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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소 국내·외 위험관리 기준 동향

글 R&D전략팀 최명영

(공학박사, 소방기술사, 미국기술사, CPCU, ARM)

Ⅰ. 개요

전 세계적으로 저탄소 친환경 정책으로 인해 전기차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19년도에는 약 200만 대 정도 판매되었으나, 2021년도에는 660만 대가 판매될 정도로 그 성장세가 가 파르다. 하지만 전기차 판매 증가에 따라 화재 발생건수도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는 기존의 내연기관차와는 달리 리튬이온 배터리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최근 ESS 화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열폭주를 일으키는데, 한번 열폭주가 발생하면 진압하기가 매우 힘들다. 또한 전기차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차량 하부에 위치하고 있어 주차 또는 충전 중 전기차 화재로 인해 천장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더라도 효과적으로 화재를 진압하기 힘들다. 여기서는 전기차의 위험관리를 위해 국내외 안전기준의 동향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Ⅱ. 전기차 충전소 국내외 기준 현황

독일의 일부 지자체에서는 전기차의 지하 충전설비를 포함하여 주차장 사용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주차장은 지상이 아닌 연기와 열이 잘 배출이 되지 않는 밀폐공간과 같은 지하에 주로 설치되고 있으며, 또한 지하층이 심층화・대형화되고 있어 화재 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2022년 1월 28일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100세대 이상의 아파트와 공영주차장 50면 이상이 확보된 공중이용시설은 신축건물의 경우 총 주차대수의 5%, 기존 건물의 경우 2% 이상 규모로 전기차 충전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정부가 충전소 설치 의무 비율을 높임에 따라 대다수 전기차 충전 시설은 지하에 설치되고 있다. 지상에 대규모 충전 시설을 마련할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게 이유다. 하지만 이 경우 문제는 '안전'이다. 통계적으로 전기차의 화재 발생 빈도가 내연기관 차 대비 낮다고는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 화재 시 열폭주 등으로 인해 진압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선 화재 시 위험하니 전기차 충전기는 무조건 지상으로 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지하에 전기차 충전설비를 배제하는 것을 추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미 전기차 충전소는 아파트 지하에 설치가 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지하에 설치할 경우 방호대책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 지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우선 국내 지하 주차장의 주요 문제점을 확인해 보았다.

(1) 국내 지하 주차장의 문제점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기준’에 따라 외벽과 거실의 반자 또는 지붕, 최하층에 있는 거실 바닥 등에 반드시 단열 조치 필요가 필요하다. 단열 성능을 만족하기 위해 아래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최하층 거실 하부의 주차장 천장에는 단열 처리가 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건축법에서는 건축물의 벽, 반자, 지붕 등 내부 마감재료를 방화에 지장이 없는 재료를 쓰도록 강제하고 있어 가연성 단열재는 사용해서는 안되는 듯 보이지만 이 규제는 ‘거실의 벽ㆍ반자의 실내에 접하는 부분’으로 한정되어 있어 우레탄폼 등 가연성 단열재를 사용한 후 바깥면에 내화뿜칠, 석고보드나 철판 등으로 덮어서 마치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처럼 사용하게 되어도 위법사항이 아니다. 가연성 단열재를 사용한 사고 사례는 표1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22년 9월 26일 7명의 소중한 생명 앗아간 아울렛 지하주차장 화재에서도 그림2와 같이 현장에서 가연성 단열재가 확인되었다.

표 1.주차장 가연성 단열재로 화재 피해가 커진 사례

또한 국내의 지하주차장에는 대부분 화재진압 효과가 우수한 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되어 있는데 지하주차장의 램프 등의 개구부로 인해 동절기 동파 우려가 있어서 대부분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설비를 사용하고 있다. 습식 스프링클러설비는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평상시에 유수검지장치 1차 측과 2차 측에 물이 차있어 설비가 단순하고 화재시 빠르게 소화수를 방출할 수 있다. 하지만 동절기에는 2차 측의 물로 인해 동파 우려가 있다.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설비는 1차 측에는 물이 차있지만 2차 측에는 압축공기 또는 대기압 상태로 유지되며 화재 시 감지기에 의해 솔레노이드 밸브가 개방되어 2차 측으로 소화수를 보내는 방식이다. 평상시에는 2차 측에 물이 없으므로 동파우려가 없지만, 중간챔버와 솔레노이드 밸브 등이 추가되어 설비가 다소 복잡해지고 작동 신뢰도가 습식 대비 낮은 편이다.

표 2. 습식 스프링클러(좌) VS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우)
(그림출처 : Sprinkler System Basics: Types of Sprinkler Systems, NFPA)

한 논문1)에 따르면 국내 스프링클러 설비의 작동률은 2019년 48.9%, 2020년 47.8% 수준이며, 대부분 건식 또는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된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 작동률은 18%로 매우 낮은 수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기차의 화재 시 화재진압이 매우 어렵고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 시 냉각소화가 가장 효과적인 것을 감안할 때 전기차 주차장 또는 충전설비를 지하에 설치할 경우 이러한 설비의 작동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2) 전기차 충전소 국내외 기준 현황

국내·외 전기차 충전설비 비교를 위해 참조한 국내·외 안전기준은 표 4와 같다. 표 4에서 확인한 주요 기준을 주요 항목별로 비교해 보았다.

1)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 설비의 신뢰성에 관한 연구, 황창환 외, 한국방재학회 Vol3 No.3, 2016

표3. 전기차 충전소 관련 국내·외 주요 안전기준

표4. 전기차 충전소 국내·외 안전기준 항목별 주요 내용

국내에서는 성능위주설계 심의 대상인 초대형 건물을 제외하고는 충전소에 대한 화재방호기준이 없는 실정으로 전기차 충전설비 관련 국내외 기준을 참조하여 국내 여건에 적합한 기준 제정이 시급하다.

Ⅲ. 맺음말

통계적으로 보면 전기차의 화재빈도는 내연기관 대비 더 낮은 편이나 전기차 화재 시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로 인해 진압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많이들 인지하고 있어 전기차의 화재위험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로 인해 독일의 일부 지자체에서는 전기차의 지하 충전설비를 포함하여 주차장 사용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법에 따른 전기차 인프라 확충을 위해 전기차 충전설비의 지하 사용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앞으로 다가올 리스크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화재보험협회에서는 전기차 충전설비에 대한 안전관리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학계 산업계 보험업계 등으로 구성된 전문위원회를 구성하여 관련 KFS(한국화재안전기준; Korea Fire Safety Standard) 기준 제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는 추후에 KFS 홈페이지(kfs.kfpa.or.kr)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