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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의 갈라파고스, 세이셸

글 · 사진 채지형 작가

세이셸(Seychells)은 115개 섬으로 이루어진 섬나라다. 케냐 동쪽, 인도양에 두둥실 떠있다. 아프리카가 가장 가까운 대륙이지만, 유럽의 향취가 진하게 난다. 언어도 프랑스어와 영어, 크레올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어,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와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세이셸이 널리 알려진 것은 셀럽들의 발걸음 덕분이다. 윌리엄 왕세손 부부는 허니문으로, 데이비드 베컴은 결혼 10주년 기념 여행지로 세이셸을 찾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세이셸에서 휴가를 보냈으며, ‘브라운 아이즈드걸스’ 멤버인 가수 나르샤가 스몰 웨딩을 올리기도 했다.

이유가 있다. 밀가루처럼 하얀 모래와 토파즈색 파란 바다는 기본이다. 유려한 곡선미가 흐르는 기암괴석들은 세이셸의 바다를 특별하게 만든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개구리와 과일 먹는 박쥐, 바다 거북이는 또 어떤가. ‘인도양의 갈라파고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세이셸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든 천국이 어떤 곳인지 보여준다.

섬 베스트3, 마헤와 프랄린, 라디그

섬 베스트3, 마헤와 프랄린, 라디그

세이셸의 115개 섬 중 꼭 가야할 섬이 마헤와 프랄린, 라디그다. 먼저 마헤(Mahe). 비행기에서 내리면 그곳이 마헤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로 불리는 빅토리아(Victoria)가 마헤에 자리하고 있다. 시계탑을 찾는 것으로 마헤 여행을 시작한다. 시계탑은 1903년 영국 왕실로부터 받은 것으로, 빅토리아의 랜드마크다. 영국 빅벤 모양을 한 은색 시계탑 주변에서 세이셸의 크고 작은 행사가 펼쳐진다. 시계탑에서 알버트 스트리트를 따라 걷다 보면 세이셸에 4개밖에 없다는 신호등 중 하나가 나타난다. 도심을 둘러본 후 여유가 있다면, 세이셸의 원시림을 볼 수 있는 몬 세이셸와 국립공원(Morne Seychellois)을 보거나 마헤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보발롱 해변(Beau Vallon Bay)도 찾아보자.

자연 애호가라면 마헤보다 프랄린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마헤에서 북동쪽으로 45km 떨어져 있는 프랄린에는 에덴동산이라고 불리는 발레 드메(Vallee de Mai) 국립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오월의 계곡’이라는 뜻의 발레 드 메 국립공원은 태고의 신비로움을 품고 있다. 30m 높이의 야자수들이 이어져 있어 거인들의 나라에 온 기분이 든다. 1983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씨앗인 코코 드 메르(Coco de Mer)

발레 드 메의 스타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씨앗인 코코 드 메르(Coco de Mer)다. 코코 드 메르는 생긴 모양이 특이하다. 여자 나무 열매는 여성의 엉덩이를, 남자 나무 열매는 남성 성기를 닮았다. 코코 드 메르 열매는 세이셸의 대표 아이콘 중 하나로 기념품 가게에서 코코 드 메르를 닮은 기념품을 쉽게 볼 수 있다.

라디그(La Digue) 섬

라디그(La Digue) 섬

프랄린 섬에서 배를 타고 15분만 가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라디그(La Digue) 섬이다. 세이셸을 세계적인 명소 반열에 올려놓은 해변, 앙스 수스 다정(Anse Source d’Ardent)이 이곳에 있다. 자연이 만들어놓은 거대한 화강암 작품 사이로 에메랄드 빛 바다가 반짝이는 앙스 수스 다정. 기기묘묘한 바위와 함께 어우러진 해변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이보다 더 포토제닉한 해변이 있을까. “곡선은 신의 선이고, 직선은 인간의 선이다”라는 가우디의 말이 떠오른다. 앙스 수스 다정은 신과 자연이 만든 위대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자이언트 육지거북이와 사진 찍기

자이언트 육지거북이와 사진 찍기

자이언트 육지거북이와 사진 찍기

세이셸을 신나게 즐기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자이언트 육지거북이와 기념사진을 찍기다. 세이셸에서 거북이는 친숙한 동물이다.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집에서 애완 거북이를 기르기도 한다. 세이셸 인구가 9만 3000여명(2016년 기준)인데, 거북이 수는 약 15만 2000마리에 달한다. 세이셸은 사람보다 많은 거북이가 살고 있는 것이다.

세이셸의 거북이는 개체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특별하다. 수명이 100~225년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동물로 기록되어 있다. 자이언트 육지거북이는 이름을 보고 짐작할 수 있듯이 몸집이 크다. 등딱지 길이가 90~120cm, 몸무게가 300kg에 육박한다. 거대한 거북이와 함께 한 컷. 특별한 기념사진이 만들어진다.

라디그 섬에 간다면 자전거로 산책을 즐겨야한다. 라디그 섬에 도착하면, 항구 근처에 주인을 기다리는 자전거 수십 대가 서 있다. 한적한 라디그 섬을 돌아보기에 자전거만한 교통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자전거 뒤에는 색색의 앙증맞은 바구니가 달려있다. 바구니에 수영복과 타월, 간식을 넣어가지고 다니라는 배려다. 하루 종일 빌리는데 150루피. 자전거를 이용해, 앙스 수스 다정 해변뿐만 아니라 그랑 앙스 등 다른 해변들도 둘러보자. 여러 맛의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맛보듯, 조금씩 다른 해변의 맛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타카마카(takamaka) 럼

애주가라면 세이셸의 특별한 럼을 놓치면 안 된다. 럼은 사탕수수 즙을 발효시켜 증류한 술로 세이셸에서는 타카마카(takamaka) 럼이 널리 알려져 있다. 럼에 관심이 있다면 타카마카 양조장에 들러보자. 200년 전에 팜유를 만들던 농장에 멋진 건물과 야외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미리 예약하면 사탕수수로 럼을 만드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준다. 투어를 마치고 나면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대표 럼들을 시음해 볼 수 있다. 알콜 40%가 넘는 다크 럼을 비롯해 코코넛과 파인애플 향을 넣은 럼 등 다양해 세이셸의 또 다른 매력을 맛볼 수 있다.

[여행정보]

  • * 세이셸까지 가는 직항 편은 없다. 에티하드항공을 이용,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를 거쳐 마헤로 들어간다. 인천에서 아부다비까지 약 10시간, 아부다비에서 마헤까지 약 4시간 30분 걸린다.
  • * 우리나라보다 5시간 느리다.
  • * 비자 없이 90일간 여행할 수 있다.
  • * 마헤와 프랄린, 라디그는 페리를 타고 이동한다. 마헤에서 프랄린까지는 약 1시간, 프랄린에서 라디그까지는 약 15분 걸린다. 마헤에서 라디그로 직접 가는 배도 있지만, 드물다. 라디그에 가기 위해서는 프랄린에서 배를 갈아타는 것이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