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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섬 여행 (인천 옹진군 신시모도)

글 · 사진 채지형 작가

장기화된 코로나19로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 북적북적한 여행지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고즈넉한 섬이 눈에 들어온다. 수도권에서 가까우면서 편안하게 쉴만한 여행지를 찾는다면 신시모도가 어떨까.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져, 의외의 즐거움과 편안함을 누릴 수 있다.

영종도에서 10분이면 닿는 섬

인천 옹진군에 있는 신시모도는 수도권에서 마실가듯 닿는 섬이다.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신시모도의 신도선착장까지 약 2km 떨어져 있어, 배로 10분이면 도착한다. 과거에는 신도와 시도, 모도가 떨어져 있어 각각 불렀지만, 지금은 다리가 세 섬을 하나로 연결해 신시모도라고 부른다.

세 섬을 다 합해도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6.3km, 크기 10.19km²로 아담하다. ‘삼형제 섬’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신시모도는 트레킹 코스가 잘 정비된 데다, 도로 경사가 완만해 도보여행자와 자전거 여행자 모두에게 듬뿍 사랑받고 있다.

여행의 출발은 신도선착장이 있는 신도(信島)다. 신도라는 이름은 섬 주민들이 서로 믿고 살아간다는 의미로 붙었는데, 진염(眞鹽)이라고도 불린다. 진짜 소금을 생산하는 곳이라는 의미로, 수도권에서 드물게 염전에서 생산한다.

인천대교를 조망할 수 있는 신도 구봉정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은 걷기 좋은 구봉산(178m)이다. 봉우리 9개가 이어졌다는 뜻의 구봉산은 산길이 완만하게 이어져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여유롭게 트레킹하기 적당하다. 6개의 등산로가 있는데, 정상까지 1시간 정도 오르면 닿는다. 섬이라 바다 한가운데 있지만, 숲이 울창해 산 정상 가까이 올라야 바다가 시원하게 보인다.

정상아래 전망 좋은 구봉정이 있다. 구봉정에서 보면, 한적한 농촌과 풍요로운 갯벌을 한 품에 안을 수 있다. 길이 12,300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다리인 인천대교도 왼쪽으로 내려다보인다. ‘바다 위의 하이웨이’라는 별명답게 끝없이 이어져 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망원경도 설치되어 있다.

드넓은 해변이 여유로운 시도의 수기해변

시도(矢島)는 과거 강화도에서 활을 쏠 때 시도를 표적으로 해, 화살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북도면사무소와 북도면종합운동장 등 행정기관과 각종 시설이 시도에 몰려있어, 신시모도의 중심 역할을 한다.

도의 대표 여행지는 드넓은 백사장으로 유명한 수기해변이다. 시도는 한적한 섬이지만, 한때 시도에 여행자의 발길이 몰아친 적이 있었다. 수기해변에서 2004년 송혜교와 비가 출연한 드라마 〈풀하우스〉를 촬영했기 때문이다. [풀하우스] 세트장을 보기 위해 중국 일본 등 해외 관광객까지 이곳을 찾았다. 현재 세트장은 없어지고, 촬영지를 알리는 표지판만 남아있다.

세트장은 볼 수 없지만, 아름다운 수기해변은 그대로다. 모래가 곱고 부드러운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바다 건너 강화도 마니산과 동막해수욕장도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 언덕에 올라 눈을 가늘게 뜨고 관찰하면 마니산 참성단도 보인다.

시도에서는 커피를 한잔하며 쉬어가도 좋다. 직접 구운 도자기 컵에 커피를 내는 카페가 있다. 도예를 전공한 두 작가가 만든 하라보라 스튜디오로, 도자작품을 감상하며 우아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예술향기 가득한 섬, 모도

모도는 신시모도에서 가장 안쪽에 자리한 섬이다. 시도에서 모도로 가는 연도교에 진입하면 왼쪽에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애니메이션 주인공처럼 바다를 향해 달리는 소년과 넘실거리는 파도를 타는 듯한 소녀 조형물로, 중견 조각가 이일호 작가의 작품이다. 섬 진입부터 범상한 기운이 감지된다.

다리를 지나 왼쪽 길을 따라가면, 여행자들이 모도에서 꼭 들르는 곳인 박주기가 나온다. 땅이 박쥐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지명이다. 낚시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곳을 찾는 가장 큰 목적은 ‘MODO’라고 쓰인 빨간색 조형물이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신시모도의 사진 명소로 인기만점이다.

박주기에서 해안을 따라 걷다보면, 예술 작품이 가득한 배미꾸미조각공원이 등장한다. 느낌표와 물음표가 번갈아 떠오르는 조각공원이다. 이곳에 중견 조각가 이일호 선생의 초현실주의 작품 80여 점이 개성을 뽐내며 전시되어있다. 출렁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생과 사에 대한 생각까지 이어진다. 배미꾸미조각공원은 주변 환경도 특별하다. 공원 앞마당이 갯벌이고, 천장은 푸른 하늘이다. 가끔 바다 위로 비행기도 날아다닌다.

물 때 따라 다른 감성으로 다가오는 작품

배미꾸미는 조각공원이름이자, 옛 지명이다. 땅이 배 밑구멍처럼 생겼다고 해서 ‘배미꾸미’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2003년 모도로 여행 온 이일호 작가가 섬의 황량한 분위기에 반해 이곳에 작업실을 냈고, 완성한 작품을 하나씩 마당에 전시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공원에는 사랑과 고통, 삶과 죽음을 형상화한 작품이 자유분방하게 전시되어있다.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해안에 설치된 ‘버들선생’이다. 철재로 만들어 바람이 세게 불면 소리가 난다. 파도 높이에 따라, 물때에 따라 다른 감성으로 다가온다. 만조에는 작품 아랫부분이 물에 잠겨, 마치 바다에 떠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킨다. 커다란 손을 형상화한 ‘천국으로 가는 계단’도 사랑받는다. 원래 손 위에 계단이 있었으나, 일부가 떨어져 나가 지금은 손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작품에는 제목이나 설명이 따로 없다. 작품명이 궁금하면 공원 안에 있는 카페에 물어보자. 공원 가운데 우뚝 서 있는 ‘모도와 이일호’라고 새겨진 커다란 화강암이 작가의 존재를 알려준다. 여행자는 작가가 작품을 만든 의도를 상상하며 자유롭게 공원을 둘러본다. 난감한 표정을 짓는 사람, 자연과 어우러진 작품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기기묘묘한 바위 보며 한적한 해변 산책

작업실 공간은 카페와 펜션으로 사용되고 있다. 작품과 어우러진 카페는 여유롭게 차 한잔하기 적당하다. 건물 외부에도 작품과 자연 속에서 차를 즐길 만한 공간이 있다. 음료뿐만 아니라 해초를 듬뿍 넣은 해초비빔밥이 인기다. 카페에 작가의 책과 도록이 있어,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배미꾸미조각공원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시간〉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해, 해외에서 이곳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이도 꽤 있다. 작품을 모두 감상한 뒤에는 오른쪽 해안을 따라 걸어보자. 기기묘묘한 바위와 한적한 해변이 이어져,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갯벌에서 체험 활동도 할 수 있다.

< 여행정보 >

- 문의 및 안내 : 삼목선착장 032)751-2211
- 문의 및 안내 : 신도선착장 032)751-0192
- 세종해운 : http://www.sejonghaeun.com
- 가는길 : 공항철도 운서역 1번 출구에서 307번 좌석버스 이용,
- 가는길 : 삼목선착장 정류장 하차. 삼목선착장에서 신도행 여객선
- 이용시간 : 하루 12회(07:10~16:10) 운항
- 이용시간 : 주말·공휴일 연장 운항, 문의 필수

참고 웹사이트 : 옹진군청 관광문화 www.ongjin.go.kr/open_content/t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