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정보

방재 관련 기술정보를 전해드립니다.

목재용 도료의 자연발화 위험성


이승훈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화재폭발조사팀

1. 사례

2015. 10. X. 서울의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고급빌라 주차장에서 원인미상의 화재가 발생하였다. 당시 주차장에는 빌라 마당에 목재 덱(deck)을 깔기 위해 쌓아둔 목재와 공사 과정 중에 발생한 폐기물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소규모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이 화재는 인부가 07:00경 출근하여 발견하고는 진화하였다. 피해 자들은 경찰에 신고를 하였고, 다시 공사를 재개하였으며, 18:00경 당일 아침 발견된 화재의 잔해와 작업 시 발생한 또 다른 작업 폐기물들을 다시 모아 쌓아두고는 퇴근하였다. 그 익일 피해자들은 04:00경 새벽에 타 는 냄새를 맡고 잠을 깨어 확인해 보니 폐기물들이 쌓여 있는 곳에서 타오르고 있는 화염을 발견하였다. 피해 자들은 불이 날만한 시설이 전혀 없는 곳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며 방화사건이라는 것을 거의 확신하고 있었 다. 또 경찰에 신고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화재사건이 하루 만에 또 재발하였다는 것에 대하여 불만이 컸다. 두 개의 사건 모두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피해자들은 연쇄방화의 타깃이 되었다는 점에서 공포에 떨어야 했 다. 경찰들이 현장을 조사하였지만 피해자들과 공사관계자들의 진술처럼 불이 난 곳에는 화재를 일으킬 만한 시설이나 기구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에서도 현장잠복 근무 등 방화사건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사이 18:00경 작업 인부들이 퇴근하였고, 23:00경 빌라의 담벼락에 폐기물이 담긴 자루에서 또 원인미상의 화재 가 발생하였다. 화재는 3일 동안 총 3회에 걸쳐 발생한 것이다.

가. 목재용 도료의 성분과 자연발화 위험성
당시 인부들은 Deck를 만들 원목에 Oil Resin Paint 라는 도료를 칠하고는 많은 양이 칠해지거나 고여 있 는 부분에서 얼룩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 걸레로 닦는 작업도 하였다. 필자가 확인하였을 때 사용된 도료 의 용기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헝겊 등에 흡수되었을 때 자연발화의 위험성이 있다"는 경고 문구가 적혀 있 었으나 사용자들은 주의사항을 읽어본 적이 없으며, 그 위험성에 대하여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심지어는 오히려 그 가능성을 부인하는 상태였다. 실제 사용자들이 그 위험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자연발화 현상은 매우 다양한 환경적 요소들에 의해서 민감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의도된 화재실험을 한다고 하여도 좀처럼 화염 연소를 일으키기 어렵다고 생각할 만큼 이러한 화재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드물게 발생하는 현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 다. 그러나 위 사례의 경우 작업을 진행하는 3일 동안 3회의 자연발화로 의심되는 화재가 발생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헝겊 폐기물을 방치할 때마다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기존의 드물게 발생한다는 통념을 뛰어넘는 특 이한 사례인 것이다.

작업에 사용된 목재용 도료의 MSDS의 성분 및 함량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표 1 > 사용 도료 MSDS의 구성 성분 및 함량

성분 중 주목해야 할 것은 아마인유(Linseed oil)가 21~30% 가량 함유되어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아마 인유의 자연발화 위험성에 대하여 화재의 위험성 있다는 점 외에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하여는 잘 알려져 있 지 않다. 또 이러한 물질을 취급하는 산업분야에서도 단순히 자연발화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뿐 위험의 정도 에 대하여는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그러한 유형의 화재를 경험한 사람들 외에는 위험정도를 예 측하기 어렵다. 다시 말하자면 사용자들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 부족과 필요한 안전조치가 간과될 수 있다. 다 음 <표 2>는 자연발화성 유지류의 발화 조건과 화재 위험성에 대한 자료1) 이다.

<표 2> Danger and conditions of oil

<표 2>에서 살펴보면 여러 자연발화성 물질 중에서도 유일하게 "극도의 위험성(Extremely dangerous)"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매우 위험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우선 작업자들에 의해 기름걸레가 방치되는 과정을 확인하였다. 작업자들은 목재에 칠한 도료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면직류의 걸레로 흡수하였으며, 걸레가 젖으면 방치하였다가 마르면 다시 이 걸레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수회에 걸쳐서 사용하였다고 한다.


1) NFPA Handbook Nineteenth Edition


3. 자연발화 실험

작업에 사용된 목재용 도료를 다양한 조건으로 방치해 두었으며, 시간에 따른 변화를 관찰하였다. 실험은 다음의 총9세트의 실험을 실시하였으며 3-B, 3-C 이 2개의 세트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관찰되었으며 그 외 세트에서는 변화를 특이할 만한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가. 실험방법
  • 1-A. 헝겊 더미 도료를 적시고 분무기로 수분을 첨가하여 방치
  • 1-B. 헝겊 더미에 도료를 적시고 신문지를 포함하여 방치
  • 1-C. 헝겊 더미에 도료를 적시고 방치
  • 2-A. 헝겊 더미에 도료를 적시고 분무기로 수분을 첨가하여 자루에 담아 방치
  • 2-B. 헝겊 더미에 도료를 적시고 신문지와 섞어 자루에 담아 방치
  • 2-C. 헝겊 더미에 도료를 적시고 자루에 담아 방치
  • 3-A. 헝겊 더미를 양철통에 신문지와 섞어 담아 방치
  • 3-B. 헝겊더미를 도료에 적시고 건조하여 신문지와 섞어 개방된 종이 상자에 담아 방치
  • 3-C. 헝겊더미를 도료에 적시고 건조를 3회 반복하여 자루에 담아 방치
실험세트의 헝겊의 더미는 모두 약 40cm 직경의 반구형으로 모아 둔 상태이다. 헝겊에 도료를 흡착시킬 때에는 완전히 적신 후 손으로 비틀어 짜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온도는 각실험 세트의 헝겊 더미의 중심부와 외부표면, 대기의 온도를 측정하며 관찰하였다.

실험 1과 2는 자루에 담은 것과 자루에 담지 않은 것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1과 2의 실험을 구분하였으며, 각 실험의 A,B,C 조는 반응에 있어서 수분과 신문지가 어떠한 영향을 보이는지 그것을 포함하지 않은 C와 다른 점을 확인하기 위하여 실시하였다.

실험 3-B는 건조된 상태와 적셔진 상태로 방치하였을 때 반응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실시한 것이며, 3-C는 작업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현장의 상태를 재현한 것이다. 작업자들은 “목재에 도료를 처리한 후 헝겊 으로 닦아 내었으며, 헝겊이 완전히 축축해 질 때까지 사용하였고, 다시 이것이 건조되면 재차 사용하였다는 진술로 3-C는 한번 완전히 적신 헝겊을 다시 선풍기로 건조시켜 재차 적시고 건조하는 방법으로 3회를 실시 한 후 건조된 상태로 자루에 담아 방치하였다.

나. 실험 결과(반응 및 온도 상승)
총 9개의 실험 세트 중 실험 3-B와 3-C를 제외한 7세트에서는 주목할 만한 온도 상승 및 반응이 관찰되지 않았다.

  • 1) 3-B 실험
    실험 3-B는 설치 이후 주목할 만한 온도 변화 없이 장시간 동안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약 19시간이 경과한 후 포함되어 있던 신문지가 제거되었다. 이 과정에서 세트가 잠시 분해되면서 냉각되었다가 20시간이 경과하면서 급격하게 온도가 상승하면서 약 30분 만에 90℃까지 상승하는 폭주 반응이 관찰되었다. 이후 온도는 서서히 냉각되어 실험을 종료하였다. 외부에서 관찰하였을 때 더미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관찰되었으나 내부를 확인하였을 때 전반적으로 변색이 되었을 뿐 검게 탄화되거나 훈소가 시작된부위는 발견되지 않는다. 더미에서 신문지가 제거된 이후 폭주반응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 신문지가 포함되었을 때 축열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1] 3-B의 온도변화 곡선 [Y축 = 온도(℃) , X = 시간(분)]

  • 2) 3-C 실험
    실험 3-C은 실험 시작 후 6.25 시간 이후 반응을 시작하여 대기온도 이상으로 상승하기 시작하였고, 22시간 이후 실험을 마감할때까지 상승률의 큰 변화 없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91도까지 상승하였다. 실험 중 더미 내부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약13시간 후 더미에 흡습되어 있던 도료의 증기가 외부로 확산되었으며, 약 20시간 후 연기가 확산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21시간 이후 내부의 훈소가 더미의 외부까지 전파되어 훈소가 외부에서도 관찰되었다. 훈소 부위에 몇 번의 부채질로 산소를 공급하지 곧 바로 화염연소를 시작하며 더미 전체에 화염이 확산되었다.
    [그림 1] 3-B의 온도변화 곡선 [Y축 = 온도(℃) , X = 시간(분)]

    [그림 3] 훈소상태
    [그림 4] 훈소에서 화환염
    [그림 5] 소화 후 절개 상황

4. 실험 결과에 대한 분석


가. 자연발화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
일반적으로 자연발화현상은 5가지 요소인 반응면적, 주변온도, 축열조건, 반응물질의 질량, 산소에 의해서 발화여부가 결정된다. 실험결과를 근거로 실험세트에 주어진 위 요소들을 고려하여 보았을 때 다음과 같은분석이 가능하였다.

1) 실험에서는 적셔진 상태와 건조된 상태의 헝겊을 관찰하였다. 적셔진 상태에서 비틀어 짠 실험은 실험 기간 동안 주목할 만한 반응이 관찰되지 않은 반면 선풍기를 이용해 건조시킨 실험세트는 폭주반응이 관찰되 거나 훈소에 이어 화염전환까지 관찰(3-C)할 수 있었다. 비틀어 짠 시료들은 실험 시작 당시 축축한 상태였 다. 더미 내에서 반응이 발생한다고 하여도 대부분 용제의 증발잠열로 상쇄되어 특이할 만한 온도변화가 관 찰되지 않았던 것으로 사료된다. 화재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축열조건과 더불어 물질의 상변화에 따른 잠열손 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반응이 관찰되지 않았던 실험 세트는 실험을 종료하는 시점에서도 여전히 축축 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만일 지속적으로 관찰하였다면 반응에 의한 온도상승 및 폭주반응 등을 관찰할 수 있 을 것으로 예상되나 추가적으로 건조에 요구되는 시간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2) 실험 3-B는 반응시작까지 약 20시간이 소요되었으나 시작 후 30분 만에 90도까지 상승할 만큼 급격한 폭주반응을 보였는데 이후 외부 조건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점차적으로 온도가 낮아지는 것이 관찰되었다. 외부 조건의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더미내의 반응물 즉 자연발화성 물질이 소진되어 반응이 멈춘 것으로 판단된다.

3) 3-C 세트는 현장 작업자들의 상황과 근접한 묘사를 위해 페인트를 적시고 건조시키는 과정을 3회 반복한 재료이다. 흡습과 건조가 반복되면서 헝겊에 흡착된 아마인유는 더욱 농도가 높아졌다. 3-B에 비하여 3-C는 더욱 빠른 시간 내에 반응을 개시하고 지속적으로 온도가 상승하여 화염연소에 이르렀다. 이점을 근거로 고려해 볼 때 아마인유의 농도가 높을수록 반응의 개시에 소요되는 시간이 짧으며 화재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4) 3-C의 실험은 21시간 후 외형적인 모습과 연기의 취향을 통해서 증기와 구분할 수 있는 연기가 관찰되면서 중심부에서 탄화가 진행되고 있었음을 외부에서도 알 수 있었다. 내부의 탄화가 점차 범위를 확대하다가 더미의 외곽까지 전달되었을 때 비로소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게 되어 화염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 자연발화의 감식 및 재현실험에 대한 제언
자연발화에 의한 화재사례는 최근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에도 현대와 마찬가지로 자연발화성 위험물질이 사용되었지만 발화원인으로서 판단되지 못했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는 실제로 화재에 의해서 자연발화현상을 의심할만한 증거들이 파괴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화재조사관이 자연발화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수도 있다. 실험을 통하여 외부화염에 의해 착화된 경우에 구별할 수 있는 독특한 특징 2가지에 대하여 발견할 수 있었다.

3-C의 외부의 화염을 소화 후 절개하여 내부를 살펴보았을 때 외부에 비하여 중심부의 탄화정도가 심하게 관찰되며 더미의 화염연소하지 않은 부분도 탄화되고 변색되어 있다. 이는 외부에서 더미에 불을 붙여 연소하였을 때와는 구별되는 특징으로 추후에도 자연발화에 의한 화재를 구분해 낼 수 있는 독특한 흔적으로 가치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나화에 의해서 착화된다는 것은 더미의 표면에서 점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라이터 등 나화에 의해서 헝겊더미가 착화되었을 때를 고려해 보자 이것은 인접착화방식으로 연소부위를 확대시켜가기 때문에 점화된 지점과 그 직근은 가장 열변형이 심하게 될 것이며, 그 외 점화지점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열변형정도가 약할 것이다. 또 이 열변형 정도를 구분하여 그래프로 나타낸다면 기울기는 짧은 거리 내에서 경사가 심하게 표현될 수 있을 만큼 열변형 된 곳과 그러지 않은 곳은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에 반하여 자연발화에 의한 현상은 반응물이 존재하는 대부분의 지점에서 열이 발생하는 것이며, 특히 비교적 축열조건이 좋은 중심부에서 더욱 높은 열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나화 등에 의한 외부착화와 구분할 수 있는 자연발화의 화재패턴적 특징은 ‘1. 더미의 외부에 비하여 내부의 탄화정도가 심하게 식별된다.’, ‘2. 화염에 의해 소실된 부분 외에도 전반적으로 화염전파와 무관한 자기 발열에 의한 변색 등 열변형 흔적이 관찰된다.’는 특징이 될 수 있으며 이것은 나화에 의한 더미의 점화의 경우 나타날 수 없는 특징으로 자연발화 사례에 있어서 중요한 감식요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5. 맺음말


소개된 사례는 목재용 도료의 자연발화의 위험성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이것을 취급하는 작업자들 조차도 위험성을 전혀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실제로 명확한 판단은 어렵더라도 물질의 자연발화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작업장 화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관련 산업분야에서는 제조물 용기에 가시성이 더욱 좋은 글꼴이나 크기로 위험성 홍보에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것으로 사료된다.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배려해 주신 화재보험협회 부설 방재시험연구원 화재 조사센터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