의 보험료지원(29.8%) 순이다. 지자체 지원에 대해서는 10곳 중 8곳이 ‘도움이 된다’고 응답해 지자체 지원이 중소기업 생산물배상 책임보험 가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국, 중소기업은 배상책임관련 보험 가입에 보험료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풍수해재해보험처럼 정부나 관련 정책 기관의 일정 지원이 필요하다. 중소기업관련 배상 책임보험은 개척되지 않는 미지의 땅이다.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의 보험료 지원과 함께 보험사 홍보를 통한 가입 필요성 유인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배상책임보험 시장은 무한하지만 성공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업과 국민들의 관심은 필수다. 보험사만으로 시장을 확대해 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정부와 협력 관계를 구축해 배상책임보험 신규상품을 개발하고 가입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사회 경제적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배상책임보험 범위 및 가입 확대가 사회안전망 확보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공유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