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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이해

콜롬보, 스리랑카 2002년 이상엽 니콘 F2a 180mm ED

좋은 사진이란

글∙사진 이상엽 다큐멘터리사진가


이 사진은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의 거리에서 촬영한 것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스리랑카는 남방 상좌부 불교의 고향 같은 곳이다. 인도에서는 사라진 불교가 바로 옆 섬나라에서는 가장 융성했으니 그 불심은 수천 년을 내려 온 것이기도 하다. 오랜 내전을 겪은 스리랑카이니 거리에 걸인이 많다 한들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닐 것 이다. 우리와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구걸하는 이도 당당하고, 적선하는 이도 일상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오랜 윤회 과정에서 이번 세상에는 조금 어려웠지만 다음 인생을 누가 알겠는가? 그래서 구걸하는 이는 당당하게 구걸을 하고 적선하는 이는 조금이라도 공덕을 쌓기 위해 작은 돈이라도 거절하는 법이 없다.

사진은 인생이다


세상 어느 곳에서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걸인을 찍는 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망원렌즈를 이용해 멀찍이 떨어져 이미지를 도둑질(?)하면 그만이겠지만, 이도 사진을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재미없는 일이다. 그럼 가까이 다가가“당신 사진 찍어도 되는가?”를 물었을때 퇴짜를 맞을 가능성은 거의 90%에 가깝다. 따라서 사진가도 적선을 먼저 하면 된다. 나 역시 버스 터미널 근처에서 구걸을 하는 여러 걸인 중 한 아주머니를 내심 마음에 찍고는 거금 1달러를 넣었다. 역시 놀라는 눈치. 그리고는 한번 웃는다. 여기까지 된 것이다. 눈이 마주쳤으니 사진 찍히는 것을 거부하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서남아시아의 걸인을 찍은 무수한 이미지들은 우리 뇌리에 깊숙이 박여있다. 초라한 몰골과 옷차림.그 앞의 동전들. 좀 더 그럴 듯하면 품에 안긴 아이들.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사진을 찍는 사진가의 구상은 눈을 통해 들어온 시각 정보를 분석하고, 재해석해서 다시 뇌가 카메라의 뷰 파인더를 보고 있는 시각에 전달,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사진이 완성된다. 꽤 복잡해 보이지만 훈련된 사진가들은 순식간에도 해치울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독자들이 보고 있는 사진에는 인물들의 얼굴이 없다. 구걸을 하는 사람도 적선을 하고 있는 사람도 얼굴표정은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두개의 손이 있다. 벌려진 구걸하는 손과 그림자로만 표현된 적선하는 손이다. 이 사진은 극도로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 안에는 분석할 텍스트가 담겨있다. 먼저 구걸하는 손은 거칠고 노동에 찌들었으며, 늙어버린 손이다. 적선하는 그림자 손의 주인은 깨끗하고 고급스런 사리(인도 옷)를 입었다. 나는 스스로 찍은 사진이지만 곰곰이 구걸하는 손을 들여다보며‘이 손의 주인공이었던 그 아줌마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까?’하며 손금을 들여다보았다. 아마도 이 사진을 본 손금쟁이는 그 것을 통해 아줌마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다.

손에도 표정이 있다


사진을 보는 독자들이나 무수한 사진을 찍고 그 중 한장을 고르게 되는 사진가들이나 좋은 사진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 다르지 않다. 뭐가 잘 표현되었는지 설명할 수 없지만 좋은 사진이라는 느낌이 오는 것들이 있다. 이는 인간이 오랫동안 진화하는 과정에서 익혀온 이미지에 대한 판단이다. 편안하다, 아름답다 등등의 느낌은 바로 사진이 가장 단순했을 때 좀 더 빠르게 파악된다. 복잡하게 구성된 사진은 의도를 파악하는데도 오래 걸린다. 즉각적이고 감성적인 판단보다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판단이 필요하게 때문에 좋은 사진이라고 선택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진은 대부분 별 볼일 없는 사진들이다. 즉 사진을 찍는 사진가는 현장에서 복잡하게 구성된 이미지들을 과감하게 쳐내고 자신의 카메라 프레임 안에서는 단순하게 배치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단순함이 별 볼일 없고, 무의미한 이미지를 채워내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우리는 오늘도 수천 장의 사진 이미지를 보며 살고 있다. 그 사진들은 독자의 시선을 단 몇 초라도 붙잡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이미지들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좋은 사진을 골라내기 위한 이미지 읽기 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교육에서 사진을 따로 가르치지 않는다. 미술 교육은 사진을 방치하고 있다. 그나마 대형 사진전이 열리면서 겨우 현대사진의 아버지라 불릴 앙리 까르띠에-브레송 정도를 알고 있다. 일 국민 일 디카 세상이 멀지 않은 요즘, 다시 한번 사진 교육이 아쉬운 때이다.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꼭 사진 공부에 필요한 책 몇 권을 소개한다. 모든 장르에서 역사가 중요하듯, 모마(MOMA,미국현대미술관)의 사진부장을 지낸 뷰먼트 뉴홀의 역작<사진의 역사>(열화당)는 사진의 출현에서부터 현대사진에 이르는 장대한 이미지의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쓰고 있다. 또한 사진의 실기와 이론을 위해 <사진>(타임스페이스), <포토저널리즘>(청어람미디어)를 추천한다. 디지털 세대를 위해 새롭게 내용이 추가된 명저들이다.

스리랑카 골 서양식 시계탑
스리랑카 골 죽마 탄 어부
스리랑카 골 포르투기스 성벽


여행할 때 쓸만한 A4 한 장짜리 사진 촬영 매뉴얼


1. 조리개
조리개는 렌즈 안에 붙어있는 빛을 조절하는 기구이다. 보통 수치적으로 f2.8~22까지 수자로 적혀있습니다. 숫자가 작을수록 구멍이 커서 빛을 많이 받아들이고 숫자가 클수록 구멍이 작아져 빛을 적게 받아들인다. 조리개는 빛의 양을 조절할 뿐만이 아니라 심도를 나타낸다. 조리개를 조이면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 곳까지 모두 초점이 맞고, 조리개를 열면 초점이 맞은 곳만 선명하게 나타난다.

2. 셔터 스피드
셔터 스피드는 카메라의 셔터막의 움직임을 통해 빛을 조절하는 기구이다.보통 1초~1/2000초까지 나타낸다. 1초와 같이 느린 셔터 스피드에서는 많은 빛이 들어오고, 1/2000초와 같이 빠른 셔터 스피드에서는 빛이 적게 들어온다. 셔터 스피드는 빛의 양을 조절할 뿐만이 아니라 피사체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역할을 한다. 느린 셔터 스피드에서는 움직이는 피사체가 흘러가듯 나타난다. 빠른 셔터 스피드에서는 고속으로 움직이는 피사체라 해도 순간적으로 고정시킨다.

3. 렌즈
다양한 피사체를 촬영하기 위해서는 역시 다양한 렌즈가 사용된다. 35mm 카메라에서는 50mm 렌즈가 표준이다. 왜곡 없이 표현하는 렌즈이다. 50mm 이하 렌즈는 광각이라고 한다. 보통 20mm~35mm 렌즈를 가리킨다. 광각렌즈는 넓게 표현 할 뿐만 아니라 같은 조리개 수치라도 심도가 깊은 특성을 갖는다. 풍경이나 좁은 공간에서 넓게 표현하려 할 때 사용된다. 망원은 85mm~200mm 이상을 이야기한다. 광각과 달리 원근감이 없어지고 공간은 압축되어 보인다. 멀리 있는 것이 가깝게 보인다. 주로 인물사진이나 스포츠 사진 등에서 사용된다.

4. 구도
사진의 구도는 다양하지만 안정된 느낌을 주는 2:3비율을 사용한다. 흔히 황금비라 불리는 구도의 기법이다. 찍고자 하는 피사체를 정중앙에 두거나 좌우 귀퉁이로 몰면 어색해 보인다.

5. 앵글
하이 앵글과 로우 앵글이 있다. 하이앵글은 눈높이 보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향해 찍는 것으로, 보다 객관적인 느낌을 주며 관찰자의 입장이 된다. 로우 앵글은 눈높이 보다 아래에서 위를 향해 찍은 것으로, 주관적인 느낌을 주며 피사체가 상당히 권위적인 느낌을 갖게 된다.

6. 디지털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 시는 늘 파인모드(가장 높은 해상도)로 촬영해야, 여러 가지 쓰임새에 서 유리하다. 또한 필름 카메라보다 심도가 깊으니 인물 촬영 시는 조리개를 최대로 개방해야 한다. 단 똑딱이 디지털은 조리개 조절이 불가능하니 망원으로 촬영해야 한다. 또한 어두운 곳에서는 손 떨림에 주의해야 한다.

7. 파일 관리
필름으로 촬영 시 꼭 슬라이드는 마운트 해서 보관하고, 네거티브(칼라, 흑백) 촬영 시는 밀착을 해 두어야 한다. 마음에 드는 것은 8×10inch 확대 사이즈로 인화해 파일북에 보관하면 좋다. 디지털은 각자 편한 대로 폴더를 만들어 정리하면 되지만, 필름과 마찬가지로 마음에 드는 것은 꼭 인화를 해서 보관한다. 디지털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8. 참고서적
「사진」(바바라 런던&존 업턴 지음, 미진사 또는 타임스페이스) : 사진의 기본적인 소양을 닦을 수 있는 교과서
「사진의 역사」(뷰먼트 뉴홀 지음, 열화당) : 가장 정리가 잘된 사진사
「포토저널리즘」(케네스 코브레 지음, 청어람미디어) : 가장 쉽고 재미있는 사진 교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