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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복합재난의 특징과 위험성 평가 연구 동향

이승수 충북대학교 토목공학부 교수

1. 머리말


최근 국내외에 발생하고 있는 재난은 대규모와 광역화라는 특징을 갖 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02년과 2003년에 걸쳐 국내에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야기한 태풍 루사와 매미, 2012년 구미의 불산 누출 사고의 경우 등이 이러한 특징을 나타낸 바 있으며, 국외의 경우 1999년 2005년 미국의 허리케 인 카트리나, 2011년 일본의 동일본 지진과 지진해일, 2012년 터키의 지진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태풍 매미로 인해 부산항의 하역 능력 15% 감소로 인한 수·출입 물류 운송 지연의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였으며, 부산항의 안정성에 대한 국제 물류업계의 불안 감이 높아짐에 따라 수·출입 물량 감소와 동북아 물류 중심화 전략의 차질에 따른 장기적인 손 실을 유발하였다. 또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하여 기간시설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사용되 는 석유의 약 19%를 차지하고 있는 정재소의 가동을 중단하여 국가 전체의 경제적 손실을 유발 하였다. 또한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동일본 지진해일에 의한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 및 그에 따른 환경오염, 주민 피해에 대해 지금까지도 그 피해규모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그림1] 참조).

대형화 및 광역화 이외에 이러한 재난의 공통적 특징은 발생, 전개과정 및 결과가 복합적이라 는 점이며, 재난의 거대화, 복합화, 네트워크화는 경제적 피해와 사회적 혼란은 물론 국가적 위 기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추세는 국내뿐만 아니라 재난관리의 선진기술을 보유하고 있 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 ‘대형복합재난’으로 인한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 뿐만 아니라 국가 기본 기능의 마비를 경험하고 있다.

| 그림 1 | 태풍 매미(MAEMI)에 의한 부산항 피해 (좌)와 동일본 지진해일에 의한 후쿠시마 원전 피해 (우)

이러한 최근 재난의 대형화 및 복합화는 최근 국내 재난 환경의 변화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 고 있다. 먼저 사회 구성원의 고령화, 다문화 가정의 증가 및 세대 간 괴리의 심화로 위험회피능력이나 관리능력이 저하되고 있으며, 기간시설이나 건축물이 거대화됨에 따라 대규모 재난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도시화와 과밀화, 기반시설의 집적화 등으로 재난의 전파 경로가 매우 복합적이며 광범위하다. 아울러 태풍이나 집중호우 등 자연재난의 강도가 기후변화 등의 원인으로 인하여 증가하고 있으며, 테러나 산업재해 등의 발생 가능성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현 재난관리는 단일재난의 유형별로 관리되고 있으며, 이러한 관리체계는 복합재난을 대응하고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자연재난과 사회적재난의 관리·평가 체계 분리되어 운영되기 때문이며, 복합재난과 같이 연쇄적인 재난 위험가능성의 종합적 평가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재난의 대형·복합화라는 관점에서 위험성 평가기법에 대하여 논함으로 써 향후 재난관리체계의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대형복합재난 위험성 평가 동향


가. 국내 재난 관리 동향
우리나라는 국가재난관리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하여 2004년도에 소방방재청을 신설 하고 ‘재난’과 ‘재해’로 이원화된 개념을 ‘재난’으로 통합·일원화 하는 한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2004년 3월 11일 제정·공포하였다. 동법 제3조에 의하면 재난은 자연재난 및 사회재난 으로 대별하고 있으며, 자연재난은 태풍, 홍수, 호우(豪雨), 강풍, 풍랑, 해일(海溢), 대설, 낙뢰, 가뭄, 지진, 황사(黃砂), 조류(藻類) 대발생, 조수(潮水), 화산활동, 그밖에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 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 등 재난으로 세분화하였고, 사회재난은 화재·붕괴·폭발·교통사 고(항공사고 및 해상사고를 포함)·화생방사고·환경오염사고·에너지·통신·교통·금융· 의료·수도 등 국가기반체계의 마비, 감염병 또는 가축전염병의 확산 등 재난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71조의2’에 의거 재난 및 안전관리에 관한 과학기술 진 흥을 위해 “재난 및 안전관리기술개발 종합계획”을 매 5년마다 수립하고 있는데, [제2차 재난 및 안전관리기술개발 종합계획(2013~2017)]에서 언급하고 있는 재난재해 및 안전사고 분류 및 정의에 따르면 자연재해는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폭풍해일, 지진해일, 조수, 대설, 낙뢰, 가뭄, 지진, 황사, 적조, 우박, 폭염, 한파, 산사태/급경사지 붕괴, 화산폭발, 우주재해 등 20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고, 인적 사회재난은 감염병 유행, 가축전염병 유행, 폭발사고, 가스사고, 화생방사고, 교통사고, 건축물붕괴, 에너지 기반시설 파과, 정보통신시설 파괴, 교통수송 기반 시설 파괴, 보건의료시설 파괴, 폐기물처리시설 파괴, 용수 기반시설 파괴, 화재, 산불, 환경오 염사고, 사이버테러 등 17개 유형으로 분류하는 등, 총 37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어 재난의 유 형을 좀 더 세분화하여 분류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들 재난의 발생 원인이 되는 물리적 환경과 원인은 [그림2]와 같이 도출할 수 있다.

| 그림 2 | 재난유형분류와 원인관계

나. 대형복합재난의 정의
대형복합재난의 정의는 학계에서도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대형복합재난은 1차의 단일재난으로 인해 2차, 3차의 재난이 동시다발적·연쇄적으로 발생하여, 인적·물적 피해는 발생시키는 재난’을 의미하는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

특히 자연재난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술재난을 자연·기술 복합재난 (natural disaster triggered technological disaster, Natech)이라고 하는데, 재난관리의 측면에서 자연재난으로 인해 유발 된 사회적·기술적 재난은 책임소재가 불분명하여, 피해 발생 시 피해 발생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특징이 있다(오윤경, 2013). 한편 Salzano 외(2013)은 자연·기술 복합재난의 발 생에 대한 인과관계에 따라 Natech 재난을 분류하여 정의하였다. 즉, 산업사고 발생으로 이어 지는 자연재난(환경오염 등)과는 다른 개념으로 자연재난의 발생으로 기술재난이 유발될 경우를 Natech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Cruz 외 (2006)은 이보다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 Natech를 정의 하였는데, 이는 자연재난(태풍 홍수 등)으로 인한 산업사고와 그로 인한 자연재난(오염 등)까지 도 포함하는 것이며, 이와 같은 포괄적 정의에서의 가장 큰 특징은 각 시스템 간 상호의존성과 연쇄효과이다([그림3] 참조).

다. 대형복합재난의 특징
대형복합재난의 최초 발생 원인은 자연적 원인 또는 사회적 원인일 수 있으며, 또는 동시에 발 생할 수 도 있다. 이후 전개 양상에 따라 병렬구조의 다발형, 직렬구조의 연속형 및 복합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그림 4] 참조).

| 그림 3 | Natech재난의 개념 (오윤경, 2013)

| 그림 4 | 복합재난 전개양상에 따른 유형분류 (남기훈, 2014)

3. 대형복합재난의 위험성 평가


가. 재난의 위험성 평가
위험성평가(risk assessment)란 사고로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과 사고로부터 나타날 수 있 는 피해정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피해는 직접피해와 간접피해를 포함한 재산피해 및 인명피 해를 정성적 또는 정량적으로 구하게 되는데 위해파악(hazard identification), 취약성평가 (vulnerability assessment), 영향분석(impact analysis)과 같이 3단계로 나누어 진행하게 된다 ([그림 5] 참조).

잠재적 위해(hazard potential)의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는 발생빈도, 피해규모 및 발생장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전개된다. 태풍 매미를 예로 들면, 여수산업단지를 통과하여 내습할 것이란 예보와 함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주요한 위해요인은 강풍과 폭풍해일에 의한 다양한 자산의 피 해를 떠올릴 것이다. 그중 위험평가에 있어서 가장 시급하게 대두될 시나리오는 근로자들의 안 전에 대한 위험평가가 첫 번째 우선순위로 실행되어 이에 대한 비상계획이 우선 수립되어져야 할 것이다. 물리적인 자산인 건물, 정보자산, 유틸리티 시스템, 생산기계설비, 원재료, 재고완성 품 등에 대한 종합적인 위험평가가 이루어져 피해를 저감할 수 있는 비상계획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환경영향에 대한 평가는 물론, 관련 고객과의 영향이라든지 주변 커뮤니티나 이해 당사자들에 대한 사고에 대한 광범위한 영향평가도 고려되어져야 할 것이다.

| 그림 5 | 위험평가 절차 (Risk Assessment Process) 다이어그램. (출처 : FEMA)


이러한 위험평가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자산들의 잠재적 위해로부터 피해의 민감성을 평가하 기 위해 취약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취약도는 건축물의 결함, 절차 체계, 보안, 방어체계 및 손실방지프로그램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재난사고 발생 시 피해의 심각성을 평가하 는데 기여한다. 예를 들어, 건축물에 방화구획이 설치되고, 적절한 자동화 소화설비가 설계되어 져 설치되고 유지관리 된다면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일부 제한적인 손실에 그치지만, 그렇지 않 을 경우 건축물이 완전히 전소되고 말 것이다. 이렇듯 재난저감 시설의 투자는 위해발생에 따른 영향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만약에 위험평가를 통한 심각한 영향을 사전 에 알 수 있다면, 우선적으로 재난저감 전략을 수립하여 재난발생에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국내의 자연재난에 대한 재난관리는 풍수해, 설해, 낙뢰, 가뭄, 화산 등 단일요인에 대해서만 대비·대응·복구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으며, 이러한 자연재난은 단기적으로 종결된다. 하지만 모든 자연재난은 자연재난만으로 그치지 않고, 자연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또다른 재난의 위해요 인이 되어 복합적인 재난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재난을 효과적이고 합 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단일요인에 아닌 포괄적인 개념으로 자연재난과 그에 의해 파생될 기술재난까지 포함하여야한다. 기존의 단일요인에 대한 관리체계는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재난 을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나. 대형복합재난의 위험성 평가
대형복합재난에 대한 위험성평가기법에 대한 국내연구로는 국내에서 주로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는 태풍과 호우로 인해 발생하는 복합재난에 대해 베이지안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복합재난의 모형을 구축하고, 1차 재난인 태풍, 호우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산사태, 침수, 급류 등과 같은 2 차 재난을 독립변수로 선정하여, 이들 재난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난 및 피해의 크기 종속변수로 하여 복합재난의 베이지안 네트워크 모형을 구축한 사례(2014, 남기열)가 있을 뿐 아직까지 연 구가 미미한 실정이어서 대형복합재난 위험성평가 기법과 절차 체계의 마련에 대한 연구개발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최근 국민안전처는 국내 대형복합재난에 대한 효 과적 대응방안 수립과 재난관리체계 구축을 위하여 연구개발을 수행 중에 있다.

4. 맺는말


최근 재난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 강도나 발생 불확실성 증가의 고령화, 도시화, 집 적화 등으로 인한 재난 환경 변화에 의해 대형 복합 재난의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지금 까지의 국내 재난관리는 자연재난이나 사회적재난을 개별 원인별로 구분하여 관리하고 대처하 고 있고, 최근의 복합적 재난 발생 및 전개과정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재난관리의 출발은 위험을 인지하고, 계량화함으로써 효과적인 피해저감 대책 및 대응방안을 도출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따라서 최근 대형복합화의 경향을 나타내고 있는 재난에 대하여 위해가능성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위험성 평가 기술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참고문헌 >>

1. 국가태풍센터, http://typ.kma.go.kr/index.jsp
2. FEMA, http://www.fema.gov/
3.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제2차 재난 및 안전관리기술개발 종합계획, 국가과학기술심의회, 2013.
4. 국가법령정보센터, 법제처,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2015.07.
5. 남기훈, 베이지안 네트워크를 이용한 복합재난 위험성 평가에 관한 연구, 박사학위, 인제대학교, 2014.
6. 오윤경, Natech재난관리방안 연구, 한국행정연구원, 2013.
7. Cruz, M. A., Steinberg, J. L., & Vetere-Arellano, L. A., Emerging Issues for Natech Disaster Risk Management in Europe. Journal of Risk Research. 9(5): 483-501, 2006.
8. Dean A, Jones, Mark A. Turnquist, Linda K, Nozick, Simulation of Imperfect Information in Vulnerability Modeling for Infrastructure Facilities, Proc. of 2005 Salzono, E., Basco, A., Busini, V., Cozzani, V., Marzo, E., Rota, R. & Spadoni, G. Public awareness promoting new or emerging risks:I ndustrial accidents triggered by natural hazards(NaTech). Journal of Risk Research, 1-17,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