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보험산업 어렵다는데, 그래도 희망을 쓰자

경자년, 보험산업 어렵다는데, 그래도 희망을 쓰자

글 류상만 한국보험신문 기획실장

새해는 밝았으나 보험산업 전망은 잿빛투성이다. 2020년은 경기둔화와 금리하락 등 거시경제와 금융환경이 불안정해 보험산업은 성장성과 수익성 하락이 예상된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신계약률과 유지율 하락, 판매경쟁으로 인한 사업비 증가 및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의 손해율 악화 등 보험산업을 둘러싼 주변 환경 중 긍정적인 요인을 찾아보기 쉽지 않을 정도다.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가 개막되고 있다. 2020년 경제성장률을 2% 미만으로 예상하는 연구소 및 국책은행의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단기적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OECD 정기 보고서에 따르면 2031년~2060년까지 한국 장기 경제성장률을 1.6%로 보고 있다. 경제성장률 하락하면, 가계소득 감소로 저축성보험 수요가 축소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장성보험의 경우 예정이율 하락으로 인해 보험료 상승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장기적 보험 수요 감소 가능성이 있다. 불황기 소비자는 급하지 않은 지출부터 줄이기 시작한다. 보험도 맨 먼저 줄이는 상품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각종 사업비용, 특약을 줄인 저가형 상품(예: 인터넷보험 등) 성장의 계기도 될 수 있다.

1995년 이후 태어난 세대를 Z세대라고 한다. 컴퓨터보다는 모바일을 더 많이 사용하고 대면보다는 비대면 인간관계를 더 선호한다. 현실주의 성향을 보이며 윤리를 중시하며 소비행태도 기존 소비층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그래서 Z세대에게는 인터넷보험이 더욱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그동안 보험산업은 보험은 자발적 가입을 기대하기 힘든 상품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보험을 통해 설계사 수수료 등 그동안 보험사 수익구조에 장애가 되어왔던 사업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또한, 디지털기술의 융합 등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4차 산업혁명 기술과 보험의 융합 트렌드에 따른 신상품과 서비스 수요 등 새로운 수익모델도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보험시장 포화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 보험의 개인 가입률은 98%로 양적 성장은 한계에 도달되어 있다. 그러나 질적 성장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 수준이다. 대표적인 것이 사망보험금 지급 수준이다. 지난 2016년 기준 1인당 평균 사망보험금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2,995만 원으로 채 3천만 원이 되지 못한다. 일본의 2억 4천만 원 미국의 1억 9천만 원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진 수준이다. 가입금액을 늘리는 전략은 충분히 통할 수 있다. 보험가입 건수가 아닌 보장 내용, 즉, 크기가 중요하다. 보장자산 확보 필요성을 강조하는 전략이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

보험 포화상태를 역발상으로 보면 어떨까? 보험이란 상품이 TV나 자동차처럼 우리 일상에서 필수품인 시대가 도래했다고 보면 된다. 소비재는 일정 기간 지나면 새것으로 교체하듯, 보험도 일정 기간 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고객마다 삶의 이벤트에 변화가 있고 돈의 가치는 하락한다. 보험은 5년에 한 번씩 리모델링이 필요한 상품으로 변화시키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제일 빠른 인구 고령화 속도를 보인다.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에 이미 14.2%를 차지해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2025년에는 20.0%, 2036년 30.0%, 2051년에는 40.0%로 고령 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최근 경제력을 가진 은퇴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 노후생활과 질병에 대비한 상품 수요 증대가 예상된다. 또한, 고령자를 위한 건강증진형 상품개발 가이드라인 개정 등으로 소비자 지향적인 신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통해 보험산업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많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법 중 상황을 인정하라는 말이 있다. 변명만 늘어놓은 것은 어떤 해답도 찾을 수 없다. 냉정하게 현실을 인정하되 희망 없음 혹은 지레 절망은 가장 큰 위험이다. 세상은 위기를 기회로 바꿔 성공한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