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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맥주의 천국, 콜로라도 덴버

글 · 사진 채지형 작가

지극한 마음을 담은 2500여 개 파고다

미국 콜로라도 주의 주도인 덴버. 덴버는 ‘마일하이시티 Mile High City’라고 불린다. 해발 1,609m(1마일)에 위치하고 있어 붙은 별명이다. 강원도 평창에서 볼 수 있는 ‘해피700’과 비슷하다. 높은 지대에 자리하고 있어서, 하늘도 구름도 가깝게 느껴진다. 밤하늘에 뜬 달은 어찌 그리 커 보이는지. ‘콜로라도의 달’이라는 미국 민요가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니다. 남다른 자연 환경은 날씨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1년 365일 중 300여 일 맑은 날이란다. 미세먼지에 고통받는 서울시민은 마냥 부러울 따름이다.

덴버 다운타운

해발 5280피트 자리한 ‘마일하이시티’

미얀마의 젓줄인 이야와디 강(Ayeyarwaddy River) 중류에 위치한 바간은 미얀마 첫 번째 통일왕조의 수도였다. 통일왕조를 세운 아노라타(Anawrahta) 왕은 ‘미얀마의 아쇼카 왕’이라 할 만큼, 불교로 정신적인 통일을 이루기 위해 힘을 쏟았다. 불교가 중심이 되면서 파고다도 늘었다. 불교 전성기 때는 4000여 기에 달하는 탑이 세워졌다. 몽골 침략과 1975년, 그리고 2006년 지진으로 많은 유적들이 피해를 입었지만, 지금도 42km²의 땅에 2500여 파고다가 늠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에겐 마일과 피트가 생소하지만, 1마일을 피트로 환산하면 5280이다. 덴버 시내를 다니다 보면 ‘5280’이라는 숫자를 자주 보게 되는 이유다. 콜로라도를 다룬 잡지 제목도 5280, 유명 햄버거 가게 이름에도 5280이 들어간다. 콜로라도 주청사(Colorado State Capitol)가 여행자들에게 인기인 이유도 비슷한 이유다. 주청사 건물 13번째 계단을 들여다보면, 해수면에서 정확히 1마일 지점이라는 표시가 있다.


덴버의 공공예술

콜로라도 기념품 가게

덴버는 로키의 관문으로도 알려져 있다. 애팔래치아 산맥과 함께 미국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로키산맥. 북아메리카 서쪽에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는 로키산맥은 총 길이가 4500km에 이른다. 로키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덴버는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기기 안성맞춤인 도시다. 놀라운 자연을 볼 수 있는 콜로라도스프링스, 겨울 스키 리조트로 유명한 아스펜 등 내로라하는 관광지들이 멀지 않아, 사시사철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덴버의 연남동, 리노에서 즐기는 수제 맥주

시내 북쪽에 있는 리노(RiNo, River North)는 덴버의 연남동이다. 예술가들이 모이는 곳으로, 덴버에서 가장 핫한 지역이다. 큰 길에 늘어선 건물 벽은 온통 캔버스다. 완성도 높은 작품이 건물 외벽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골목에 들어설 때마다 멋진 그림이 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야외 미술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눈을 즐겁게 한 다음에는 목을 적실 차례다. 리노에는 레시오 비어웍스(Ratio Beerworks)를 비롯한 마이크로 브루어리가 모여 있어,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기에도 좋다.


덴버 수제맥주

수제맥주 브루어리

리노가 아니더라도 덴버 곳곳에는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마이크로 브루어리가 많다. 오죽하면 ‘비어 캐피탈’, ‘맥주의 나파밸리’라고 불리겠는가. 무려 300여 브루어리가 문을 열고 있으며, 콜로라도 산의 깨끗한 물로 만든 맥주가 하루 200종류 이상 생산되고 있다.

덴버에서 인기 있는 여행 테마 중 하나도 비어 트레일(Beer Trail)이다. 덴버 최초의 양조장인 윈콥(Wynkoop)을 비롯해 시내에 있는 35개 양조장을 지역별로 묶어, 4가지 코스를 만들었다. 다양한 맥주 맛을 보는 것도 새롭고 재미있지만, 각 브루어리의 독특한 분위기를 찾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다. 비어 트레일에 관심이 있다면, 다운타운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들러보자. 맥주에 대한 상식과 덴버의 유명 양조장에 대한 정보를 담은 비어트레일 책자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맥주 애호가라면,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맥주 양조장인 쿠어스 브루어리(Coors Brewery)도 놓치면 안 된다. 쿠어스는 덴버를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로 1873년 독일계 이민자 아돌프 쿠어스가 창업했다. 맥아를 만드는 하우스와 패키징 공간, 브루잉하는 공간을 둘러보는 무료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인기 만점이라 1~2시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투어가 끝난 후에는 청량감 넘치는 쿠어스 라이트와 독특한 풍미를 자랑하는 블루문 등 막 뽑아 낸 신선한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시음도 물론 무료다.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는 잊지 말고 신분증을 지참해야한다.

낭만을 선물하는 레드락 야외 원형극장

레드락 야외 원형 극장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덴버에서 한 곳만 꼽으라면, 단연 레드락 야외 원형극장(Red Rocks Amphitheatre)이다. 자연과 기술이 만나 최고의 낭만을 선물하는 공간으로, 세계 다른 원형극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웅장한 붉은 바위들이 평원 위에 우뚝 서 있었는데, 신들의 정원에 초대받은 기분이 든다. 공연장 주위에 펼쳐진 바위가 천연 스피커 기능을 해, 울림이 다르다.

덴버의 또 다른 랜드 마크는 1881년에 세워진 유니온스테이션(UnionStation)이다. 덴버 시내 중심에 자리한 기차역으로, 다른 도시로 연결하는 암트랙과 덴버 철도인 RTD가 출발하고 도착한다. 유니온스테이션 부근은 역사를 간직한 다운타운이라는 의미로 로도(LoDo, Lower Downtown)라 불린다. 로도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상점 중 하나가 록마운트 랜치웨어(Rockmount Ranch Wear)다. 록마운트 랜치웨어를 만든 잭 웨일은 버튼식 웨스턴 셔츠를 개발해 미국 패션계에 큰 획을 그었다. 멋진 카우보이 모자와 현란한 부츠가 가득 쌓여있어, 한없이 지갑을 열게 만든다.

길에서 만나는 예술 에너지

덴버는 예술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로도 유명하다. 길을 걷다 거리에서, 건물 안에서 우연히 만난다. 공공예술이야말로 덴버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를 가장 잘 느끼게 해주는 메신저다. 대표적인 작품이 콜로라도 컨벤션 센터 앞에 있는 빅 블루 베어다. 40피트 높이의 푸른 곰은 덴버의 아이콘 중 하나로, 아티스트 로렌스 아르젠의 작품이다. 작품 제목은 ‘나는 당신이 의미하는 것을 봅니다(I See What You Mean)’. 작가는 도시에서 방황하다 붙잡힌 곰 사진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단다. 도시와 자연, 여행자와 현지인의 연결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이다.

벽화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작품은 덴버 공연예술센터 Denver Center for Performing Arts에서 볼 수 있다. 덴버 공연예술센터는 콜로라도에서 가장 큰 공연장으로, 60피트 높이의 훤칠한 두 댄서가 잔디밭에 우뚝 서 있었다. 팔을 서로 휘감으며 리듬에 따라 몸을 흔드는 역동적인 모습은 한참 동안 고개를 올리고 쳐다보게 만들었다.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추는 모습은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덴버처럼 보였다.

< 여행정보 >

항공
덴버까지 직항은 없다.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매일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교통
덴버의 미덕중 하나는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다운타운 내에서는 16번가 프리 몰라이드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덴버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싶다면, 공유자전거 B-사이클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참고사이트
덴버 관광청
www.denve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