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민원 줄여야 보험산업 미래 있다.

보험민원 줄여야 보험산업 미래 있다.

글 류상만 한국보험신문 기획실장

2018년 상반기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금융민원을 보면 보험권 민원이 전체 금융민원건수의 61%를 기록했다. 이는 은행보다 5배 이상 많았다. 생명보험의 경우 종신보험 불완전판매 등 ‘보험모집’ 부문의 민원이 가장 많았고 손해보험의 경우는 ‘보험금 산정과 지급’ 관련 민원이 가장 많았다.

보험업계에 민원이 많은 이유는 한국보험 시장 특성과 관련 있다.

연고 위주로 판매되는 보험시장의 특성과 보험상품 자체의 구조적 문제가 꼽힌다. 흔히, 보험은 이른바 'PUSH형 산업' 이다. 보험상품은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가입자가 직접 찾아보고 알아보고 필요성을 느껴서 가입하기보다 설계사 등을 통해 ‘푸시(PUSH) 마케팅’으로 가입하기 때문에 민원이 많은 편이다. 특히 설계사는 주로 친인척이나 주변 지인 소개로 연결된다. ‘친척이 설계사’이거나 ‘친구가 설계사’여서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자세한 상품 설명이 생략되는 일이 다반사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곳도 사무실이 아니라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

보험업의 구조적 특성도 민원이 많은 이유다. 보험상품은 다른 상품에 비해 구조가 복잡하고 가입기간이 수십 년씩 되는 장기 상품이다. 보험료를 내는 동시에 보험금을 받지 않고 길게는 수십 년 지나서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비자들 스스로도 가입 당시에 상품을 다 이해하고 가입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민원을 줄이지 않으면 보험산업은 여론과 고객의 집중적 타켓이 될 것이다. 많은 보험민원은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다. 계약과정에서 보험계약자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설명하고 불리한 부분을 빼고 설명한다. 감독당국은 이같은 폐단을 바꾸고자 추가적으로 2016년 16가지의 설명의무를 추가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다양한 의무가 추가되더라도 설계사 의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민원 줄이기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설계사가 고객의 인생을 책임진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또한 계약자가 저축성보험 가입을 요청했지만 설계사는 많은 수당을 받기 위해 종신보험이나 건강보험 등으로 유도해 가입시키는 경우도 있다. 사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수당이 많은 상품을 판매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품별 수당차이를 줄이는 것과 동시에 보험료 수준에 따른 지원도 필요하다. 보험혁신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우선 팔고 보자는 ‘실적 제일주의’ 보험 경영문화를 개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편익을 앞세운 '경유계약과 대납행위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들 불법계약은 보험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고 보험모집 질서를 혼란스럽게 해 궁극적으로 민원 발생으로 연결된다. 이런 행위가 '관행' 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소비자 피해를 초래하고 나아가 보험과 보험인에 대한 신뢰를 좀먹고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민원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이같은 낡은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의 업무 시스템도 돌아봐야 한다. 특히, 최근 수년간 보험업계는 약관을 잘못 만들어 생긴 후폭풍으로 번번히 곤욕을 치렀다. 몇 해 전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로 수천억원의 보험금을 추가 지급해야 했다. 지난 해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와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 미지급 논란 등이 터져 보험 소비자와 분쟁을 하고 감독당국과는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문제가 생긴 이유는 다름 아닌 보험사들의 안이한 관행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약관을 베끼거나 허술하게 만들던 관행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많은 보험금 지급으로 인한 보험사 피해와 고객 신뢰를 한꺼번에 잃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한편으론 소비자들에게 보험과 금융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금융교육 확대를 통해 보험 이해도를 높여 민원을 줄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보험은 신뢰산업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민원을 그대로 두고서는 보험산업의 미래는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