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류상만 한국보험신문 기획실장
나이 50을 훌쩍 넘긴 필자의 요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부모님이나 처가 어른들의 간병문제다. 얼마 전 80대 중반의 아버지가 합병증으로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셨다. 같은 시기 장인 어른도 서울로 올라와 필자 집에서 병원을 오가며 항암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어르신들의 쾌유를 기원하는 마음 한 구석엔 치료비와 간병비 부담에 대한 고민 또한 크다는 것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성 질환 증가와 함께 그에 따른 비용이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2014년 보건복지부가 280개 의료기관 입원환자 2만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호 서비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치료비 이외에 36.6%의 환자 가정이 간병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이들 가운데 80% 이상이 한달 평균 210만원의 간병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치료, 간병비는 이제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필자는 양가 어르신들의 병원 신세를 통해 치료 간병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나 준비가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 본가나 처가 모두 5남매로 자식 수도 비교적 넉넉하고 자식들 대부분 그리 어렵게 살지 않는데도 이럴 지경인데 자식이 1명, 많아야 2명인 나의 노후 시대를 떠올리니 마음이 불편하다.
노후 질병 간병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고령화라는 사회적 현상 외에 가족 구조의 변화와도 관계가 깊다. 전통적인 대가족 제도 아래서는 가족의 부양 기능이 작동하면서 몸이 불편한 노인의 간병과 요양은 식구들이 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핵가족과 맞벌이 등 인구·사회환경이 변화하면서 질병. 간병 문제는 환자 가정이 전적으로 책임질 수 없게 됐다. 요즘 세대는 한 가정의 자녀가 대부분 1~2명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필자 세대는 어쩌면 ‘부모를 모시고 자식으로부터 버림받는 첫 세대’가 될지 모른다. 그건 자식이 불효해서가 아니라 불가항력적인 사회 구조 때문이다.
집안에 병을 오래 앓는 사람이 있으면 환자 자신은 물론이고 온 가족이 지치게 된다. ‘부모가 아프면 당연히 자식이 모셔야지’라며 호언장담해온 효심 깊은 자식도 긴 간병을 이길 수 없다. 간병은 간병대로, 치료비는 치료비대로 부담스럽고 버겁기 때문이다.
작년 한 보험사 은퇴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40대 이상 고객 중 응답자의 54.5%가 “장기간병비 마련을 위해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자 대부분도 간병을 위한 별도의 준비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기존에 갖고 있던 저축과 자산으로 충당하겠다”는 응답이 30.2%에 달했으며 “자녀에게 부담시키겠다”는 응답(0.8%)도 있었다. 민영보험 가입을 통해 간병비를 마련하고 있다는 비율은 13.5%에 그쳤다. 또한 조사대상의 5명 중 1명은 노후에 장기간병이 필요할 경우 간병비 전액을 국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또 실손의료보험이 간병비까지 보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42%에 달했다.
우리는 노후준비에 대한 개념을 우선 정립해야 한다. 대부분의 노후준비는 생활비에 국한해 준비하는 경향이 있다. 노후가 길어지면 의료비와 간병비가 많이 들어가게 된다. 40~50대 연령에서는 10명 중 8명이 노후에 장기간병 상태가 될까봐 두려워하면서도 정작 의료.간병비 준비를 별도로 하고 있는 비율은 과반수에 불과하다.
노후에 가장 많이 늘어나는 지출은 보건의료비다. 특히 노후에는 치료 시 목돈이 들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간병을 요하는 중증질환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별도의 의료.간병비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노후생활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의료비의 경우 필요 시기를 예측할 수 없고, 목돈이 든다는 점에서 보험이 효과적이다. 이제부터 보험을 통해 노후 의료비를 준비하는 고민을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