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별도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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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조심 어린이 마당, 불분주야 불꽃 같던 도전의 시간

미사중앙초등학교 교사 장규종

  • “애들아, 같이 해볼래?”
  • “쌤~~ 뭘요? 피구요~?”
  • “아니 퀴즈대회야~ 우리 함께 추억을 만들어볼까?”
  • “아 그거요? 일단 봐볼래요!”
  • 2학기가 시작하고 난 8월의 매우 무더운 여름날, 아이들과 나는 짧은 대화를 통해 조그마한 우리만의 추억을 쌓기로 약속했다. 2학기의 따분한 일과 속에서 날이 더워서 밖에서 놀지도 못하고, 코로나19라 교실 내에서도 숨소리도 내기 어려운 무거운 공기 속에서, 우리는 무엇인가 특별한 일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우리의 갈등을 풀어줄 만한, 하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우리만의 추억을 위해, 자연스럽게 우리는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먼지만 쌓여가던 불조심 길라잡이 책에 집중하였다. 1학기 초엔 기운차게 도전하겠다면서 큰소리 내던 우리 반 애들한테, 여름방학이 시작하기 바로 전에 학교에 도착한 이 자습서는 당연히 관심조차 받을 수 없었다. 먼지만 쌓여가던 이 책을 다시 꺼내면서 우리는 뒤늦게 약 한 달의 불꽃 같은 도전을 시작하였다.

    시작은 조용했다. 불조심 길라잡이 책을 받고, 이름을 쓰고, 사각사각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 째깍 째깍 시계가 흐르는 소리, 밖에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상황에서 과연 난 애들이 ‘공부하기 싫어서 이 책을 선택한 게 아닐까?’라는 지극히 뻔한, 수업을 싫어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여느 때와 똑같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몇몇 아이들이 하품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니, ‘재미없어요~~’ 라는 말이 나올 거라는 상상을 하며 한숨의 표정을 지으려고 하던 찰나에, 한 아이가 말을 했다.

  • “쌤 이 책 재밌어요!”
  • “어려울텐데? 그래도 재밌으면 우리 다같이 퀴즈대회 나가볼까?”
  • “아니에요! 할만해요~. 퀴즈대회 완전 좋아요!”

  • 이상하게 그 말에 바람이라도 불었는지, 옆에 애들이 호응하기 시작했다. 너도나도 ‘퀴즈대회’라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동한 것인지, 정말 책이 재미있었던 것인지 ‘신기하다’, ‘재미있다’, ‘읽을만하다’라는 분위기는 삽시간에 불꽃처럼 번졌다. 자연스럽게 하품을 하던 아이들은 옆에 애들을 힐끗 보더니 다시 책을 잡기 시작했고, 거침없이 커지던 분위기는 결국 모두를 집어 삼켜버렸다. 결과가 어찌 되던 우리는 진짜 진지하게 불조심 어린이 마당 퀴즈대회에 참가하기로 약속하고 도장을 찍어버렸다!

    모두의 동의를 얼떨결에 얻은 나의 학생들에게, 조금 희망의 약속을 하고자 나도 정말 뜬구름 같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던져버렸다.

  • “그래 애들아, 사실 쉽지? 이거 열심히 해서 우리 여의도라도 놀러 가볼래?”
  • “진짜요? 근데 여의도는 왜요?”
  • “응 이거 잘하면 상 받을 수도 있잖아~”
  • “퀴즈대회 우승하면 정말 다 같이 여의도 가는 거예요?!!!”
  • “뭐 놀러 어디든 갈 수 있겠지?”
  • “그러면 놀이동산 갈래요. 모험과 신비의 나라~~”

  • 이상하게 그 말에 다들 호기심이라도 생긴 듯, 아이들은 크게 점화 당했다. 지난 수년간 현장 체험 학습은 가지도 못하고 학교에 갇혀 있던 아이들에게 여의도 혹은 놀이동산 티켓은 단비이자 복권과도 같았다. 아이들은 다 같이 천천히 공부를 시작했고, 그런 모습을 보며 난 아이들과 약속했다. 너희들이 하는 만큼 나 또한 최선을 다해 응원하고 도와줄 것을.

  • “선생님~~ 점화원이 뭐예요?”
  • “선생님~~ LNG가 뭐예요?”
  • “선생님~~ 왜 누전되면 물을 만지면 안 돼요?”

  • 아이들은 시작부터 엄청난 질문 폭탄을 던지기 시작했다. 아는 상식과 지식을 총동원해 선생님의 자존심을 지켜가면서 아이들을 이해시키기엔 질문의 양과 범위가 너무나 방대하였다. 아이들에게 집에서 열심히 공부해오라고 시킨 뒤, 학교에 남은 나 또한 어느새 ‘불조심 길라잡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불의 요소, 화재의 발생 요인, 대처 방법, 소화기 등…. 어른인 나조차 모르는 수 여러 가지 지식과 상식들이 등장하였다.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넘기기엔, 어른이자 교사로서 부끄러움이 일었고 어느새 교재 연구를 자연스럽게 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나 또한 불조심 길라잡이를 공부하는 ‘어른이 학생’이 되었고, 누구보다 열심히 이 책을 공부하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정말 상식 수준이었지만, 내가 모르는 안전에 관한 내용이 많다는 것을 읽을수록 깨닫게 되었다. 삶에 있어서 누구보다도 익숙하고 꼭 필요한 내용이지만 막상 너무 쉽게 넘겨버렸던 지식, 행동 방법을 자세하게 읽어보니, 정말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느꼈다. 어른이고 아이고 누구나 사고에 있어선 약자다. 사소한 행동이 모여 큰 사고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고 이를 조심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막상 우리는 실제 상황이 닥치면 발을 동동 구르며 당황해서 얼어버리곤 한다. 안전을 습관화하고 구체적 정보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이 책은 큰 의미가 있었다.

    “애들아, 누전이라고 하는 것은 전기가 흐르는 현상인데, 우리 몸은 피부로 인해 전기가 흘러도 어느 정도까진 차단한단다. 하지만 물이 피부에 묻게 되면, 순간적으로 전기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올 수 있는데, 이건 댐의 물이 조금씩 흐르다가, 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물이 쏟아진다고 생각하면 돼요.”

    나의 헷갈리지만 나름 충분했던 설명이었을까? 아이들은 이해하고,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난 또 공부하고 답을 하였고, 질문하고, 답하고, 질문하고 답하고, 공부하고, 질문, 답, 질문, 공부, 답…. 서로는 손뼉치기 놀이를 하듯이 서로 합을 맞춰가기 시작했다. 어느덧 서로는 서로를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됐던 우리의 공부는 자습과 집을 넘어 학교로, 쉬는 시간, 점심시간, 그리고 수업 시간까지 이어졌다. 국어 시간에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불조심 길라잡이’의 내용을 정리해보는 활동을 하거나, 학급 회의 시간에 ‘불조심을 잘하는 법’을 토의해보거나, 미술 시간에 ‘불조심 포스터’, ‘대피도 그리기’ 등의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진심으로 열심히 한다는 것을 느끼고 나 또한 학교에서 수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수정하고, 재구성하고, 준비물을 지원하였다.
  • “시윤아, 피난기구 종류가 뭐야?”
  • “구조대, 피난사다리, 구조 매트, 그리고….”
  • “…아맞다 미끄럼대!!”

  • 어느덧 우리의 쉬는 시간 속에서 단연 화두는 ‘불조심 길라잡이’였다. 한 달의 짧은 시간 속에서 우리의 학급 분위기와 가장 큰 주제는 급식 메뉴도 아니었고, 내일 있을 영어 쪽지 시험도 아니었다. 여의도든, 놀이동산이든, 어디든 가겠다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에 가까운 이야기가 아이들을 계속해서 인도하기 시작하였고, 서로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서로 ‘책이 어렵다.’, ‘내용이 맞다 틀리다.’ 논쟁하기도 하고, ‘어느 내용이 퀴즈로 나올까?’ 하며 퀴즈 도사로 변신하기도 하였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나 또한 퀴즈 선생님으로 변신하고 아이들을 위해 미니 퀴즈대회를 열어보기도 했다. 패드를 사용하여 각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마인드맵으로 펼쳐보기도 하고, ‘카훗’이라는 앱을 사용하여 골든벨을 열어보기도 하였다. 틀리는 학생들에겐 다시 한번 책을 읽을 기회를 부여하고, 맞춘 학생들에겐 또 다른 퀴즈를 제공하며 우리는 서로 재미있는 추억을 쌓기 시작했다. 교실은 한 달 내내 환호와 아쉬움으로 늘 활기찼다.

  •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이 지나갈 무렵 드디어 예선 대회가 열렸다. 우리는 떨리는 마음으로 첫 시험을 맞이했고, 나는 학생들에겐 ‘졌지만 잘했다’라는 멋있지만 아쉬운 소감 평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의 노력이 꽤 컸던 것일까?

  • “애들아…?? 미사중앙초가 경기도 최우수라는데?”
  • “네 진짜요?? ”
  • “응 소방서에서 전화 온다. 본선 가야 한 대~”
  • “와 대박!! 선생님! 저희 진짜 가는 건가요?”

  • 우리는 경기도에서 최우수를 하게 되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것에서 불현듯 얻은 성과였을까, 아니면 정말 열심히 노력했기에 당연한 성과였을까, 어느 쪽이든 간에 우리는 노력이 정말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속에서 폭죽이 연쇄적으로 터지듯, 우리는 진짜 자연스럽게 누구보다 열심히 본선 무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 “선생님 저희 뉴스 기사에 실렸어요!”
  • “선생님 제 사진이 뉴스에 있어요!”
  • “선생님~~ 5학년 9반 기사가 뉴스에 있어요!”

  • 스스로 너무 자랑스러운 모습 속에서, 우리 반 아이들을 더 열심히 자극하게 된 일이 벌어졌다. 우리의 수상 이야기가 인터넷 기사에 보도된 것이다. 아이들은 온 복도와 선생님들, 그리고 교장실에까지 이 이야기를 소문내기 시작했고, 그 대가로 똑같은 대답을 듣게 되었다.

  • “그래 본선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자. 불조심은 중요한거야”
  • “감사합니다!”
  • “근데… 너희 상 받으면 뭐할 생각이니?”
  • “우리 여의도 아니면 놀이동산 갈 거래요!”

  • 아이들은 이미 기정사실로 하여 말을 하고 다녔다. 정말 그리고 목표를 위해, 더더욱 불조심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사실 한 번의 도전에 성공을 얻게 된다면 누구보다 다음 도전이 즐겁고, 기대되게 되는데, 딱 아이들은 그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 서로 다시 한번 책을 펴고, 대화하고, 문장 잇기를 하고, 단답형 퀴즈를 내보고, 공책을 정리해서 공유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아이들은 나를 뛰어넘어 스스로 공부를 하였고, 내가 잘못 알려준 부분을 책을 짚어가면서 직접 설명해주었다. 나 또한 질세라 아이들을 위해 요약정리 집을 만들고 정확하고 자세한 설명을 해주며 학습을 도와주었다.
  • “자! 가스 불이 나면 일단 밸브를 잠가야 해요~”
  • “쌤~ 아닌데요! 초등학생은 일단 대피하고 119 신고부터 해야 하는데요!”

  • 애들은 진심이었다. 그 뜨거운 열기와 정신은 매일 교실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2주의 본선 준비 시간 동안 그 누구보다 아이들은 공부에 매진하였다. 밤에도 공부 낮에도 공부, 학생들은 아침에 와서 ‘밤에 몇 시까지 OO랑 공부 같이했다!’라는 말을 자랑으로 이야기하였고, 틀리면 벌칙 등의 내기를 하기도 하였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참 아이들의 변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초등학생들에게 공부란 재앙이고, 졸리고, 하기 싫은 것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자기가 스스로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공부 귀신이라도 붙은 양 말이다. 2주의 시간이 흘러 본선 날이 되었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한 아이들에게 시험 당일 날 뜻밖의 재난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 “선생님, 이거 번졌어요.”
  • “선생님, 이렇게 하는 거 맞아요?”
  • “선생님, 옆에 묻었어요.”

  • OMR 카드와 컴퓨터용 사인펜의 사용법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겐 컴퓨터용 사인펜 마킹과 화이트로 이를 수정하는 것은 엄청난 고난도의 작업이었다. 그로 인해 아이들은 시험시간에 크게 긴장을 했던 것 같다. 끝나고 나서 아이들의 풀죽은 모습에 안쓰러웠던 난 정말 약속해버리고 말았다.

  • “그래 우리 뭐가 됐든 어디든 놀러 갔다 오자. 내가 책임지고 데려다줄게.”

  • 그렇게 본선의 무대가 끝나고, 우리의 불꽃 같은 도전은 막을 내렸다. 결과는 행복하면서도 아쉬운 2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얼굴엔 미소만 가득하였다. 서로 해냈다는 칭찬과 다독임, 그리고 자랑스러움 속에 우리는 도전의 행복함, 노력의 기쁨을 정말 원 없이 느꼈다. 학교 정문에는 우리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적힌 현수막이 걸렸고, 뉴스 기사와 기념사진 또한 촬영하였다. ‘장관상’, ‘도지사상’이라는 입이 딱 벌어지는 상패가 우리 학급 앞에 놓였고, 우리는 모험가처럼 약간의 허풍을 떨며 불조심에 대해 늘어놓기 시작했다. 인터넷 맘카페에도 우리의 이야기가 올라오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집에 가면 불조심 이야기, 퀴즈대회 자랑 이야기, 화재 안전을 위한 당당하고 설득력 있는 주장을 엄마 아빠한테 제시했다. 그리고 너도나도 불조심에 있어선 어린이 전문가가 되었다. 최종적으로 우린 12월 6일, 놀이동산에 갈 수 있다는 꿈 같은 이야기를 실현하고 추억을 만들러 현장 체험 학습을 가게 되었다. 큰 추억을 각자의 마음속에 넣어줄 수 있게 된 뜻깊은 시간이었다. 불조심 어린이 마당과 함께한 불분주야 불꽃 같던 한 달간의 시간, 영원히 잊지 못할 나와 학생들의 이야기였다.

5학년 9반의 한줄평

  • -처음에 시험을 볼 땐 두려움 가득이었지만 우리반 친구들이 너무 잘해줘서 상을 받게 돼서 기쁘다
  • -2등이면 뭐어때! 우리반이 자랑스럽다
  • -불조심을 마치고 불에 대해 지식이 많이 쌓인 것 같다
  • -우리반이 같이 이뤄낸 결과여서 보람이 2배 인 것 같다
  • -우리반이 다같이 단합해서 좋은 결과를 얻어서 좋았다 우리반 최고!
  • -이번 불조심어린이 마당을 통해 화재예방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어 기뻤다.
  • -힘들기도 했지만 뿌듯해서 너무 좋았다.
  • -열심히 안전에 대한 공부를 한 것이 보람차서 너무 좋았다.
  • -때론 힘들었지만, 결국 재밌고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 -어딜가서든 안전 제일, 화재 조심! 항상 불조심에 힘써주시는 소방관님과 화재보험협회 분들이 존경스럽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