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보험설계사

인공지능과 보험설계사

글 류상만 한국보험신문 기획실장

10년 뒤인 오는 2028년에는 AI(인공지능)가 보험설계사를 밀어내고 고객의 보험설계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담 창구를 찾아가면 AI 설계사가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가족력 및 식사습관 등을 파악한 뒤 고객에게 최적화된 설계서를 작성하고 청약서에 사인을 요구할 것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상상속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 속속 현실화되고 있다. 소프트뱅크 그룹 손정의 회장은 “가까운 미래에 많은 업무에서 AI가 인간의 능력을 상회할 것이다. AI를 제패하는 자가 미래를 제패할 것”이라며 “기업들은 지금 당장 AI에 몰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10년 후 보험산업은 AI로 큰 변화 예상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보험산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5~10년 안에 AI(인공지능)가 보험설계사를 대신해 보험을 판매하게 될 것이란 것이다. 사람이 아닌 AI 설계사가 고객의 가족력, 경제력 등을 감안해 최적의 보험상품을 설계해 준다. 기존 설계사의 역할을 재무설계나 건강관리 등으로 바뀔 것이다.

*ICT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등장

이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ICT(정보통신기술)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주요 고객층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의 비중이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높아졌다. 이들은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보험상품 선택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처럼 연고 판매보다는 합리적으로 보장이 가능한 보험종목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들은 과거 세대보다 보험에 긍정적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기술 습득 및 활용이 빨라 본인에게 필요한 상품 혹은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보험연구원에 의하면 이들은 상품 혹은 서비스를 소비하기 전 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비중이 96%에 달한다.

또한 이들은 대면 서비스보다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한다. 사람을 직접 만나서 보험가입을 상담하기 보다는 자신이 첨단화된 기기를 이용한 분석을 통해 보험을 가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나라 밀레니얼 세대의 60% 이상이 상품 및 가격 비교가 용이하고 점원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온라인 쇼핑을 주요 쇼핑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후, 설계사 채널의 장점으로 여겨진 세심한 상품정보 전달 및 인간적 관계 등의 특징은 더 이상 젊은 세대가 필요로 하거나 원하는 서비스가 아닐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이 더욱 발전하고 대다수의 소비자가 이들과 같은 특징을 가진 사람들로 대체된다면 보험 판매채널은 AI가 주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AI시대, 그래도 설계사의 역할은 필요하다.

몇십년 전 미국 야구경기에 기계가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을 시험삼아 한 적이 있었다. 일부 팬들이 심판 판정의 공정성을 의심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도입한 방편이었다. 그러나 이 시도는 보기 좋게 실패했다. 너무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보험도 AI만을 가지고 판매하면 시장에서 외면 받을 수 있다. 젊은 세대가 합리적 정보 등을 통해 보험을 가입한다고 하지만 보험판매에는 또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 보험은 보험효용의 추상성, 무형성 등으로 인해 자발적 가입을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이 역할은 여전히 사람에 의존할 것이다. 다만, AI를 통해 과거보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판매 비중이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결합해 개인의 기질과 특성을 파악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은 이미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동안 설계사 숫자와 브랜드 파워가 시장 점유율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나 AI로 인해 판매채널과 보험산업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더 수준 높은 인공지능 그리고 머신러닝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지가 보험판매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