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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 행복 찾기


글/사진 채지형 작가


  핀란드는 숲과 호수의 나라다. 우리나라의 3배가 넘는 땅 면적 중 65%가 숲으로 덮여 있다. 호수는 무려 18만8,000여 개에 달한다. 섬도 약 1만 개나 된다. 직접 만난 핀란드에서 숫자보다 놀라운 것은 몸으로 체감하는 숲이었다. 어디에서든 몇 분만 걸어 나가면 초록이 숨 쉬고 있었다.

느릿느릿 행복한 산책

  핀란드 사람들은 햇살을 맞이하기 위해 공원으로 뛰쳐나간다. 특별한 이유도, 세심한 준비도, 별다른 약속도 필요 없다. 그저 잔디 위에 펼칠 깔개 하나면 충분하다.

  헬싱키 여행 일번지인 마켓 스퀘어(Market Square)에서 페리를 타고 15분 정도 들어가면 수오멘린나(Suomenlinna) 요새가 나타난다. 이 요새는 1748년 러시아 군대에 대적하기 위해 만든 군사 유적지로, 199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됐다. 수오멘린나 요새는 헬싱키 대표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핀란드 사람들의 인기 피크닉 장소이기도 하다. 군사 유적지라고 해서 딱딱한 분위기를 상상한 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오히려 분위기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고, 잔디밭도 넓게 펼쳐져 있었다. 바다에서 수영하는 사람,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 핀란드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요새를 즐겼다.

  시내 중심에서 떨어진 시벨리우스 공원(Sibelius Park)도 산책 장소로 손색없다. 하얀 자작나무 숲이 펼쳐진 이 공원은 핀란드의 대표적인 작곡가 ‘시벨리우스(Sibelius)’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공원이다. 공원 안에는 파이프오르간 모양의 시벨리우스 기념비가 늠름하게 서 있는데, 24톤에 달하는 600여 개의 강철 파이프로 만들어져 묵직함이 느껴진다. 시벨리우스의 대표곡은 1899년에 만든 ‘핀란디아(Finlandia)’다. 러시아 지배를 받던 핀란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 준 노래. 거리의 악사가 아코디언으로 연주하는 핀란디아의 멜로디가 공원의 운치를 배가시켰다.

  시벨리우스 공원을 추천한 이유 중 하나는 기념비 뒤로 펼쳐진 바닷가 때문이다. 자작나무 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고 바닷가를 산책하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걷다 보면 빨간 지붕의 카페 ‘레가타(Regatta)’를 발견하게 된다. 숲과 바다, 그 사이에 서 있는 동화 같은 카페. 흐뭇한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티타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 진짜 휴식이란 이런 거지 싶었다.

역사적인 유적이자 헬싱키사람들의 휴식공간인 수오멘린나 요새

역사적인 유적이자 헬싱키사람들의 휴식공간인 수오멘린나 요새

헬싱키 시벨리우스 공원. 근처에 한적한 공원과 카페도 있다

역사적인 유적이자 헬싱키사람들의 휴식공간인 수오멘린나 요새
핀란드 디자인 집합소, 디자인 디스트릭트
아트 디스트릭트에 작업하는 디자이너들

헬싱키 아트디스트릭트

  핀란드 디자인의 비밀은 ‘단순함’에 있다. 각각의 물건에는 용도가 있고, 그 용도가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필요 없는 것은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줄이고 줄여 마지막 남은, 핀란드 디자이너들은 그 단순함에 집중했다. 핀란드 디자인이 시대를 초월해 사랑 받는 비결이다.

  핀란드 여행에서 디자인은 중요 테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 알토(Alvar Aalto)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부터 마리메꼬(Marimekko)나 핀레이슨(Finlayson)을 찾아가는 패브릭 여행, 핀란드 가정마다 하나쯤 있다는 아라비아(Arabia) 그릇 탐방까지. 방법은 수없이 다양하다.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핀란드 디자인을 보고 싶다면 디자인 디스트릭트(Design District)로 방향을 잡자. 핀란드 정부에서 지원하는 디자인 특구로, 25개 거리에 약 200여 개의 회원사가 참여한다. 앙증맞은 장식품부터 멋스러운 가방, 실용적인 의자 등 수많은 아이템들이 눈길을 유혹한다. 숍들을 찾기 쉽게 그려 놓은 지도도 있지만, 더 간편한 방법은 디자인 디스트릭트 공식스티커를 찾아 걷는 것이다.

  핀란드 대표 브랜드 제품을 곧바로 보고 싶다면, 에스플라나디 공원(Esplanadi Park) 주변으로 가면 된다. 오묘한 색의 이딸라(Iittala)와 깜찍한 패턴의 마리메꼬, 핀란드 패브릭의 대표주자 핀레이슨의 숍이 있다. 근처에는 일본영화 <카모메 식당>에도 등장한 아카데미아 서점(Akateeminen Kirjakauppa)도 있다. 이 서점은 알바 알토가 설계했으며,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핀란드에서 디자인 제품을 사고 싶은데 가격이 부담스럽다? 그렇다면 곳곳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을 찾아보자. 소박하지만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가장 유명한 벼룩시장은 트램 히에타라덴토리(Hietalahdentori) 정류장 바로 앞에 위치한 바닷가의 ‘히에타라하티마켓(Hietalahden Kirpputori)’이다. 활기 넘치는 핀란드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니, 중고품에 관심이 없더라도 꼭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헬싱키 아트디스트릭트
아트 디스트릭트에 있는 생활용품점
사우나는 신성한 장소

  핀란드 사람들을 사우나를 신성한 장소로 여긴다. 옛날 추운 겨울에는 사우나에서 아이를 낳았을 정도. 가족, 친구와 함께 사우나 미팅을 즐기고 ‘비흐따(Vihta)’라 불리는 자작나무 가지 묶음으로 온몸을 마사지 하듯 두드리며 근심 걱정을 털어낸다. 무려 300만 개가 넘는다는 핀란드의 사우나는 대부분 집, 회사, 호텔, 카페에 있다. 핀란드의회에도 반타국제공항에도, 심지어 버거킹 매장에도 있다. 사우나가 일상인 핀란드에서도 ‘로욜리(Loyly)’는 독특한 공간이다. 해안가에 위치한 나무 건축물 안에 사우나와 바를 함께 갖춘 사우나 콤플렉스다. 뜨끈한 사우나를 마치고 바다를 보며 맥주 한 모금. 이보다 상쾌한 순간이 있을까?

<여행정보>

* 인천에서 핀란드로 가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핀에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헬싱키반타공항까지 매일 직항편이 운행된다. 소요시간은 약 9시간 35분. www.finnair.com/kr/ko

* 헬싱키를 여행할 때는 트램과 지하철을 이용하면 된다. 한 가지 티켓으로 트램, 버스, 지하철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싶다면 1일권, 2일권, 3일권 등 정액 티켓을 사는 것이 더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