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인준 한서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인류는 수많은 자연재해를 극복하고 이를 통해서 과학기술이 조금씩 진보하곤 했다. 인류가 극복해야 할 자연재해에는 크게 태풍, 홍수, 폭설, 가뭄, 해일 및 지진 등으로 나눌 수 가있다. 과학발전으로 인해 대부분의 자연재해는 예보가 가능해지고 있다. 그런데 지진만은 예보가 불가능한 자연재해이며 아마 향후에도 상당기간 예보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지진은 자연재해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재해라고 한다.
수많은 과학자들은 이런 무서운 지진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 밝혀 보려고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던 중 독일의 기상학자 겸 지구물리학자인 베게너(1912년)는 그의 저서 ‘대륙 이동설(판구조론)’에서 ‘아주 오랜 과거에 판게아(Pangea: all lands)라는 거대대륙 또는 거대판으로 함께 붙어있던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아프리카 대륙이 나뉘기 시작하고 이들이 계속 더 작은 대륙들로 쪼개지면서 오늘날의 지구 모습이 되었다’는 엄청난 내용의 대륙이동설을 발표했다([그림 1] 참조). 그러나, 베게너는 거대한 대륙덩어리를 그렇게 멀리까지 이동시킬 수 있는 힘이 과연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었다. 결국 지질학자들의 강력한 반대로 대륙이동설은 묻히고 말았으며, 베게너는 자신의 이론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찾는데 일생을 바치다가 그린란드 탐사를 떠난 지 며칠 되지 않아 동사한 채로 발견되었다. 그 후 수십 년이 지나서 영국의 지질학자 홈스에 의해 맨틀의 대류에 따라 대륙이 이동하게 된다는 맨틀대류설이 발표 되었고 대륙이동설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 대륙이동설에 따르면 판들이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 경계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때 각 판의 경계에서 대규모 충돌에 의해 지진이 발생하게 된다([그림 2] 참조). 이 가설이 지진 발생 원인을 규명하는 이론 중의 하나이다.
또 하나의 지진원인에 대한 학설은 1906년 미국의 지진학자 리드가 제시한 것으로 암석의 탄성 때문에 단층을 따라 암석이 휘어지면서 에너지가 축척되고,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오면서 탄성에너지가 순간적으로 방출되어 지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학설을 탄성반발설이라고 한다([그림 3] 참조). 판의 경계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한반도의 지진의 원인은 단층활동에 의한 것으로써 탄성반발설에 그 원인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다.
우리나라의 지진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리역사에 기록된 유감지진은 약 1,700회 정도 발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특히 심각한 민가의 피해를 준 지진도 과거 2,000년에 약 40회 정도 발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는 평균 50년에 1회 정도 발생한 것이며, [그림 4]로부터 15, 16, 17, 18세기에 지진기록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이 기록을 근간으로 15세기에서 18세기를 제외하고 지진이 한반도에서 없었다고 단정하기에는 힘든 측면이 있다. 그 이유는 그 시대의 역사적 기록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림 5]는 역사지진(AD2~1904)의 진앙분포를 보여주는 과학적으로 의미있는 기록이며 한반도의 활성단층의 위치를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역사에서 최초로 지진기록이 나온 것은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유리왕21년(서기 2년 음력 8월)이다 ([그림 6] 참조). 또한 최초의 지진피해 기록은 백제 온조왕(서기 27년 11월)때 지진에 의해 집이 기울어지고 무너졌다고 나온다 ([그림 7] 참조).
또한 조선시대(1293년~1905년)의 기록들을 검토해보면 약 1000회 이상의 지진기록이 나오며 조선왕조실록의 지진 기록만 정리해도 인조21년, 세종 14년, 숙종 7년, 순조 10년 등 다수이다. 이는 한반도가 역사적으로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증명해주는 기록이며, 이 기록을 통해서 미래 지진재해의 발생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1978년 이후 지진관측 규모 5.0이상의 지진을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표 3> 국가별 지진보험 제도 운영 현황
규모 | 발생연월일 | 진앙발생지역 |
5.8 | 2016.09.12 | 경부경주시 남남서쪽 8Km |
5.3 | 1980.01.08 | 평북 삭주 남남서쪽 20Km |
5.2 | 2004.05.29 | 경북 울진군 동남동쪽 74Km 해역 |
5.2 | 1978.09.16 | 충북 속리산 부근 |
5.1 | 2016.09.12 | 경부경주시 남남서쪽 9Km |
5.1 | 2014.04.01 | 충남 태안군 서북서쪽 100Km |
5.0 | 2016.07.05 | 울산 동구 동쪽 52Km 해역 |
5.0 | 2003.03.30 | 백령도 서남서쪽 88Km 해역 |
5.0 | 1978.10.07 | 홍성군 동쪽 3Km 지역 |
위 표에 정리된 지진 중 1978년 10월 7일 규모 5.0의 홍성지진에 대해서 신문은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피해액이 5억 정도이며 부상 2명과 건물 118여채가 파손되었다고 하며, 특히 조적조, 농촌주택, 토담집에 피해가 집중되었다고 한다 ([그림 8] 참조).
또한 가장 최근에 있었던 규모 5.8 경주지진에 대해서 지금까지 보고된 바를 정리하면서 국내 지진의 전망을 하고자 한다. 이번 경주지진은 규모 5.8에 비해 진앙에 가까운 지역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미미했던 것은 지진의 지속시간이 약 7초로 짧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피해가 큰 일본지진은 지속시간이 짧게는 20초에서 길게는 170초 정도로 이번 경주지진의 지속시간과 비교해 볼 때, 지진의 에너지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이전에 끝난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경주지진의 피해 현장을 분석해보면 토석담 전도파괴, 조적조 난간 전도 파괴, 기와지붕 탈락 등 (그림 9 참조)으로 전통적인 지진파괴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반도의 역사지진에 대한 기록 및 최근의 지진의 강도와 빈도 등이 모두 향후에 경주지진이상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는 것 같다. 다수의 지진전문가들은 이번 경주지진으로부터 내진설계의 중요성을 깨우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국가는 단기적으로 학교, 보건소, 군부대 막사 등 지진에 취약한 시설물들에 대해서 예산을 편성해서 내진보강을 시급하게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한반도 활성단층 조사를 수행하고 그 자료를 토대로 정밀 지진재해도를 완성해야 한다. 이런 과학적인 자료를 토대로 국토발전 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지진 시 원자력발전소 및 중저준위 방사능폐기물 매립장 등의 안전문제를 위해서도 이 분야 연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다음은 지진전문가 양성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경주지진이 발생하자 많은 국민들은 지진규모를 실시간으로 알려주지 못하는 관계 당국에 대해 비난이 있었다. 이런 불만의 해결은 짧은 시간내에 불가능하다. 향후 지진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사회・경제적 관심이 부과되고 그에 따른 전문가가 양성되어야 한다. 예측 불가능한 지진에 대한 공포는 부단한 지진대비 훈련, 관련 내진전문가 양성 및 시설물 내진설계 등으로 충분히 줄여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끝으로 자연재해 중 특히 지진에 관해 한국화재보험협회에서도 계속적인 관심과 관련 연구를 해주길 당부한다.
이런 다양하고도 빈틈없는 대비를 통해서 향후에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