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가 보험이다

설계사가 보험이다

글 류상만 한국보험신문 실장

지난 2월에 방송된 SBS TV ‘호구들의 비밀과외’ 보험 편에 대해 ‘보험설계사들이 분노하고 있다.’ 보험의 실상을 파헤친다면서 이날 방송은 마치 설계사들과 보험업계, 보험인들을 사기꾼처럼 매도했다. 보험 속사정을 잘 모르는 소비자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일부 출연자들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그동안 소비자들은 설계사들로부터 보험을 속아서 가입했다는 식으로 저주를 퍼부었다. “종신보험은 보험설계사도 가입하지 않으며, 종신보험은 가입자가 사망해야 보험금을 받는다면서 일찍 죽어야 혜택을 본다.”라고까지 주장했다. 설계사가 종신보험을 고객에게 권유하는 것은 높은 수수료 때문이라는 식으로 언급해 보험설계사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요즘 나온 종신보험은 고객 생존 시 연금, 의료비로 활용할 수 있고, 부자들의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보험이다.

방송 후 프로그램 댓글에는 “나도 속았다”, “설계사도 나쁘지만 이들을 그렇게 만든 보험사가 더 나쁘다”, “보험설계사들은 다 사기꾼이다” 등 설계사들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댓글이 다수를 이루었다. 방송 직후 40만 보험설계사들은 분노했다. “보험설계사를 한다는 것을 일생의 긍지로 느끼며 살았는데 하루아침에 사기꾼이 되었다“, “보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마치 전문가처럼 방송에 나와서 일방적인 이야기만 전달했다”라며 방송 폐지까지 불사하겠다며 공동 소송단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필자는 방송을 보면서 보험에 대한 이미지가 일반 대중에 왜곡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보험과 설계사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마냥 비난을 위한 비난이었다. 가장 문제가 됐던 ‘설계사 수수료’를 살펴보자. 설계사는 보험 상품을 팔면 신 계약수수료를 받는다. 신 계약수수료는 상품마다 다르며 가장 높은 종신보험의 경우 월 보험료의 1200~1700% 수준이고, 건강보험은 1,000% 수준이다. 다른 금융상품과 다른 것은 선지급 수당이 높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는 10만 원짜리 상품을 팔아 170만 원을 챙긴다는 식의 언급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불편한 시선으로 설계사를 보게 만든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보험료 10만 원짜리 치매보험에 가입했다고 하자. 납입 기간이 20년이면 매년 120만 원씩 만기까지 2400만 원을 보험료로 납입한다. 치매(간병)보험 모집수수료가 1000%라면 상품을 판매한 설계사는 100만 원을 받는다. 여기에는 고객을 만나 상담하고 계약 체결 후 보험을 유지하는 20년간의 관리비까지 모두 포함된다. 특히 TM 채널의 경우 영업의 근간이 되는 DM 비용도 설계사가 부담하면서 영업하는 경우가 많아 계약 성사까지 지출이 적지 않다.

만약, 보험 유지 기간 동안 중도에 계약이 해지되거나 계약 실효될 경우 ‘환수제도’를 통해 기 지급된 수수료를 일부 환수당한다. 초기 수당이 높은 이유는 설계사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평생 유지해야 받을 수 있는 수당을 초기 1년 동안 85% 정도 주기 때문이다. 모집수수료가 높다는 보장성보험의 경우도 전체 보험료의 4% 정도가 수수료로 지급된다. 전체 보험료의 1% 미만 수수료로 지급되는 상품도 있다.

보험은 구성 원리가 은행의 예·적금과 다른 금융상품이다. 보험은 오늘 가입하고 내일 불의의 사고가 나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설사 10만 원의 보험료를 1회만 납부했더라도 1억 원의 보험금 지급을 약속했다면 지급된다. 이를 위해 보험사는 일부 보험료에서 위험 보험료로 적립해 둔다. 보험 원리상 보험은 중도에 해약하면 손실을 볼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원리를 설명하지 않고 일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TV에 나와, 보험설계사들의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웠다.

일반 소비자들은 보험을 설계사를 통해 접한다. 보험의 이미지는 결국 보험설계사의 이미지다. 보험업계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보험업계는 억울하게 사기꾼(?)으로 내몰린 ‘보험설계사’들을 대신해서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보험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