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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출렁’ 천년고도 호이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로 떠나는 베트남 여행

추위에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계절, 따스한 동남아시아 여행이 그립다. 그중에서도 역사와 낭만이 어우러진 여행지면 좋겠다. 맛있는 음식도 있다면 금상첨화다. 자연스럽게 베트남의 역사적인 도시 호이안이 떠오른다. 이탈리아에 베네치아가 있다면, 베트남에는 호이안이 있다. 강물이 흐르고 낭만이 출렁인다. 투본강이 보이는 카페 2층에서 내려다보면,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 있는 기분이 든다. 흔들리는 물결과 천천히 움직이는 배는 바싹 말라 있던 가슴을 촉촉하게 만든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강바람은 덤이다

15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거점

호이안은 길쭉한 베트남 국토 중간에 자리한 예쁜 도시다. 다낭에서 남쪽으로 약 30㎞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다낭여행 중 반나절 코스로 들르는 여행자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호이안에 가보면 반나절로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네는 자그마하지만 아기자기한 매력이 구석구석 숨어 있다. 볼수록 새롭고, 머물수록 더 있고 싶다.
역사적으로 보면, 다낭보다 호이안이 형님이다. 호이안은 남중국해로 향하는 투본강을 끼고 있어,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해상무역의 중심지로 황금 시절을 누렸다. 19세기 무역의 주도권을 다낭에 넘기기 전까지 중국과 일본, 인도, 프랑스, 네덜란드에서 무역상이 호이안으로 모여들었다.
호이안은 파이포라고도 불렸다. 옛날 베트남 사람들은 바닷가마을이라는 뜻으로 호이안을 하이포라고 발음했다. 하이포를 ‘파이포’라고 들은 유럽인들은 호이안을 파이포라고 불렀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파이포’라는 이름의 카페와 기념품 가게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다.

멋진 기념품도 한가득

투본강의 낮 풍경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 호이안

중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몰려든 무역상으로 호이안은 이미 수백 년 전 국제 감각을 갖춘 글로벌 도시로 성장했다. 베트남 대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회관, 일본인 다리 등 호이안의 랜드마크에는 다른 나라 이름이 붙어 있다. 집을 봐도 중국과 일본, 베트남 양식이 어우러져 있다. 여러 문화가 섞여 독특한 호이안만의 색을 만들어냈다.
전쟁 때문에 베트남의 수많은 문화유산이 사라졌지만, 호이안은 19세기 이후 중심에서 밀려나 집중포화를 피할 수 있었다. 새옹지마라고나 할까. 덕분에 호이안에는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호이안은 베트남의 풍요로운 문화유산을 자랑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했고, 199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호이안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좁은 거리를 찬찬히 산책하는 것이다. 거리의 노란 벽과 나무에 걸린 초록 잎은 가슴을 뛰게 하고, 좁디좁은 골목은 호기심을 안긴다. 이끼가 잔뜩 낀 지붕과 중국풍 등, 여러 조각으로 이뤄진 나무 창문, 진분홍색 부겐빌레아가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원숙미 넘치는 고혹적인 여인을 보는 기분이랄까.

노란 벽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호이안 구시가 (1)

노란 벽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호이안 구시가 (2)

노란 벽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호이안 구시가 (3)

노란 벽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호이안 구시가 (4)

아기자기한 쩐푸 거리 산책

노란색 위에 검버섯처럼 피어오른 까만색 얼룩은 세월의 흐름을 알려준다. 애써 덧칠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걷다 보면 시간이 멈춰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고색창연한 도시의 아름다움에 빠져든다.
고색창연한 호이안에서 방향을 잡고 싶다면, 내원교(來遠橋)를 찾자. ‘일본인 다리’라고 불리는 내원교는 1593년 일본인이 건설한 다리로, 기와지붕이 독특하다. 호이안의 랜드마크로, 한때 다리 바로 앞까지 배가 드나들었다. 다리 중간에는 오가는 배의 안전을 기원하는 자그마한 사원이 있고, 다리 양쪽에는 개와 원숭이 조각상이 지키고 있다. 여행자가 북적이는 거리는 내원교와 호이안 시장을 잇는 쩐푸 거리다. 쩐푸 거리를 중심으로 향기로운 카페와 앙증맞은 기념품점이 모여 있다.

내원교 앞에서 웨딩촬영중인 커플

내원교를 지키고 있는 개

베트남 사람들의 환한 미소를 담은 엽서

노란 벽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호이안 구시가 (4)

베트남 식도락 1번지 호이안

호이안의 오늘을 보고 싶다면, 시장으로 향하자.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현지인과 여행자를 끌어당긴다. 시장에 발을 딛는 순간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새로움이 주는 재미와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가 기대감을 안겨준다. 과일 노점에는 우락부락한 과일 용과부터 싱싱한 망고, 털북숭이 람부탄까지 화려한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여행자를 겨냥한 라탄 가방과 어여쁜 꽃무늬 자수를 넣은 논(베트남 전통모자), 코코넛 껍질로 만든 그릇도 가득 쌓여있다.
호이안의 대표 음식은 껌가와 까오러우. 껌가는 중국 영향을 받은 닭고기덮밥으로, 닭고기 삶은 육수로 밥을 지어 밥 색이 노랗다. 까오러우는 우동과 비슷한 비빔국수로, 면이 두툼하다. 면발이 쫄깃하고 살짝 단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길거리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메뉴다. 이름도 낭만적인 화이트 로즈도 있다. 반바오반박이라고도 부르는 화이트 로즈는 물만두와 비슷하다. 다진 새우를 넣어 만드는데, 하얀색 만두피가 하얀 장미 같다고 해서 화이트 로즈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풍스러운 문화유적, 아기자기한 골목, 여기에 맛있는 음식까지 더해져,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추억 한 페이지가 완성된다.

호이안 시장 입구

닭고기덮밥인 껌가

두툼한 면발이 독특한 까오라우

노란 벽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호이안 구시가 (4)

밤에 더 낭만적인 호이안

이름도 어여쁜 화이트로즈

빠져들 수 밖에 없는 호이안의 밤 (1)

빠져들 수 밖에 없는 호이안의 밤 (2)

빠져들 수 밖에 없는 호이안의 밤 (3)

빠져들 수 밖에 없는 호이안의 밤 (4)

  • [여행 정보]
  • * 시차 : 베트남은 한국과 2시간 차이가 난다.
  • * 화폐 : 베트남동을 사용한다. 1만동은 약 552원(2022년 12월 환율 기준).
  • * 항공 : 베트남항공, 비엣젯, 제주항공 등 여러 항공사가 다낭까지 직항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인천에서 다낭까지 약 4시간 40분 소요. 다낭에서 호이안까지는 약 30㎞ 떨어져 있으며, 차로 약 50분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