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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과 보험

글 박소정 서울대학교 교수

1. 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이란 말 그대로 사물들(Things)이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되어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각 사물들 또는 개체들은 보통 센서를 탑재하여 비정형 데이터를 수집하며, 이를 직접 분석하거나, 연결된 다른 개체에게 전송하고, 다른 개체에서 생성된 데이터나 명령을 전송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구조를 통하여, 서로 연결된 사물들은 개별 객체가 제공하지 못했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1982년 카네기 멜론대학에서 최초로 인터넷에 연결된 가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 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이후 발전된 각종 센서 기술, 실시간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과 인공지능, 무선네트워크 기술, 제어, 자동화 기술 등이 복합되어 오늘날의 사물인터넷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 중의 하나이자,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 되는 각종 기술들의 총 복합체이다. 스마트홈, 의료, 통신, 교통, 제조, 농업, 에너지 관리, 환경 관리 등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물인터넷 기기들과 서비스의 도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2. 사물인터넷과 위험관리

네스트(Nest) 연기 감지기(자료: Nest 홈페이지) [그림 1] 네스트(Nest) 연기 감지기(자료: Nest 홈페이지)

사물인터넷들은 실시간으로 센서를 통하여 비정형 데이터를 수집하여, 이를 직접 실시간 분석하거나, 클라우드, 서버, 블록체인 네트워크 등의 저장매체로 전송하여 분석하기도 한다. 생성된 데이터는 지정된 어딘가에 저장되고 분석되고 다른 개체들과 상호작용과 통신을 통하여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서 많은 경우에 수집되는 데이터, 결과물로 나오는 정보와 서비스들이 위험과 관련되어 있으며, 따라서 사물인터넷은 위험 변화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및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화재위험과 관련된 구글 네스트의 연기감지기는 다음과 같이 작동한다. 지금까지의 연기감지기들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연기를 감지하며, 연기뿐만 아니라 공기 중 일산화탄소도 감지한다. 기존의 연기감지기와 다른 점은, 연기 감지 즉시 시끄러운 경고음을 내는 대신 수집된 데이터를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정교하게 분석하여, 집안의 어떤 위치에서 어느 정도의 연기가 발생했는지를 찾아내고, 그러한 사실을 연결된 다른 디바이스–스마트폰–으로 전송하여 조기 경고를 한다. 그리고 연기감지기에서 나오는 소리도, 삑삑거리는 큰 경고음이 아니라,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되지만 걱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강한 경고음을 내는 대신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엌에 가서 연기 확인을 좀 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으로 대체된다.

또한 집안에 있는 여러 개의 연기감지기는 서로 통신을 하여,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할 경우, 모든 기기가 동시에 어떤 위치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알려주게 된다. 뿐만 아니라 불이 아니라 요리 때문에 발생한 연기로 인한 문제일 경우, 간단히 스마트폰의 앱에서 경고음을 끌 수도 있다. 연기감지기와 관련된 한가지 중요한 문제는 사람들이 설치는 해 두었으나,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점검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인데, 네스트는 하루에 400회씩 건전지가 충분한지, 연기 감지를 제대로 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다른 디바이스와의 연결에 문제는 없는지에 대해 스스로 평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음식을 할 때 발생하는 연기 때문에 민감도가 높은 연기감지기를 사용하는 데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네스트와 같은 민감도가 높으면서도 친절하고, 생각하는 연기감지기는 이제, 화재위험에 대한 감지 능력으로 화재 조기 진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3. 사물인터넷과 보험산업

많은 사물인터넷은 실시간으로 위험의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위험 수준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지게 한다. 이러한 것이 보험산업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보험계약은 계약자가 노출되어 있는 미래의 위험을 보험회사로 전이하는 계약이다. 따라서 보험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위험의 크기에 대한 평가 및 비용에 대한 상호 합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위험의 평가는 많은 경우에 쉽지만은 않으며, 위험의 전이로 인하여 전이 후 계약자 위험의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생겨난다.

네스트(Nest) 연기 감지기(자료: Nest 홈페이지)

사물인터넷이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이터는 보험업에 일차적으로, 정교한 위험의 분석을 통한 분류가 가능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텔레매틱스로 수집한 운행정보에 관한 데이터는 사고 위험을 훨씬 더 정교하게 분석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사물인터넷은 일부 보험상품에 있어서 역선택의 완화나 형평성의 강화를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사물인터넷은 계약 시점의 위험 평가뿐만 아니라, 계약 후에 일어나는 위험의 변화를 관측 가능하게 한다. 도덕적 해이의 문제는 관측가능성(observability)의 문제이며, 계약 후 계약자의 행동 변화, 그에 따른 위험 변화에 대한 관측이 불가능하고, 통제할 수 없으며, 따라서 계약 후 행동을 계약화 할 수 없다는 데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사물인터넷은 계약 후에도 지속적 모니터링을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므로 계약 후 행동을 계약화 할 수 있고, 따라서 도덕적 해이라는 문제를 크게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즉, 보험사와 공유되는 데이터는 보험사와 계약자간의 정보비대칭을 크게 줄여줄 수 있으며, 따라서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거의 대부분의 문제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계약자의 위험 분석 및 모니터링은 장점도 있으나, 너무 많은 정보를 보험회사와 공유해야 한다는 점에서 계약자 입장에서 다소 불편한 개념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물인터넷이 생성하는 데이터에 더욱 주목해야 할 이유는 ‘위험의 관리’라는 새로운 산업이 탄생할 수 있고, 그것이 보험사와 결합될 수 있다는 이유인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텔레매틱스 장치는 운전습관을 분석하여 미래 사고 가능성에 대한 점수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보험계약 후 생성된 운전습관에 관한 점수나 주행거리 등에 따라 보험료가 변경되는 구조로 계약 후 행동에 대한 관찰 통제를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사고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피드백을 주기도 하고, 자동차의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들과의 소통으로 사고의 예방을 하는 것, 경고를 통해 적극적으로 사고의 가능성을 줄이는 것, 사고 후 손실의 크기를 최소화시킬 수 있도록 즉각적으로 사고 관리 서비스 제공자와 통신하는 것까지 적극적인 의미의 위험관리를 할 수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도 단순히 운동을 얼마나 잘 하고 있고 혈압의 관리 등이 얼마나 잘 되고 있는가에 대한 정보의 생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감지 시 사용자에게 알려주고, 축적된 정보를 의학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의사나 개체가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건강관리를 해주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즉, 사물인터넷의 위험 변화에 대한 감지 및 경고 기능은 위험의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위험의 관리라는 새로운 산업의 탄생을 예고한다.

보험사는 사물인터넷을 통해 계약자에 대한 수동적 관찰을 넘어선 능동적 위험관리를 하는 것에 대해 고려해야 하며, 이는 단순한 변동성 관리 산업에서 위험관리 서비스 산업으로의 전환을 의미하게 된다. 보험계약은 손실이 발생하면 그 손실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것을 넘어서서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여 도와준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실이 발생할 경우 그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계약이 될 것이다. 이러한 위험관리의 영역은 보험사가 제공할 수도 있지만, 디바이스 생산자나 독립적인 서비스 제공자, 또는 관련된 다른 산업, 예를 들면 건강관리의 경우는 병원에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4. 사례: 스마트홈을 중심으로

앞에서 소개한 네스트 연기감지기(Nest Protect)는 화재의 위험을 똑똑하게 경고하여 화재위험을 경감시킨다. 화재위험에 있어서 연기감지기와 스프링클러의 중요성과 따라서 이러한 장치의 설치 유무가 화재보험의 보험료에 반영되어야 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장치의 설치 유무, 작동 유무를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고, 따라서 그것을 보험료에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쉽지 않다. 네스트는 연기감지 기능 및 통신 기능에 문제가 없는지에 관련된 정보를 보험사에 전송하여 그러한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이에 American Family나 Liberty Mutual과 같은 보험사는 이러한 디바이스를 설치하면 보험료를 5% 할인해 줄 뿐만 아니라, HelloTech과 같은 서비스 프로그램의 운영으로 집에서의 각종 사고위험을 경감시킬 수 있는 스마트 홈 장치 설치를 원할 경우장치 설치를 도와주며, 뿐만 아니라 공짜로 네스트 연기감지기와 같은 장치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1)

네스트(Nest) 연기 감지기(자료: Nest 홈페이지) [그림 2] American Family 보험사의 HelloTech (자료: American Family 홈페이지)

Allianz Assistance Service와 Panasonic Home은 파트너쉽을 통하여 감지된 위험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Panasonic Home의 스마트홈 디바이스를 통하여 감지된 위험들-예를 들어, 유리창이 깨지거나, 연기가 감지되거나, 배관이 동파될 위험이 커지는 등–이 감지가 되는 경우, 그러한 정보를 계약자에게만 전송하는 것이 아니라 Allianz Assistance Service에 전송하고, 즉각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된다. 주인이 오랜 기간 집을 비우고 있더라도 사고 발생 시 조기 진압으로 사고의 크기가 커지는 것을 방지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한 의료정보의 관리가 병이 커지는 것을 조기에 방지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직은 보험계약과 위험관리 서비스의 완전한 결합은 아니지만, 이러한 계약이 등장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이러한 서비스의 중심에는 스마트홈 디바이스 생산자이자, 데이터 분석, 서비스 제공 등을 동시에 하고 있는 구글, 아마존과 같은 IT 기업들이 있다. 아마존은 최근 건강관리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하고, 온라인 약국인 Pillpack을 인수하여 미국의 거의 모든 주에서 약을 판매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아마존이 가지고 있는 각종 스마트홈 디바이스는 에코(Echo)라는 허브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스마트홈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사람의 각종 위험에 대한 종합 분석 및 관리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하루종일 집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듣고 있는 에코가 기침소리를 들을 경우, 감기가 걸렸는지 판단하는 것에 대한 특허를 제출했다. 이에 아마존이나 구글과 같은 기업이 각종 보험산업에 직접 진출을 하거나 보험사와의 협업을 통한 보험생태계로의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문들이 무성하다.2), 3)

5. 맺음말

사물인터넷은 이제 일상생활 속에서의 모든 위험을 감지하고, 관리하게 될 것이다. 날씨가 너무 추운데 보일러 가동이 되지 않아 동파위험이 커질 경우, 똑똑한 온도계는 자동으로 보일러와의 통신으로 적정 온도를 유지하게 하여 동파 발생을 방지하고, 똑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소리를 듣고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는 건강상태 변화를 감지하여 의사와의 상담을 권유하고, 약을 배달해 주고, 건강한 삶을 위한 생활 패턴을 제안하며, 건강상태 향상에 가장 적합한 식단을 만들고 배송해 줄 것이다. 화재는 관리로 발생확률이 줄어들 뿐 아니라 발생 시 조기 진압되고, 집 주변의 수상한 움직임을 감지하는 똑똑한 카메라들은 경고음을 발생시키거나 큰 음악을 틀거나 스피커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게 하고 집의 불을 켜서 도둑이 접근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위험은 줄어들고, 위험관리 산업의 크기는 커진다. 기존 보험사가 담당하던 변동성 관리의 가치는 떨어지고, 위험관리의 가치는 커질 것이다.

네스트(Nest) 연기 감지기(자료: Nest 홈페이지)

[그림 3] 최초의 보험사, the insurance office (자료: IRMI 홈페이지 4))

누군가가 담당하게 될 위험관리 서비스를 보험업이 흡수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닐 경우, 기존의 산업 유지가 아니라, 그러한 서비스 제공자가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보상을 해주는 방식으로 보험업을 흡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디바이스 제공자와 위험관리 서비스 제공자는 그러한 사물과 서비스 능력의 증명을 위해서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실이 발생하면 그건 저희가 책임집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을 것이다. 최초의 근대적 보험사로 알려져 있는 The Insurance Office는 최초의 보험사이자 최초의 소방서였다. 위험이 전이되는 순간, 손실은 보험사의 손실이 된다. 위험관리의 인센티브도 손실부담의 주체인 보험사가 가지게 된다. 단순히 장치만 판매하는 디바이스 업체라면 많이 팔기만 하면 될 뿐, 잘 관리하여 실제 위험을 줄이는 것까지 관리하지는 않을 수 있다. 손실 발생을 줄이고자 하는 고객과 위험관리자의 완전한 인센티브 일치(incentive alignment)는 고객에게 신뢰를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1) http://www.startribune.com/american-family-offers-free-nest-protect-devices-to-minnesotans/308173321/
2) https://www.securitysales.com/automation/amazon-homeowners-insurance-security-iot/
3) https://www.verdict.co.uk/life-insurance-international/news/amazon-vitality-health-insurance/
4) https://www.irmi.com/articles/expert-commentary/the-worlds-first-insurance-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