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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계단에서의 음성 의사소통


정정호
한국화재보험협회 화재환경시스템팀 책임연구원, 공학박사

1. 머리말

  화재 발생시 건축물 내부 재실자는 신속하게 외부 또는 피나층으로 피난하여야 한다. 피난 경로는 거주실에서 나와 복도를 통해 피난계단 또는 특별피난계단을 통하도록 되어있다. 신속하고 안전한 피난을 위해서는 위의 모든 피난 경로에서 재실자들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외부 구조자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여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피난계단 또는 특별피난계단은 소리가 매우 크게 울리고, 소리가 빨리 감쇠되지 않아 의사소통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피난계단의 건축음향 특성 시뮬레이션을 통해 피난계단에서의 의사소통 가능 정도를 조사하였다.

  음향 시뮬레이션은 현재 많이 건축되고 있는 84 타입의 공동주택의 피난계단을 대상으로 수행하였다. [그림 1]에서와 같이 13개층의 피난계단을 수직으로 모델링하였다.

[그림 1] 피난 계단 시뮬레이션 모델

2. 피난계단의 음향 환경

  피난 계단에서 대화음이 울리는 정도는 잔향시간(RT, Reverberation Time)으로 나타낸다. 잔향시간은 소리의 울림이 길수록 길게 나타나며, 울림이 짧을수록 명료하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잔향시간의 정의는 KS F 2864에 “최초 레벨로부터 5 dB 떨어졌을 때부터 35 dB 떨어질 때까지 측정된 감쇠 곡선의 선형 최소 제곱 회귀법(linear least squares regression)에 의한 감쇠비율로, 음압 레벨이 최초의 레벨에서 60 dB 감쇠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으로 정의되어 있다.

  강의실의 잔향시간은 일반적으로 강의실이나 회의장 같이 명료한 음성 전달이 필요한 공간은 0.5 s 정도를 권장한다. [그림 2]는 피난계단의 잔향시간 예측 결과와 분포를 나타낸 것이다. [그림 2]에서와 같이 피난계단의 잔향시간은 500 Hz 대역에서 약 3 s 수준으로 성당이나 체육관의 잔향시간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2] 잔향시간 예측 결과

  [그림 3]은 명료도(D50, deutlikeit) 예측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명료도에 대한 정의는 KS F2864에 “전체의 음에너지량에 대하여, 직접음 도달 후 초기 50 ms까지의 음에너지량을 퍼센트로 나타낸 값”으로 정의되어 있다. D50값은 짧은 지연 반사음이 많을수록, 잔향시간이 짧고 비교적 실의 체적이 적을수록 높이진다. D50 값이 0.42(42 %) 이상이면 [그림 4]에서와 같이 음절 명료도가 90 %에 가까워지므로 문장의 이해도가 높아진다. 회화의 경우 0.6(0.6 %), 음악의 경우 0.4(40 %)의 D50 값을 기준으로 한다. D50 예측결과 [그림 3]에서와 같이 대부분의 주파수 대역에서 0.25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준값보다 매우 낮은 수치이며 [그림 4]의 음정명료도로 환산했을 경우도 약 70 % 수준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 3] 명료도(D50) 예측 결과

[그림 4] D50과 단음절 명료도와의 관계

[그림 5] 명료도(D50) 예측 결과

  음성 전달 지수(Speech Transmission Index; STI)는 실내와 음향 시스템의 알아듣기 쉬운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이것은 울림이 없는 실내에 비해 잔향이 길거나 소음이 있는 실내에서는 음성을 정확하게 알아듣기 어려운 것은 외견상의 S/N 비가 낮으므로 진폭 변조파를 음원으로 이용하여 명료도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의 원리는 음성을 모델링한 신호로서 밴드 노이즈를 정현파로 100 % 변조하여 음을 방사한 경우에 실내의 전파 과정에서 잔향이나 에코, 잡음 등의 영향을 받아 수신 신호의 변조 정도를 측정하여 수치화한다. <표 1>은 STI의 5단계 평가를 나타낸다. 0.6 이상이면 ‘good’, 0.75 이상이면 ‘excellent’이다. STI나 D50은 [그림 3]과 같이 직접음 대 반사음의 비에 따라서 값이 달라지고, 주파수 특성은 고려되지 않는다. STI를 간략하게 계산하는 RASTI(Rapid STI) 방법이 있지만, 시간 영역에서 발생되는 왜곡을 고려하지 않고있다. 피난계단의 시뮬레이션 결과 표 2와 같다.

(a) STI                                                                                              (b) RASTI
[그림 6] 음성 전달 지수(STI, RASTI) 예측 결과

<표 1> 음성전달지수 (STI, RASTI) 기준

STI 평가
0 ~ 0.30 Bad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0.30 ~ 0.45 Poor (잘 알아듣지 못한다)
0.45 ~ 0.60 Fair (노력하면 들을 수 있다)
0.60 ~ 0.75 Good (잘 들린다)
0.75 ~ 1 Excellent (아주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

지표 결과 비고
STI 0.43  
STI(Expected) 0.13 배경소음 고려
STI(Male) 0.40 남성 음성 특성
STI(Female) 0.44 여성 음성 특성
RASTI 0.39  

  피난계단의 음성 전달 지수 예측 결과 <표 1>에서와 같이 STI는 0.43으로 나타나 잘 음성 대화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STI는 배경소음을 고려하지 않은 지표이다. 피난계단을 통해 피난을 하는 경우 전실 또는 엘리베이터 실에서 경종이 작동하게 된다. 피난계단으로 전달되는 경종 소리를 고려하여 STI를 예측한 결과는 STI(Expected)이다. 피난계단으로 전달되는 경보음의 크기를 고려한 경우 STI(Expected)는 0.13으로 나타났으며, 실제 피난행동으로 인한 보행음 등의 발생을 고려하면, 화재 발생시 피난계단에서의 의사소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3. 맺음말

  본 연구에서는 화재 발생시 피난계단을 통해 피난하는 경우 피난자들간 및 외부와의 음성 의사소통이 가능 여부를 음향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하였다. 음향 시뮬레이션 대상은 최근 많이 건설되고 있는 84 타입 공동주택의 피난계단을 대상으로 하였다. 음향 시뮬레이션 결과 피난 계단은 소리 울림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피난계단으로 전달되는 경보음으로 인해 음성 전달지수는 매우 낮게 나타났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피난을 위해서는 피난자 사이 및 외부와의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이상의 결과에서와 같이 피난계단에서의 음성 의사소통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피난계단을 음성 의사소통이 원활한 환경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소리를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무기질계통의 불연 흡음재를 적용하여 소리의 울림을 낮게 하는 것 필요하며, 피난계단으로 전달되는 경보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화문의 차음성능을 높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